- 09 Dec, 2025
후배 기획자가 '그냥 우리 생각이 맞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후배 기획자가 '그냥 우리 생각이 맞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회의실에서 오후 3시. 회의실. 후배가 기획안을 들고 왔다. 신규 기능 제안서. "선배, 이거 리서치 꼭 해야 할까요? 우리가 생각해도 유저들이 이렇게 쓸 것 같은데요." "그냥 우리 생각이 맞지 않을까요?" 멈췄다. 3년 전 내가 했던 질문이다. 그때 팀장님이 뭐라 했더라. "네 생각이 유저 생각이면, 유저 인터뷰가 왜 필요하겠어." 지금 그 말이 이해된다.9년 전 나도 입사 초기. 나도 그랬다. "유저는 당연히 이렇게 쓸 거예요." 근거는? 내 경험. 주변 친구들 반응. 인터넷 댓글. 리서치 없이 기획했다. 3개월 개발. 런칭. 결과는? 사용률 2.3%. 목표는 15%였다. 회의실에서 데이터 보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왜 안 쓰는 거죠?" 팀장님이 말했다. "유저한테 물어봤어?" 안 물어봤다. 내가 유저라고 생각했으니까. 그게 첫 실패였다. 그리고 전환점. 지금도 그때 GA4 대시보드가 선명하다. 빨간 숫자들. 우리는 유저가 아니다 회사 9년 차. IT 업계 종사자. 얼리어답터. 우리는 일반 유저가 아니다. 절대로. 작년 리서치. 40대 여성 유저 인터뷰. "이 버튼이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 팀은 다 알았다. 당연한 기능이었으니까. 근데 유저는 몰랐다. 그리고 안 눌렀다. Hotjar로 세션 녹화 봤다. 버튼 위에 마우스 올렸다 내렸다. 3번. 그리고 이탈. 우리 생각: "클릭하면 상세페이지 가는 거 당연하잖아." 유저 생각: "이거 누르면 뭐가 나오지? 혹시 결제 화면?" 같은 화면. 완전히 다른 해석.데이터가 말하는 것 후배한테 물었다. "이 기능, 누가 쓸 것 같아?" "20대 여성이요. 편리하니까." "근거는?" "제가 20대 여성이거든요. 저도 쓸 것 같아서요." Notion 켰다. 지난 분기 리서치 데이터. 20대 여성 페르소나. '지민' 씨.직장인, 퇴근 후 피곤함 앱 사용 시간: 출퇴근 지하철 (총 40분) 목적: 빠른 정보 확인, 깊이 읽기 싫어함 신규 기능 학습 의지: 낮음 "새로운 거 배우기 귀찮아요. 익숙한 게 좋아요."후배 기획안. 새 기능 3개. 튜토리얼 필요. "지민 씨가 이거 배울까?" 침묵. "제 생각은... 다를 수 있겠네요." 그렇다. 우리는 기획자다. 유저는 아니다. 가정과 검증 기획은 가정에서 시작한다. 당연하다. "유저가 이럴 것 같다." 여기서 출발. 문제는? 가정을 사실로 착각하는 것. "유저가 이럴 거야." (가정) "유저는 이럴 거다." (확신) 한 글자 차이. 결과는 천지 차이. 가정 → 검증 → 인사이트 → 기획 이게 순서다. 절대 건너뛰면 안 된다. 작년 프로젝트. 홈 화면 개편. 우리 가정: "유저는 개인화된 추천을 원한다." 리서치 결과: "추천보다 검색이 빠르고 확실해요. 추천은 안 믿어요." 완전히 반대였다. 개편 방향 180도 선회. 만약 리서치 안 했으면? 3개월 개발하고 런칭하고 망했을 거다. 검증 비용: 2주, 800만원. 실패 비용: 3개월 개발비 + 기회비용 + 팀 신뢰도. 계산 끝났다. 리서치가 싸다.경력이 주는 것 9년 차가 주니어랑 다른 점. 실패 경험. 많이 했다. "내 생각이 맞을 거야" → 망함 → 배움. 이게 반복됐다. 5번? 10번? 세기 싫다. 그래서 지금은 안다. 내 생각은 가설일 뿐. 후배들은 아직 모른다. 당연하다. 안 망해봤으니까. 망해봐야 안다. 근데 안 망하게 해주는 게 선배 역할. 멘토링의 핵심. "내가 대신 망했으니까, 너는 하지 마." 후배한테 말했다. "3년 차 때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 리서치 귀찮고 시간 낭비 같았지." "근데 런칭하고 나서 봤어. 유저들 안 쓰더라." "그때 깨달았어. 내가 유저 대표가 아니라는 거." 후배 표정이 바뀌었다. "그럼 항상 리서치 해야 하나요?" "항상은 아니야. 근데 새로운 거, 가정이 많은 거는 꼭." 빠른 검증 방법 리서치가 꼭 크게 할 필요는 없다. 예산 없으면? 방법은 많다. 5명 인터뷰. 일주일이면 된다.유저 5명 섭외 (내부 패널 or 지인 소개) 30분 인터뷰 프로토타입 보여주고 반응 확인 "이거 쓰실 것 같아요?" 직접 물어봄비용? 스타벅스 기프티콘 5만원 x 5명 = 25만원. 시간? 인터뷰 준비 1일 + 진행 1일 + 정리 1일 = 3일. 이걸로 방향 틀릴 위험 50% 줄어든다. 안 하는 게 이상한 거다. 작년에 이렇게 했다. 신규 필터 기능. 우리 생각: "필터 10개면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5명 인터뷰 결과: "필터 많으면 선택 어려워요. 3개만 주세요." 기획 수정. 필터 3개로 축소. 런칭 후 사용률 23%. 예상치 18%보다 높았다. 인터뷰 안 했으면? 필터 10개 만들고 혼란만 줬을 거다. 데이터의 한계 그렇다고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GA4 보면 'What'은 나온다. 'Why'는 안 나온다. "이탈률 80%" 왜 이탈했는지는 안 나온다. 화면이 복잡해서? 로딩이 느려서? 필요 없어서? 그래서 정성 리서치가 필요하다. 유저 인터뷰. 관찰 조사. 맥락 파악. "왜 이 화면에서 나가셨어요?" "아, 이거 보다가 전화 와서요. 그리고 까먹었어요." 데이터: 이탈. 실제: 전화 때문. 리텐션 문제 아님. 맥락이 다르면 해결책도 다르다. 데이터 + 리서치. 둘 다 필요하다. 작년 프로젝트. 결제 단계 이탈률 높았다. 데이터로는? "3단계에서 60% 이탈." 인터뷰로는? "배송비 보고 놀라서 나갔어요." 해결: 배송비 미리 표시. 이탈률 40%로 감소. 데이터만 봤으면? "3단계 UI 문제" 라고 착각했을 거다. 원칙이 필요한 이유 9년 하면서 만든 원칙. "새로운 가정은 반드시 검증한다." 이게 전부다. 기존 기능 개선? 데이터 보고 판단. 신규 기능? 리서치 먼저. 가정이 많으면? 작게라도 테스트. 이 원칙 없으면? 매번 갈등한다. "이번엔 괜찮지 않을까?" "시간 없는데 그냥 가자." "다들 이렇게 하잖아." 원칙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후배들한테도 이걸 전한다. "리서치는 선택이 아니라 과정이야." "가정을 검증하는 게 기획자의 일이고." 처음엔 귀찮다. 