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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인터뷰
- 28 Dec, 2025
유저 인터뷰 섭외, 왜 이렇게 어려울까
또 섭외 실패 이번 주 인터뷰 3명 잡았다. 2명이 당일 취소. "갑자기 일정이..." 문자 왔다. 리서치 일정 2주 밀렸다. 기획팀에서 "언제 결과 나와요?" 슬랙 날아왔다. 대답 못 했다. 유저 인터뷰 섭외. 9년 했는데 아직도 어렵다. 매번 똑같은 병목이다.타겟 유저, 어디 있나 '앱 결제 경험 있는 30대 여성 유저'. 조건이다. DB에 10,000명. 거기서 필터링하면 1,200명. 이메일 보낸다. 응답률 3%. 36명. 그 중에 스크리닝 통과하는 사람. 15명. 실제 일정 잡히는 사람. 7명. 당일까지 오는 사람. 5명. 5명 인터뷰하려고 1,200명한테 메일 쏜다. 효율 0.4%. 문제는 여기서 시작이다. 우리 서비스 MAU 50만. 근데 타겟 유저는 "특정 기능 3회 이상 사용한 20대 남성". 이러면 500명도 안 된다. 500명한테 연락해서 5명 모은다. 근데 이번엔 "비사용자 인터뷰 필요해요". 그럼 DB 밖으로 나간다. 설문 패널 쓴다. 응답 퀄리티 낮다. "귀하의 서비스 이용 빈도는?" 에 대충 체크한 거 티 난다. 인터뷰 와서 "저 그거 안 써봤는데요" 한다. 리크루팅 업체 쓴다. 1명당 15만원. 5명이면 75만원. "리서치 예산이 너무 높아요" 시작된다. 지인 소개받는다. "제 친구가 그거 써요". 근데 친구라 솔직한 피드백 안 나온다. "좋은데요?" 만 나온다. SNS 공고 올린다. "인터뷰 참여자 모집, 소정의 사례 지급". 댓글 10개. 실제 연락되는 사람 3명. 조건 맞는 사람 0명. 타겟 유저 찾는 데만 1주일. 인터뷰 준비는 언제 하나.시간 조율의 지옥 유저를 찾았다. 이제 일정이다. "평일 낮 1시간 가능하세요?" 물어본다. "저 직장인인데요" 온다. "그럼 저녁은요?" "7시 이후 힘들어요" 온다. "주말은요?" "주말은 안 되고요". 5명 각자 가능한 시간이 다 다르다. 내 스케줄이랑 맞추면 3명. 회의실 예약한다. 다음 주 화요일 3시. 유저한테 확정 메일 보낸다. 월요일 오후. "죄송한데 내일 안 될 것 같아요". 슬랙 온다. 다시 조율한다. 대체 참여자 찾는다. 급하게 연락한다. "이틀 뒤 가능하세요?" "다음 주는요?" 온다. 일정 다시 미뤄진다. 기획 일정도 미뤄진다. 개발 일정도 미뤄진다. "그냥 인터뷰 없이 진행하면 안 돼요?" 개발팀에서 온다. 안 된다. 안 되는데 설득력이 없다. 재택 유저는 더 어렵다. "아무 때나 돼요" 한다. 근데 당일 되면 "깜빡했어요" 한다. 리모트 인터뷰로 바꿨다. Zoom 링크 보낸다. 시간 되면 안 들어온다. 5분 기다린다. 10분 기다린다. "아 시간 착각했어요" 15분 늦게 온다. 60분 인터뷰가 45분으로 줄어든다. 질문 다 못 한다. 시간 조율로 2주. 실제 인터뷰는 3일. 비율이 이상하다. 참여 유도, 사례비의 딜레마 "참여하시면 소정의 사례 드립니다". 문구다. 