근데 몇 번 하면 익숙해진다. 그리고 망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확실히. 성장의 지점 후배가 다시 물었다. "그럼 선배는 어떻게 판단하세요? 언제 리서치하고 언제 안 해요?" 좋은 질문이다. "경험적으로 알게 돼. 이건 검증 필요하다, 이건 괜찮다." "근데 확신이 안 서면 무조건 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확신하는 게 낫거든." 이게 시니어와 주니어 차이다. 주니어: "이거 맞을 것 같은데?" 시니어: "이거 맞는지 확인해보자." 한 단어 차이. 마인드는 완전히 다르다. 9년 차가 됐어도 여전히 배운다. 유저는 예측 불가능하다. 항상. 그래서 겸손해진다. "내가 다 안다"는 착각이 사라진다. 후배들 보면 부럽기도 하다. 확신에 차 있어서. 근데 그 확신이 깨질 때가 온다. 누구에게나. 빨리 깨지는 게 낫다. 일찍 배울수록 좋다. 멘토링의 방법 후배한테 실패담을 많이 한다. "이렇게 했다가 망했어." "리서치 안 했더니 이렇게 됐어."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더 배움이 된다. "선배도 실수했구나" 하면서 안심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안 한다. 효과적이다. 멘토링 팁.답 주지 말고 질문하기. "왜 그렇게 생각해?" 데이터 보여주기. "지난번 비슷한 케이스" 작게라도 검증하게 하기. "5명만 물어볼까?" 실패 공유하기. "나도 이랬어"후배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 "리서치 해라" 보다 "리서치 안 하면 이렇게 돼" 가 효과적. 억지로 시키면 형식적으로만 한다. 스스로 필요성 느껴야 제대로 한다. 작년에 후배 기획안. 리서치 없이 올라왔다. "이거 검증했어?" "아뇨. 확실한 것 같아서요." "그럼 5명만 물어보자. 확신이 맞는지." 인터뷰 결과. 5명 중 4명이 "안 쓸 것 같아요." 후배 얼굴이 창백해졌다. "다행이다. 개발 전에 알았네." 그 뒤로 후배가 바뀌었다. 기획할 때마다 "검증 어떻게 할까요?" 물어본다. 실패를 직접 봐야 배운다. 이론으론 안 된다. 시니어의 역할 9년 차 역할. 팀 안에서 리서치 문화 만들기. "그냥 하자" 에 브레이크 거는 사람. "검증하고 가자" 를 당연하게 만드는 사람. 쉽지 않다. 일정 압박 있고, 리소스 부족하고. "리서치 하면 2주 늦어지는데요." "안 하면 3개월 날릴 수도 있어요." 매번 설득이다. 지치기도 한다. 근데 계속한다. 이게 내 역할이니까. 후배들이 같은 실수 안 하게. 팀이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이게. 유저 중심 사고가 자연스럽게. 이걸 만드는 게 시니어 기획자의 일. 작년 성과 평가에 이렇게 썼다. "팀 내 리서치 프로세스 정착. 기획 단계 검증률 70% 달성." 숫자로 보니 보람 있다. 올해 목표는 90%. 후배에게 전하는 것 회의 끝나고 후배한테 말했다. "네 생각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검증하지 않은 생각은 위험하다는 거지." "기획자는 가정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가정을 검증하는 사람이야." 후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 기획, 리서치 계획 먼저 짜볼게요." "5명 인터뷰면 될까요?" "충분해. 가설 리스트업하고, 질문 만들고, 다음 주에 리뷰하자." 후배가 나갔다.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확신에서 신중으로. 이게 성장이다. 나도 9년 걸렸다. 후배는 더 빨리 배울 거다. 실패담을 공유하니까. 시행착오를 줄이니까. 이게 조직의 힘이다. 경험이 축적되는 것. 원칙을 지키는 이유 결국 원칙이다. "새로운 가정은 검증한다." 이게 없으면? 매번 도박이다. "이번엔 맞겠지" 하면서 기획한다. 10번 중 3번 맞으면? 7번 실패한다. 원칙이 있으면? 검증하고 간다. 10번 중 7번 맞는다. 확률이 올라간다. 그게 시니어의 가치다. 운이 아니라 확률로 일하는 것. 감이 아니라 검증으로 판단하는 것. 9년 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 "내 생각을 믿지 마라. 데이터를 믿어라." "데이터가 없으면? 만들어라." 이게 전부다.오늘도 후배 하나가 배웠다. 나도 9년 전에 배웠던 것. 경험은 돌고 돈다.
- 09 Dec, 2025
6개월 프로젝트 결과, 유저는 '별로네요'라고 했다
6개월 프로젝트 결과, 유저는 '별로네요'라고 했다 완벽한 기획서 6개월이었다. 정확히는 183일.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에서 받은 과제.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금융 경험 설계". 우리 팀이 책임지고 가져가기로 했다. 나는 리서치부터 시작했다. 당연히. 20대 후반~30대 초반 유저 35명 인터뷰. 설문 응답 812건. 경쟁사 4개 서비스 벤치마킹. GA4 데이터 3개월치 분석. 데이터는 명확했다. 이 세대는 "복잡한 금융 용어 싫어함", "빠른 결과 원함", "시각적 피드백 중요". 퍼소나 3개 만들었다. 저니맵 그렸다. 페인포인트 15개 도출. 기획안은 87페이지. 모든 플로우에 근거가 있었다. "이 버튼을 여기 배치한 이유"부터 "이 문구를 쓴 이유"까지. 유저 인터뷰 인용구가 32개. 임원 보고 때 칭찬받았다. "역시 UX팀이 하니까 디테일이 다르네요." 개발팀도 좋아했다. "요구사항이 명확해서 좋아요." 나는 확신했다. 이건 된다고.3개월 개발 개발은 순조로웠다. 스프린트마다 내가 QA 들어갔다. 픽셀 하나까지 체크. "여기 버튼 사이즈 2px 크게", "이 문구 띄어쓰기 수정". 디자이너는 짜증 냈다. "이 정도면 충분한데요?" 나는 설득했다. "유저 테스트에서 이 사이즈가 최적이었어요. 데이터 보세요." 개발자도 피곤해했다. "이거 꼭 이렇게 해야 해요? 개발 공수가..." 나는 안 물러섰다. "UX 관점에서 이게 맞아요. 유저 경험이 우선이잖아요." PM은 중간에서 조율했다. "일단 기획자 의견대로 가보죠. 리서치도 많이 했으니까." 내부 테스트는 통과. 베타 테스트도 괜찮았다. 평균 평점 4.2. "사용하기 편해요", "디자인 예뻐요" 같은 피드백. 