소정이 얼마냐가 문제다. 3만원 기프티콘. 응답 없다. 5만원. 조금 온다. 10만원. 제대로 온다. 근데 10만원 × 5명 = 50만원. 여기에 리크루팅 비용, 장소 대관, 다과. 100만원 넘어간다. "1번 리서치에 100만원이요?" CFO실에서 온다. 설명한다. "왜 꼭 대면이에요?" 온다. 리모트로 바꾼다. 사례비 줄인다. 참여율 떨어진다. 퀄리티 떨어진다. 사례비 높이면 "돈 때문에 오는 사람들 아니에요?" 질문 온다. 맞다. 근데 안 주면 안 온다. 전문 패널은 "인터뷰 프로" 가 된다. 답 패턴이 있다. "사용성이 좀..." "UI가 더..." 정형화된 답변 나온다. 일반 유저는 솔직하다. 근데 섭외가 안 된다. 딜레마다. 한 번은 사례비 15만원 줬다. 참여자 잘 모였다. 근데 상사가 "이거 지속 가능해요?" 물었다. 아니다. 다음 리서치는 5만원으로 했다. 3명 모이는 데 한 달 걸렸다. 사례비 책정 기준이 없다. 매번 협상이다. 매번 설득이다. 매번 지친다.노쇼, 그리고 멘탈 최악은 노쇼다. No-show. 사전 확인 문자 보낸다. "네 참석할게요" 답 온다. 당일 회의실 세팅한다. 다과 준비한다. 녹음 장비 체크한다. 시간 된다. 안 온다. 5분 지난다. 전화한다. 안 받는다. 10분 지난다. 문자 보낸다. 읽음 안 뜬다. 15분 지나서 "아 죄송해요 깜빡했어요 지금 출발하면 30분 걸려요" 온다. 다음 인터뷰까지 1시간 텀. 기다릴 수 없다. "다음 기회에..." 보낸다. 1명 날렸다. 어떤 날은 3명 중 2명 노쇼였다. 그날 1명만 인터뷰했다. 인사이트 부족하다. 다시 섭외해야 한다. 노쇼 방지 방법 찾았다. 전날 리마인드 전화. 당일 아침 문자. 1시간 전 확인 콜. 그래도 노쇼 나온다. "갑자기 애가 아파서" "회사에서 급한 일이"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해한다. 근데 대체 인력 없다. 일정 다시 밀린다. 한 번은 화났다. 3번째 노쇼 유저한테 "다음부턴 사례비 못 드립니다" 메일 쓰려다 지웠다. 의미 없다. 노쇼율 30%. 5명 섭외하려면 7~8명 잡아야 한다. 그럼 예산도 더 든다. 악순환이다. 멘탈 관리가 필요하다. 섭외는 운이다. 운에 일정 맡기는 게 말이 되나. 내부 일정과의 충돌 유저 섭외 어려운 건 외부 요인. 근데 내부도 문제다. 기획팀: "다음 주까지 리서치 결과 필요해요" 나: "섭외 시작한 지 3일인데요" 기획팀: "일정 당겨주세요" 당길 수 없다. 유저가 시간 되는 날 오는 거다.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개발팀: "지금 만들고 AB테스트하면 안 돼요?" 나: "유저 니즈 확인 먼저 해야죠" 개발팀: "그럼 언제 개발 시작해요?" 모른다. 인터뷰 끝나야 안다. 경영진: "이번 달 안에 신기능 릴리즈" 기획팀: "그럼 리서치는 스킵?" 나: "..." 스킵하면 나중에 뒤집어진다. "유저들 이거 안 쓴다는데요?" 나온다. "리서치 안 했어요?" 나온다. 했으면 좋았겠지만 일정이 없었다. 내부 일정은 칼같다. 유저 일정은 물같다. 안 맞는다. 