불안한 댓글도 있었다. "근데 이게 꼭 필요한가요?", "기존 방식이 더 익숙한데". 나는 무시했다. 소수 의견.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 런칭 전날, 팀 회식. 우리는 성공을 확신했다. 런칭 후 2주 DAU는 목표의 63%였다. 가입자는 많았다. 근데 이탈률이 높았다. 첫 화면 본 후 74%가 나갔다. 설정 완료한 사람은 11%. 고객센터 문의가 쏟아졌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건가요?", "기존 방식은 어디 갔나요?", "너무 복잡해요". 나는 이해가 안 됐다. 리서치에서는 다 좋다고 했는데. 베타 테스트도 통과했는데. 뭐가 문제지? 회의가 잡혔다. 임원도 참석. 데이터를 펼쳤다. Hotjar 레코딩 봤다. 유저들이 헤매고 있었다. 우리가 만든 "직관적인" 플로우에서. "리서치 다시 해보시죠." 임원이 말했다. 나는 방어했다. "리서치는 충분히 했습니다. 유저들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 PM이 끼어들었다. "근데 숫자가 안 나오는데요. 적응 기간이 언제까지인가요?" 나는 답이 없었다.긴급 유저 인터뷰 일주일 만에 20명 인터뷰 잡았다. 첫 번째 유저. 29세 직장인 남성. "아 이거요? 깔았다가 지웠어요.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첫 화면에 튜토리얼 있었는데요?" "아 그거요? 스킵했어요. 길어서. 그냥 써보면서 배우는 게 편한데." 두 번째 유저. 32세 여성. "디자인은 예쁜데요. 근데 제가 원하는 기능을 찾기가 힘들어요." "메뉴 구조가 직관적으로 설계됐는데요. A-B-C 순서로." "음... 저는 그냥 옛날 방식이 편했어요. 찾기 쉬웠거든요."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비슷했다. "너무 새로워요." "배우기 귀찮아요." "이전 버전이 나았어요." "이걸 왜 바꿨어요?" 나는 녹취록을 보면서 깨달았다. 우리가 만든 건 "더 나은 UX"가 아니었다. "기획자가 생각한 완벽한 UX"였다. 유저들은 완벽함을 원한 게 아니었다. 익숙함을 원했다. 편함을 원했다. 빠름을 원했다. 나는 리서치 때 물었다. "이상적인 금융 경험은?" 근데 물어야 했다. "지금 불편한 게 뭐예요?" 완전히 다른 질문이다. 7차 회의 프로젝트 롤백 결정 났다. 6개월 기획. 3개월 개발. 2주 운영. 끝. "기존 버전으로 돌아갑니다. 새 기능은 일부만 추가." 나는 반대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유저들이 적응할 거예요. 마케팅을 더 하면..." PM이 끊었다. "숫자가 답이에요. 이탈률 74%. 이거 회복 불가능합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제 리서치는요? 그 데이터는 다 뭐였나요?" "리서치는 맞았어요. 근데 기획이 틀렸죠." PM이 말했다. "유저가 원한다고 말한 것과 실제로 쓰는 건 달라요. 그걸 구분 못했어요." 맞는 말이었다. 근데 인정하기 싫었다. 회의 끝나고 화장실 갔다. 거울 봤다. 9년 차 UX 기획자. 자존심만 남았다.3개월 후 새 프로젝트 시작했다. 이번엔 다르게 했다. 리서치는 여전히 했다. 근데 질문을 바꿨다. "이상적인 경험"이 아니라 "지금 불편한 점" 물었다. "원하는 기능"이 아니라 "자주 쓰는 기능" 물었다. "미래의 니즈"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 물었다. 기획서도 바꿨다. 87페이지 아니라 23페이지.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았다. 핵심만. "왜 이렇게 해야 하나"보다 "왜 지금 방식은 안 되나". 디자이너한테 2px 수정 안 시켰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개발자한테 완벽한 플로우 요구 안 했다. "일단 이렇게 만들고 AB테스트 해봐요." PM이 물었다. "확신 없어요?" "확신은 유저가 주는 거더라고요. 저는 가설만 세워요." 베타 테스트 결과. 평점 3.8. 이전보다 낮다. 근데 완료율은 높다. 41%. 피드백 읽었다. "별로 새롭진 않은데 쓸만해요", "익숙해서 좋네요", "빠르게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별로 새롭진 않은데". 6개월 전 나였으면 실패라고 생각했을 말. 지금은 안다. 이게 성공이라는 걸. 런칭했다. DAU 목표의 94%. 이탈률 34%. 완료율 38%. 임원 보고. "기대보다 낮네요. 근데 지속 가능해 보여요. 좋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PM이 말했다. "많이 배웠죠?" 나는 웃었다. "비싼 수업료 냈죠." 지금 요즘 후배들 멘토링 한다. 한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리서치 결과랑 실제 반응이 다르면 어떡해요?" "당연히 다르지. 유저는 자기가 원하는 걸 모르거든." "그럼 리서치는 왜 해요?" "문제를 찾으려고.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 생각이 틀렸다는 걸 빨리 알려고." 후배가 끄덕였다.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9년 걸렸으니까. 책상 서랍에 아직 있다. 87페이지 기획서. 가끔 꺼내 본다. "완벽한 UX"를 만들려고 했던 내가. 부끄럽고 그립다. 지금은 안다. 완벽한 UX는 없다는 걸.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틀렸다는 걸. 유저가 "별로네요"라고 할 때 진짜 리서치가 시작된다는 걸. 9년 차. 여전히 배운다. 주로 실패에서. 그게 이 일이다.6개월 날린 건 아깝지 않다. 자존심 버리는 법 배웠으니까.
- 09 Dec, 2025
Notion에 정리한 인사이트 DB가 내 자산이 된 이유
Notion에 정리한 인사이트 DB가 내 자산이 된 이유 9년 전, 첫 인터뷰 2016년 5월. 첫 유저 인터뷰였다. 녹음기 틀고, 질문지 보면서, 떨렸다. 60분 인터뷰. 녹취록 18페이지. "이거 어디다 정리하지?" 엑셀에 정리했다. 인터뷰 날짜, 참여자 특성, 주요 발언. 그때는 몰랐다. 이게 내 자산이 될 줄.프로젝트 끝나고. 엑셀 파일은 공유 드라이브에. 근데 다음 프로젝트에서. 그 파일 못 찾았다. 폴더가 10개. 파일명도 제각각. "2016_인터뷰_최종_최종_진짜최종.xlsx" 웃긴다. 진짜 최종은 없었다. Notion을 만난 2018년 3년 차 되던 해. Notion 써봤다. 처음엔 개인 메모용. 회의록 정리. 근데 어느 날. 생각했다. "여기다 리서치 정리하면?" 시작했다. 작게. 페이지 하나. "유저 인사이트 DB" 구조는 단순했다.서비스별 분류 (앱, 웹, 키오스크) 카테고리별 태그 (온보딩, 결제, 검색) 날짜, 참여자 특성, 핵심 인사이트처음엔 귀찮았다. 인터뷰 끝나면 녹취록 정리하는데 4시간. 거기다 Notion에 또 정리? 2시간 더. 근데 1개월 지나니까. 페이지가 12개. 3개월 지나니까. 50개 넘었다. 태그가 살아났다. #온보딩_어려움 #중장년층_불편 #결제_이탈 클릭하면 관련 인사이트가 쫙. "이거다." 첫 번째 자산화 순간 2019년 봄. 새 프로젝트 킥오프. "40대 타겟 건강 서비스 기획해야 합니다." PM이 말했다. "유저 리서치 일정 잡죠. 2주 정도?" 나는 Notion 켰다. 검색창에 "#40대" "#건강". 17개 인사이트가 나왔다. 작년 프로젝트 데이터. 재작년 인터뷰 메모. 설문 결과. 30분 만에. A4 3장 정리했다. "40대 유저의 앱 사용 패턴, 주요 불편 사항, 니즈"PM 표정이. "벌써요?" "기존 데이터 활용했어요. 추가 리서치는 검증용으로만." 리서치 일정. 2주에서 3일로 줄었다. 비용도. 800만원에서 200만원. 그때 깨달았다. "내가 쌓은 데이터가 돈이다." 팀장이 말했다. "효율적이네요. 다른 팀원들도 이렇게?" "제 개인 DB라." "공유 가능해요?" "일단 제가 먼저 쓸게요." 욕심이었을까. 근데 이건 내가 9년간 쌓은 거다. 카테고리 체계의 진화 초기 구조는 단순했다. 서비스별, 날짜별. 근데 쌓이니까. 찾기 어렵더라. 2020년. 구조 바꿨다. 1차 분류: 사용자 특성연령대 (20대/30대/40대/50대+) 디지털 리터러시 (상/중/하) 사용 맥락 (출퇴근/업무/여가)2차 분류: 서비스 영역온보딩 (가입/튜토리얼/첫 경험) 핵심 기능 (검색/결제/예약) 콘텐츠 (정보 구조/가독성) 이탈 포인트 (오류/포기/이탈)3차 분류: 인사이트 타입Pain point (불편 사항) Needs (잠재 니즈) Behavior (실제 행동 패턴) Quote (인상적 발언)태그는 자유롭게. #접근성 #중복_클릭 #모달_과다 이 구조로 바꾸니까. 검색이 빨라졌다. 연결이 보였다. "40대 결제 이탈"을 검색하면.5년 전 은행 앱 리서치 3년 전 이커머스 인터뷰 작년 간편결제 설문세 프로젝트가 같은 문제를 말했다. "비밀번호 6자리가 너무 많아요." 이게 패턴이다. 개별 데이터가 아니라. 리서치 비용 절감의 무기 올해 초. 예산 회의. "UX 리서치 예산 3000만원 요청합니다." CFO가 물었다. "작년에도 3000만원. 올해도 3000만원?" "네. 분기당 1회씩 정성 리서치 진행하려면." "기존 데이터 활용은?" 준비했던 슬라이드 켰다. "Notion DB에 누적 인사이트 1,247건. 9년치 데이터." "이걸로 뭘 할 수 있나요?" "신규 리서치 전 가설 수립. 중복 리서치 방지. 타겟별 사전 분석." 예산 2000만원 승인됐다. 근데 실제론. 1500만원만 썼다. DB 덕분이었다.가설 수립 시간: 1주 → 2일 리서치 대상자 수: 15명 → 10명 분석 시간: 2주 → 1주남은 500만원. 팀 회식비로 쓰자고 했는데. 팀장이 내 교육비로 줬다. Maze 라이센스 샀다. 새 프로젝트의 시작점 프로젝트 시작할 때마다. 먼저 Notion 연다. 검색한다. 예를 들어. "시니어 대상 금융 서비스" 기획한다면.#50대+ #금융 검색 → 23건 #디지털리터러시_하 #결제 → 31건 #접근성 #시니어 → 18건겹치는 인사이트 추출."글자 크기 조절 필수" "단계 줄여야 함 (3단계 이상은 포기)" "전화 상담 연결 필요"이걸 기획 원칙으로. 디자이너한테 공유. 디자이너 반응. "와. 이미 리서치 끝났네요?" "기존 데이터예요. 이번엔 검증만 하면 돼요." Figma 프로토타입 나왔을 때. 첫 유저 테스트. 5명. 3명이 완료했다. 첫 시도에서. 보통은. 2~3번 수정 후 50% 성공률인데. PO가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해요?" "9년 데이터니까요." 신입에게 전수하지 않는 이유 작년 말. 신입이 왔다. UX 리서처. 똑똑했다. 열심이었다. 한 달 후. 물었다. "선배님, 리서치 데이터 어디 정리하세요?" "Notion에." "공유해주실 수 있어요?" 고민했다. 3초. "내가 9년간 쌓은 건데." "아. 죄송해요." 미안했다. 근데 솔직히. 이거 내 경쟁력이다. 요즘 채용 공고 보면. "UX 리서처, 경력 3년 이상, 연봉 4500만원" 나는 7200만원 받는다. 이 차이가 뭐겠어. 바로 이 DB다. 9년간 쌓인 1,200개 인사이트. 카테고리화된 유저 페인포인트. 프로젝트마다 재사용 가능한 지식. 신입한테 주면. 내 9년이 3개월로 전수된다. 냉정하다고? 어쩔 수 없다. 회사는 내 DB 값 안 쳐준다. 연봉엔 "리서치 스킬"만 반영된다. 근데 실제 내 가치는. 스킬 + 이 DB다. 이직할 때도 가져간다 작년. 헤드헌터 연락 왔다. "네이버 UX 팀에서 관심 있대요. 연봉 8500만원." 궁금했다. "제 DB 가져갈 수 있나요?" "회사 자산 아니면 가능하죠." 확인했다. 우리 회사 내규. "업무 중 생성한 데이터는 회사 자산" 근데 내 Notion은. 개인 계정이다. 회사 이메일 아니다. 내 Gmail. 애매하다. 법적으론 회사 자산일 수도. 근데 물리적으론 내 소유. 결국 안 옮겼다. 다른 이유로. (판교 출퇴근이 편해서) 근데 만약 옮긴다면. 이 DB는 가져간다. 당연히. 회사는 내 9년을 보상 안 했다. 리서치 보고서는 공유 드라이브에 있다. 근데 인사이트 DB는 내가 개인 시간 들여 만든 거다. 퇴근 후 2시간. 주말 4시간. 녹취록 듣고, 태그 달고, 카테고리 정리하고. 이건 내 자산이다. 후배가 물었다 지난주. 후배가 점심 먹으며. "선배님, Notion DB 진짜 대단한 거 같아요." "그래?" "저도 만들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요?" 조언했다. 진심으로. "일단 오늘부터. 인터뷰 끝나면 핵심 3개만 정리해." "3개요?" "페인포인트 1개, 니즈 1개, 인상적 발언 1개." "그걸 어디에?" "Notion 페이지 하나 파. '인사이트 일기'라고." "카테고리는요?" "나중에 해. 일단 쌓아. 50개 넘으면 패턴 보여." "태그는요?" "자유롭게. 근데 일관성 유지해. #온보딩 쓰면 계속 #온보딩." 후배가 웃었다. "선배님 DB 공유는 안 해주시겠죠?" "당연하지. 너도 9년 쌓아봐." 농담처럼 말했는데. 진심이었다. 이게 내 연금이다 요즘 생각한다. 10년 후. 프리랜서 UX 컨설턴트 하고 싶다. 그때 무기가 뭘까. Figma 스킬? 10년 후엔 AI가 더 잘한다. 리서치 방법론? 책에 다 있다. 근데 이 DB는. 내가 직접 만났던 유저 1,500명. 실제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인사이트 1,200개. 한국 시장, 한국 유저 특화 데이터. 이건 돈 주고 못 산다. 시간 들여야 한다. 9년. 컨설팅 제안서 쓸 때. "보유 인사이트 DB: 1,200건 (9년 누적)" 이 한 줄이. 시간당 30만원과 50만원을 가른다. 클라이언트는 경험 사는 게 아니다. 축적된 지식을 산다. 그래서 이 DB는. 내 연금이다. 관리하는 시간 매주 금요일 오후. 캘린더에 블록 되어 있다. "DB 정리 시간 (1시간)" 이번 주 리서치 내용.인터뷰 3건 → 핵심 인사이트 9개 추출 설문 1건 → 정량 데이터 요약 1개 유저 테스트 → 이슈 5개 정리태그 달고. 카테고리 분류하고. 기존 인사이트랑 연결. 보통 40분 걸린다. 남은 20분은 리뷰. 랜덤으로 옛날 페이지 본다. 2018년 데이터. "20대 결제 선호도" 지금 봐도 유효하다. 가끔. 수정한다. "이건 이제 트렌드 아니네." → 아카이브 "이 인사이트 중요하네." → ⭐️ 표시 1시간 투자. 내 자산 가치 올리는 시간. 주식 공부하는 사람들. 하루 2시간 뉴스 본다. 나는 내 지식 자산 관리한다. 덜 중요한가? 숫자로 보는 가치 계산해봤다. 진짜로. 내 Notion DB:페이지 수: 324개 인사이트 수: 1,247건 태그 수: 89개 누적 시간: 약 450시간 (주당 1시간 × 9년)프로젝트당 절감 효과:리서치 시간: 평균 40시간 → 24시간 (16시간 절감) 리서치 비용: 평균 600만원 → 350만원 (250만원 절감) 기획 시간: 평균 80시간 → 60시간 (20시간 절감)연간 4개 프로젝트 진행한다면:시간 절감: 144시간 (약 18일) 비용 절감: 1,000만원내 시급 4만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절감 가치: 1,576만원 9년 누적: 1억 4,184만원 물론 대충 계산이다. 근데 느낌은 온다. 이게 자산이다. 동료가 물었다 어제. 옆팀 기획자가. "Notion 템플릿 공유 가능해요?" "템플릿은 줄 수 있어요." "오. 감사합니다!" 템플릿 복사해줬다. 구조만. 빈 페이지.📁 서비스별 분류 📁 사용자 특성별 분류 📁 카테고리별 태그 📁 인사이트 타입"이렇게 쓰면 돼요." "안에 예시는요?" "그건 제가 쌓은 거라." 기획자 표정. "아. 네." 미안하지 않았다. 구조는 노하우다. 공유한다. 내용은 자산이다. 안 준다. 요리책 빌려주는 거랑. 냉장고 재료 주는 건 다르다. 앞으로 10년 목표가 생겼다. 2033년까지. 인사이트 3,000개 모으기. 지금 속도면 가능하다. 연간 150개씩 쌓이니까. 그때쯤이면.한국 주요 서비스 유형별 인사이트 연령대/리터러시별 행동 패턴 산업별 UX 페인포인트 맵 10년 트렌드 변화 추적이 정도 되면. 책 쓸 수 있다. "10년간 만난 유저 3,000명의 인사이트" 강의도 할 수 있다. "실전 데이터 기반 UX 설계" 컨설팅 단가도 오른다. "10년 누적 데이터 기반 분석" 은퇴 후에도. 이 DB는 남는다. 내 커리어가 끝나도. 지식은 계속 가치 있다. 마무리하며 오늘도 Notion 켰다. 어제 인터뷰 정리. 35세 남성. 배달앱 유저. "메뉴 사진이 너무 많아서. 스크롤 지쳐요." 태그 달았다. #피로도 #콘텐츠과다 #30대 #배달앱 1,248번째 인사이트. 별거 아닌 것 같다. 근데 10개 모이면 패턴. 100개 모이면 인사이트. 1,000개 모이면 자산. 동료들은 프로젝트 끝나면 잊는다. 나는 기록한다. 그게 차이다. 9년 차와 2년 차의.Notion은 툴일 뿐이다. 중요한 건 꾸준히 쌓는 습관. 그게 결국 내 시장 가치를 만든다.
- 08 Dec, 2025
유저 인터뷰 중 침묵이 길어질 때, 나는 뭘 하나?
침묵이 5초 넘어가면 오늘 유저 인터뷰 3건 잡혀 있었다. 2시, 3시 반, 5시. 2시 인터뷰이는 30대 남성, 우리 서비스 3년째 쓰는 파워유저다. 질문 던졌다. "이 기능 언제 주로 쓰시나요?" 대답이 안 나온다. 5초. 10초. 15초. 초보 때 나였으면 벌써 다음 질문 던졌다. "아 혹시 출퇴근 시간이요? 점심시간이요?" 이렇게. 지금은 안다. 침묵도 데이터라는 걸.20초쯤 됐을 때 그가 말했다. "음... 사실 이 기능, 쓰긴 쓰는데 불편해요. 근데 대체할 게 없어서." 바로 이거다. 침묵 뒤에 나오는 진짜 답. 빨리 답하는 건 보통 표면적인 생각이다.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답. "네, 자주 써요. 편해요." 이런 거. 근데 침묵 뒤의 답은 다르다. 본인도 정리 안 된 생각. 불편하지만 말하기 애매한 것들. 9년 인터뷰 진행하면서 배운 거다. 침묵을 견디는 기술. 침묵의 종류는 다르다 모든 침묵이 같지 않다. 경력 쌓이면서 구분하게 됐다. 생각 중인 침묵: 눈동자가 움직인다. 뭔가 떠올리려고 애쓴다. 이건 기다려야 한다. 절대 방해하면 안 된다. 이 침묵 뒤에 인사이트 나온다. 불편한 침묵: 몸이 경직된다. 시선이 아래로 간다. 질문이 너무 private했거나 본인 행동의 모순을 깨달은 순간. "괜찮아요, 편하게 답하셔도 돼요" 이런 식으로 안심시켜야 한다. 모르겠다는 침묵: 어깨를 살짝 으쓱한다. 표정이 '글쎄' 다. 이건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럼 최근에 이 서비스 쓰셨을 때 기억나는 게 있으세요?" 구체적인 경험으로 전환. 정치적인 침묵: 회사 내부 유저 인터뷰할 때 나온다. "이 프로세스 어떠세요?" 물으면 침묵. 불만 있는데 말 못 하는 거다. 누가 볼까봐. "다른 분들은 이런 얘기도 하시더라고요" 하면서 익명성 보장해줘야 답 나온다.오늘 2시 인터뷰이는 생각 중인 침묵이었다. 눈동자 움직임으로 알았다. 기다렸다. 그리고 진짜 답을 얻었다. 후배는 못 견딘다 작년에 신입 1명 들어왔다. UX 전공, 열정 넘친다. 인터뷰 동행시켰다. 내가 질문 던지고 침묵이 시작됐다. 3초. 5초. 후배가 끼어든다. "아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요?" 인터뷰이가 "아 네네" 하고 넘어간다. 후배는 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안다. 진짜 답은 못 들었다는 걸. 인터뷰 끝나고 피드백 줬다. "침묵을 기다려봐." 후배가 묻는다. "몇 초요?" 이게 설명이 안 된다. 10초? 15초? 케바케다. 인터뷰이 표정 봐야 한다. 생각하는 중인지 불편한지. 근데 이걸 어떻게 가르치나. "일단 10초는 기다려봐. 네가 불편해도." 이렇게밖에 못 말한다.후배는 한 달 동안 연습했다. 처음엔 5초도 못 견뎠다. 지금은 10초는 기다린다. 근데 아직 침묵의 종류는 못 읽는다. 그건 경험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3년 차 때까지는 못 견뎠다. 침묵이 두려웠다. 인터뷰 망치는 것 같았다. "제가 질문을 잘못한 건가?" 이런 생각 들었다. 지금은 안다. 침묵은 망치는 게 아니라 기회다. 침묵을 채우는 기술 침묵 중에 나는 뭘 하나.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아니다. 눈 맞춤 유지: 너무 뚫어지게 보면 부담 준다. 적당히. 노트에 시선 내렸다가 다시 올린다. "기다리고 있어요" 라는 신호. 메모: 진짜 메모하는 건 아니다. 방금 질문이나 키워드 적는 척한다. 인터뷰이가 부담 덜 느낀다. 침묵이 자연스러워진다. 고개 끄덕임: 생각 중인 침묵일 때. 살짝 끄덕인다. "괜찮아요, 천천히요" 메시지 전달. 물 마시기: 10초 넘어가면 물 한 모금. 인터뷰이도 따라 마신다. 리듬 전환. 긴장 풀린다. 질문 재구성 준비: 15초 넘어가면 머릿속으로 다음 질문 준비한다. 각도 바꿔서. 구체적 사례로. 근데 20초 전까진 안 던진다. 오늘 3시 반 인터뷰이는 침묵이 20초 갔다. 나는 노트 보면서 기다렸다. 끄덕였다. 물 마셨다. 그리고 인터뷰이가 말했다. "사실 이 기능... 제 업무 프로세스랑 안 맞아요. 근데 팀장님이 쓰라고 해서." 진짜 문제 발견했다. 기능 자체가 아니라 조직 문제. 침묵 견뎌서 얻은 인사이트. 데이터가 안 보여주는 것 GA4 본다. 이 기능 사용률 38%. 나쁘지 않다. "사용자 만족도 조사" 했다. 5점 만점에 3.8점. 평균이다. 근데 인터뷰하면 다른 얘기 나온다. "어쩔 수 없이 써요." "대체재가 없어서요." "불편한데 익숙해졌어요." 이런 건 수치로 안 나온다. 설문에도 안 쓴다. 침묵 뒤에 나온다. 기획팀 회의에서 말한다. "사용률은 괜찮은데 유저들 만족도는 낮습니다." PO가 묻는다. "만족도 조사에선 3.8점이던데요?" "인터뷰에서 다른 맥락이 나왔어요. 수치와 정성 리서치 결과가 달라요." 데이터는 What을 보여준다. 인터뷰는 Why를 보여준다. 근데 Why는 침묵 뒤에 있다. 작년에 리뉴얼 프로젝트 했다. AB 테스트 결과 B안이 15% 더 좋았다. 근데 인터뷰하니까 "B안이 빨라서 좋긴 한데 뭔가 불안해요" 나왔다. 불안? 수치에 안 나온다. 더 물었다. 침묵 10초. "너무 간단해서... 내가 뭘 한 건지 확신이 안 서요." 피드백 반영했다. 확인 메시지 하나 추가. 숫자는 그대로인데 불안감 사라졌다. 침묵 뒤 인사이트로 개선한 거다. 침묵이 주는 시간 인터뷰이가 침묵할 때, 나도 생각한다. "이 질문이 맞나?" "다음 질문 각도를 어떻게 잡지?" "방금 대답에서 뭘 캐치했지?" 침묵은 나한테도 생각할 시간이다. 리듬 조절. 인터뷰는 말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잘 듣는 거다. 침묵도 듣는 거다. 초반 경력 때는 1시간 인터뷰에 질문 20개 준비했다. 다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10개 준비한다. 근데 3개밖에 안 쓴다. 나머지는 대답 듣고 즉석에서 만든다. 침묵 사이에 다음 질문이 보인다. "아, 이 사람은 이 부분이 불편했구나. 그럼 이걸 물어봐야겠다." 오늘 5시 인터뷰이는 20대 여성. 서비스 처음 써봤다. "첫인상이 어땠어요?" 물었다. 침묵. 8초쯤 됐을 때 "음... 복잡했어요. 근데 신기했어요." "복잡한데 신기하다?" 메모했다. 다음 질문 떠올랐다. "신기했던 부분이 뭐였어요?" "다른 서비스는 다 자동인데, 여기는 제가 직접 설정하잖아요. 처음엔 귀찮았는데 하다 보니까 재밌었어요." 진짜 인사이트다. 온보딩 개선 방향 잡혔다. "자동화보다 커스터마이징의 재미" 이걸 강조해야 한다. 침묵 8초가 다음 프로젝트 방향 정했다. 회사는 침묵을 못 기다린다 문제는 조직이다. 리서치 일정 잡으면 상사가 묻는다. "인터뷰 몇 명이요?" "일주일이면 돼요?" 인터뷰 10명 하려면 일정 잡는 데만 3일. 진행하는 데 5일. 분석하는 데 3일. 최소 2주 필요하다. "2주요? 그냥 설문 돌리는 게 빠르지 않아요?" 설문은 빠르다. 근데 얕다. 침묵이 없다. 정해진 답만 체크한다. Why는 모른다. 기획팀 회의에서 맨날 싸운다. "리서치 결과 기다리면 일정 밀려요." "근데 리서치 안 하면 방향 틀리잖아요." 타협안 낸다. "1차로 빠르게 만들고 AB 테스트 하면서 인터뷰 병행할게요." 이것도 방법이다. 근데 매번 이러면 리서치 가치가 떨어진다. 작년에 큰 프로젝트 있었다. 예산 5억. 일정 6개월. 킥오프 때 말했다. "유저 리서치 먼저 하고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임원이 답했다. "리서치는 만들면서 하죠. 일정이 빠듯해요." 결국 리서치 없이 시작했다. 3개월 지나서 베타 나왔다. 내부 테스트 결과 별로. 그제야 인터뷰 했다. "방향이 틀렸어요." 2개월 뒤로 돌아갔다. 처음부터 리서치 했으면 안 돌아갔을 일. 회사는 빠른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근데 방향 틀리면 더 느리다. 침묵을 못 기다리는 조직은 비효율적이다. 침묵 뒤의 말은 무겁다 인터뷰 끝나고 녹취록 정리한다. 오늘 3건. 총 180분. 녹취록 40페이지. 침묵은 녹취록에 "(침묵)" 이렇게 표시된다. 근데 이게 중요하다. 침묵 전후 맥락 본다. "이 기능 만족하세요?" "(침묵 12초)" "만족하는데... 음... 불편한 점도 있어요." 침묉 없이 바로 답했으면 "네, 만족해요" 끝났을 거다. 12초 침묵이 진짜 답을 끌어냈다. 녹취록 읽으면서 침묵 부분 형광펜 칠한다. 노란색. 그리고 앞뒤 문맥 다시 읽는다. 인사이트가 거기 있다. 기획안 쓸 때 인용한다. "유저 A는 12초 생각 후 '만족하는데 불편한 점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기능 자체보다 프로세스 문제를 시사합니다." PO가 읽고 묻는다. "12초가 중요해요?" "네. 바로 답 안 나온 건 본인도 혼란스럽다는 뜻이에요." 침묵도 데이터다. 이걸 이해 못 하는 사람 많다. 숫자만 본다. "사용률 38%", "만족도 3.8점". 근데 침묵은 숫자 아래 맥락을 보여준다. 멘토링 때 못 전하는 것 후배들 멘토링한다. 분기에 한 번. 주로 커리어 고민, 스킬 질문. 지난달 멘토링 때 한 후배가 물었다. "인터뷰 잘하려면 뭘 해야 해요?" 대답했다. "질문 리스트 잘 짜고, 경청하고, 녹취록 정리 꼼꼼히 하고." 근데 정작 중요한 건 못 말했다. 침묵을 견디는 기술. 이건 말로 안 된다. 직접 해봐야 안다. "침묵도 중요해요" 말하면 "아, 네" 한다. 근데 이해 못 한다. 실전에서 5초도 못 기다린다. 불안해서. 나도 그랬다. 3년 차 때까지 침묵이 두려웠다. 시간 가면서 배웠다. 침묵 뒤에 진짜 답이 나온다는 걸. 이걸 어떻게 가르치나. "일단 해봐" 밖에 못 한다. 불친절한 조언이다. 근데 다른 방법이 없다. 작년에 스터디에서 발표했다. "인터뷰 스킬업" 주제. 침묵 얘기 했다. 질문 나왔다. "침묵이 너무 길면 어떡해요?" "20초 넘어가면 질문 바꿔보세요." "20초요? 너무 긴 거 아니에요?" "처음엔 그렇게 느껴져요. 근데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설득력 없는 답이다. 근데 사실이다. 20초는 길다. 근데 그 20초가 프로젝트 방향 바꾼다. 침묵이 편해졌을 때 요즘은 침묵이 편하다. 오히려 좋다. 인터뷰 리듬이 느려진다. 여유 생긴다. 초보 때는 1시간 인터뷰가 급했다. 질문 던지고 답 듣고 다음 질문. 빠르게. 많이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1시간에 질문 5개만 해도 괜찮다. 깊게 판다. 침묵 기다린다. 추가 질문 던진다. 맥락 이해한다. 오늘 2시 인터뷰이랑 1시간 10분 얘기했다. 질문은 6개 했다. 침묵은 총 8번. 가장 긴 침묵 23초. 23초 침묵 뒤에 나온 답이 전체 인터뷰에서 가장 좋았다. "사실 이 서비스... 동료가 쓰니까 저도 쓰는 거예요. 안 쓰면 뭔가... 뒤처지는 것 같아서." 네트워크 효과. 이게 진짜 retention 이유였다. 기능이 아니라 사회적 압력. 이런 건 설문에 안 나온다. 데이터에 안 잡힌다. 23초 침묵 뒤에 나왔다. 인터뷰 끝나고 인터뷰이가 말했다. "오늘 제 생각 정리된 것 같아요. 감사해요." 이게 좋은 인터뷰다. 내가 답 얻는 것만이 아니라 인터뷰이도 생각 정리하는 시간. 침묵이 그 시간을 준다. 9년 차의 숙제 경력 9년. 인터뷰는 수백 건 했다. 침묵 견디는 건 이제 자연스럽다. 근데 여전히 어렵다. 침묵의 미묘한 차이 읽기. 5초 침묵이랑 15초 침묵은 다르다. 생각 중인 침묵이랑 회피하는 침묵도 다르다. 매번 완벽하게 못 읽는다. 가끔 놓친다. "아, 저 침묵 때 더 기다렸어야 했는데." 후회한다. 그리고 후배들한테 전하는 게 어렵다. "침묵을 기다려" 말은 쉽다. 실천은 어렵다. 경험으로 체득해야 한다. 요즘 고민은 이거다. 시니어로서 뭘 더 줄 수 있나. 스킬은 가르쳤다. 프로세스도 정리했다. 근데 "감각" 은 못 가르친다. 침묵 읽는 감각. 질문 타이밍 잡는 감각. 이건 말로 안 된다. 같이 인터뷰 다니면서 보여줘야 한다. 근데 시간이 없다. 내년에 리드 제안 들어왔다. 매니저 가는 거다. 그럼 인터뷰 직접 할 시간 줄어든다. 고민이다. 관리만 할 건가. 현장 감각 잃을 건가. 9년 쌓은 감각이 아깝다. 침묵 읽는 기술, 맥락 파악하는 눈. 이걸 계속 쓰고 싶다. 후배들한테 전하고 싶다. 근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냥 계속 인터뷰 하는 수밖에.침묵은 데이터다. 9년 걸려서 배운 거다. 10년 차엔 뭘 배울까.
- 07 Dec, 2025
Maze 리포트를 보며 '어? 여기서?'라고 놀란 이유
Maze 리포트를 보며 '어? 여기서?'라고 놀란 이유 오전 10시, Maze 리포트 출근하자마자 Maze 리포트를 열었다. 지난주에 돌린 프로토타입 테스트. 40명 참여. 결제 플로우 개선안이었다. 클릭 히트맵을 봤다. 85%가 '다음' 버튼을 찾았다. 평균 완료 시간 2분 30초. 만족도 4.2점.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괜찮은데?" PM한테 공유하려고 슬랙을 열었다. 그런데 뭔가 걸렸다. 지난주 유저 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32세 여성, 온라인 쇼핑 자주 한다는 사람. 프로토타입 테스트할 때 말했다. "어? 이거 결제하는 거 맞아요? 좀 이상한데..." 그 사람도 결국 완료했다. Maze 데이터에는 '성공'으로 찍혔을 거다. 근데 그 순간의 망설임. 3초 정도. 화면을 두 번 확인했던 것. 그게 데이터에는 안 보였다.정량 데이터가 말하는 것 Maze 리포트를 다시 봤다. 천천히. 태스크 성공률: 85%40명 중 34명이 완료 평균 완료 시간 2분 30초 오류 클릭 1.2회 평균히트맵 분석:'다음' 버튼 클릭률 92% '취소' 버튼 오인 클릭 8% 스크롤 깊이 평균 78%만족도:4.2/5점 "쉬웠다" 응답 72% "개선 필요" 응답 15%숫자만 보면 괜찮다. 85% 성공이면 업계 평균 이상이다. PM이 보면 "고(Go)" 할 수준. 근데 뭔가 찝찝했다. 15%는 왜 실패했지? 1.2회 오류 클릭은 어디서 나온 거지? Maze는 '어디를' 클릭했는지는 알려준다. '왜' 클릭했는지는 모른다. 커피를 마셨다. 세 번째였다.정성 리서치가 보여준 것 지난주 유저 인터뷰. 5명. 각 1시간씩. 참여자 3번, 32세 여성:프로토타입 완료 시간: 2분 40초 (Maze 데이터 평균과 비슷) 성공 여부: 완료 만족도: 4점근데 인터뷰 녹취록을 다시 들었다. "음... (3초 정지) 이게 결제 버튼인가? 색깔이 좀... 배송지 입력하는 건가?" 결국 클릭했다. 맞는 버튼이었다. Maze에는 '성공'으로 기록됐다. 근데 저 망설임. 3초. 참여자 5번, 28세 남성:완료 시간: 3분 10초 성공 여부: 완료 만족도: 3점녹취록: "여기서 뭘 하라는 거지? (화면 스크롤) 아, 여기 있네. 근데 왜 여기 있어요? 위에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사람도 완료했다. 데이터에는 '성공'. 근데 저 당황. "왜 여기 있어요?" 그 질문. 참여자 1번, 41세 여성:완료 시간: 1분 50초 (평균보다 빠름) 성공 여부: 완료 만족도: 5점녹취록: "아, 이런 거 자주 써봐서. 보통 여기 있잖아요. 익숙해요." 이 사람은 순조로웠다. 경험이 많았다. 근데 이게 우리 타겟 유저인가? 41세, 온라인 쇼핑 파워유저. 우리 주 타겟은 20대 후반인데. 정리하면서 느꼈다. Maze 데이터의 '85% 성공'과 인터뷰의 '망설임'은 다른 이야기였다. 불일치의 순간 점심 먹고 데이터를 다시 정리했다. Maze 정량 데이터:85% 성공률 평균 2분 30초 만족도 4.2점 → "괜찮다"유저 인터뷰 정성 데이터:"이게 결제 버튼인가?" "왜 여기 있어요?" "좀 이상한데..." → "뭔가 불편하다"이 간극. 85%는 완료했지만, 과정에서 당황했다. 숫자는 '성공'이지만 경험은 '불편'이었다. Notion에 메모했다: 정량 = What (무엇을 했는가) 정성 = Why (왜 그렇게 했는가)Maze: 85%가 버튼을 '찾았다' 인터뷰: 근데 '망설였다'둘 다 맞다. 근데 다르다.PM한테 슬랙을 보냈다. "Maze 리포트 나왔어요. 근데 인터뷰 내용이랑 같이 봐야 할 것 같아요." 답장이 왔다. "85%면 괜찮은데요? 일단 Go 하죠." 머리가 아팠다.한 유저의 행동 그날 저녁. 퇴근 전에 Maze 로우 데이터를 다시 파고들었다. 40명의 개별 데이터. 클릭 타임스탬프. 마우스 움직임. 하나씩 봤다. 참여자 23번:완료 시간: 4분 50초 (평균보다 2배 이상) 오류 클릭: 5회 만족도: 2점이 사람 데이터를 따라가 봤다.첫 화면 진입: 30초 정지 잘못된 영역 클릭: 3회 뒤로 가기 버튼: 2회 다시 시도 완료완료는 했다. 85%에 포함됐다. 근데 이 과정. 4분 50초. 5회 오류. 만족도 2점. Maze 요약 리포트에는 이렇게 나왔다: "평균 완료 시간: 2분 30초" 참여자 23번의 4분 50초는 평균에 묻혔다. 참여자 1번의 1분 50초가 평균을 낮췄다. 통계적으로는 맞다. 근데 참여자 23번의 경험은? 그 사람한테는 '최악'이었을 거다. 여기서 깨달았다. 평균은 '대표값'이 아니다. '중간값'이다. 통계를 뒤엎는 순간 다음날 아침. 팀 회의. PM이 물었다. "Maze 리포트 봤는데, 85% 성공이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 개발 리드도 거들었다. "만족도도 4.2점이잖아요. 이 정도면 배포해도 될 것 같은데." 나는 노트북을 돌렸다. "이 사람 봐주세요." 참여자 23번 데이터를 보여줬다. 4분 50초. 5회 오류. 만족도 2점. "이 사람도 85%에 포함됐어요. 근데 이 사람 경험은 최악이었어요. 만약 우리 실제 유저가 이렇게 되면?" PM이 말했다. "그래도 소수 아니에요? 대부분은 괜찮았잖아요." 나는 인터뷰 클립을 틀었다. 참여자 3번. "이게 결제 버튼인가?" 그 3초 정지. "이 사람도 완료했어요. 2분 40초. 평균이랑 비슷해요. 근데 이 망설임. 실제 서비스에서는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디자이너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85%도 안 믿어요?" 나는 정리했다. "85%는 '완료'를 측정한 거예요. '경험'을 측정한 게 아니에요. 정량 데이터는 '무엇'을 알려주고, 정성 데이터는 '왜'를 알려줘요. 둘 다 필요해요." PM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또 수정해야 해요?" "네. 근데 작은 수정이에요. 버튼 위치하고 색상. 이거만 바꾸면 망설임이 줄어들 거예요." 그렇게 2주가 더 걸렸다. 불일치를 해석하는 법 그 뒤로 Maze 리포트를 보는 방식이 바뀌었다. 1. 평균 말고 분포를 본다 Maze 리포트:평균 완료 시간: 2분 30초내가 보는 것:최소: 1분 50초 최대: 4분 50초 중앙값: 2분 20초 90 퍼센타일: 3분 40초평균은 극값에 영향을 받는다. 중앙값과 분포를 봐야 '진짜' 경험이 보인다. 2. 성공률 말고 과정을 본다 Maze 리포트:성공률: 85%내가 보는 것:오류 클릭이 어디서? 망설임이 어디서? (타임 갭) 뒤로 가기가 왜?'완료'와 '순조로운 완료'는 다르다. 3. 만족도 말고 맥락을 본다 Maze 리포트:만족도: 4.2점내가 보는 것:5점 준 사람: 파워유저, 경험 많음 2점 준 사람: 첫 이용, 당황함평균 4.2점은 '두 그룹의 평균'이다. 우리 타겟은 어느 쪽인가? 4. 정량 데이터에 정성 데이터를 겹친다 이제는 리포트를 이렇게 만든다: [Maze 정량] 85% 성공률, 평균 2분 30초[유저 인터뷰 정성] "이게 결제 버튼인가?" (참여자 3) → 버튼 레이블 모호함"왜 여기 있어요?" (참여자 5) → 레이아웃 기대와 불일치[해석] 완료는 하지만 망설임 존재 → 버튼 위치 + 레이블 수정 필요정량은 '증상'을 알려준다. 정성은 '원인'을 알려준다. 둘이 합쳐져야 '해결책'이 나온다. 9년 차의 깨달음 UX 기획 9년 차. 지금 알게 된 것.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한다. 근데 전부를 말하지도 않는다. Maze 리포트의 85% 성공률. 거짓말 아니다. 40명 중 34명이 실제로 완료했다. 근데 그 과정의 망설임, 당황, 불편함. 그건 숫자에 안 나온다. 한 유저의 불편이 전체 경험을 대표할 수 있다. 참여자 23번. 4분 50초 걸린 그 사람. 통계적으로는 이상치(outlier)다. 제거해도 된다. 근데 실제 서비스에서 그 사람 같은 유저가 100명이면? 그들은 이탈한다. 리뷰에 "불편하다"고 쓴다. 숫자에는 안 나오지만 비즈니스에는 타격이다. 정량과 정성의 균형 초반에는 정량 데이터만 믿었다. "숫자가 진실이야." 중반에는 정성 리서치에 빠졌다. "유저 목소리를 들어야 해." 지금은 안다. 둘 다 필요하다. 둘 다 불완전하다. 정량 데이터는 '무엇'을 알려준다. 큰 그림. 트렌드. 패턴. 정성 데이터는 '왜'를 알려준다. 맥락. 이유. 감정. '무엇'만 알면 개선 방향을 모른다. '왜'만 알면 규모를 모른다. 둘을 겹쳐야 완전해진다. 이제 하는 것 요즘은 Maze 리포트를 열 때 이렇게 한다.평균값을 본다 (전체 경향) 분포를 본다 (극값과 중앙값) 이상치를 본다 (문제의 신호) 인터뷰 녹취를 겹친다 (이유 파악) 해석을 쓴다 (무엇 + 왜 = 어떻게)그리고 팀한테 공유할 때 이렇게 말한다: "Maze에서는 85%가 성공했어요. 근데 인터뷰에서는 망설임이 있었어요. 둘 다 맞는 얘기예요. 85%는 완료했지만, 과정이 불편했다는 거죠. 개선이 필요해요." PM은 가끔 불평한다. "데이터도 믿고 인터뷰도 믿어야 하면 뭘 믿어요?" 나는 답한다. "둘 다요. 근데 다른 걸 믿는 거예요."정량 데이터는 '무엇'을, 정성 데이터는 '왜'를 말한다. 둘 다 진실이다. 근데 다른 진실이다. UX 기획자의 일은 두 진실을 연결하는 거다. 그래야 '어떻게' 개선할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