리서치 일정 고정하자고 제안했다. "매달 2주차는 리서치 주간". 기각됐다. "프로젝트마다 다르잖아요". 맞다. 근데 매번 급하게 돌아간다. 매번 섭외 실패한다. 매번 일정 밀린다. 조직이 리서치를 '일정에 끼워넣을 수 있는 것' 으로 본다. 틀렸다. 리서치는 '일정을 만드는 것' 이다. 설득 안 된다. 9년 차인데 아직도 설득 못 한다. 대안 찾기, 그러나 섭외 어려우니까 대안 찾는다. 기존 인터뷰 데이터 재분석. 3개월 전 인터뷰 다시 본다. 근데 맥락이 다르다. 지금 질문 답은 없다. 설문조사로 대체. 빠르다. 근데 'Why' 를 못 판다. 표면적 답만 나온다. CS 데이터 분석. 불만 사항은 나온다. 근데 잘 쓰는 이유는 안 나온다. 편향됐다. 사내 직원 인터뷰. 빠르다. 근데 직원은 유저가 아니다. "나 같으면" 으로 답한다. 게릴라 인터뷰. 카페에서 지나가는 사람 붙잡는다. 재밌다. 근데 타겟 아니다. 쓸 수 없다. 원격 비동기 인터뷰. 영상 녹화해서 보내달라고 한다. 응답률 5%. 영상 퀄리티 낮다. "어... 그냥... 좋은 것 같아요" 나온다. 유저 테스트 플랫폼. UserTesting, Maze. 빠르다. 근데 비싸다. 1명당 8만원. 해외 유저 많다. 한국 유저 풀 적다. 대안은 있다. 근데 완벽한 대안은 없다. 결국 직접 인터뷰가 답이다. 그래서 다시 섭외로 돌아온다. 악순환이다. 섭외 프로세스, 정리는 했다 9년 동안 배운 것들 정리했다. 1주차: 타겟 정의 + DB 필터링 조건 명확히. "30대 여성" 아니라 "최근 3개월 내 결제 경험 있는 30~35세 여성 직장인". 2주차: 1차 컨택 + 스크리닝 이메일 + 문자 + 푸시. 3채널. 응답률 2배. 스크리닝 설문 5문항 이하. 길면 안 한다. 3주차: 일정 조율 + 확정 3개 시간대 제시. "이 중 편한 시간 알려주세요". 확정 후 캘린더 초대. 리마인더 자동화. 4주차: 리마인드 + 인터뷰 진행 전날 전화. 당일 아침 문자. 1시간 전 확인. 노쇼 대비 1명 여유 섭외. 5주차: 분석 + 정리 녹취록 정리. 인사이트 추출. 페르소나 업데이트. 5주 프로세스다. 한 달 넘는다. "빠르게 할 수 없어요?" 질문 나온다. 없다. 프로세스 만들어도 매번 예외 상황 나온다. "이번엔 타겟이 희귀해서", "이번엔 일정이 촉박해서". 정리는 됐다. 근데 실행은 여전히 어렵다. 근본 원인, 생각해봤다 왜 섭외가 어려울까. 9년 동안 생각했다. 유저 입장에서 메리트가 없다. 1시간 내서 인터뷰하면 5만원. 시급 5만원. 나쁘지 않다. 근데 이동 시간, 준비 시간 포함하면 시급 2.5만원. 별로다. 리서치의 가치를 모른다. "제 의견이 도움 돼요?" 물어본다. 된다. 근데 믿지 않는다. "어차피 안 반영되겠죠" 생각한다. 맞을 때도 있다. 신뢰가 없다. "개인정보 어떻게 써요?" 물어본다. "녹음 어디 가요?" 걱정한다. 리서치 회사 믿지 않는다. 정보 유출 사례 많았다. 바쁘다. 진짜 바쁘다. 직장인은 평일 낮 안 된다. 저녁엔 피곤하다. 주말엔 쉬고 싶다. 인터뷰? 우선순위 밀린다. 피로도 높다. 요즘 모두가 설문, 인터뷰, 리서치 요청한다. 카드사, 통신사, 쇼핑몰, 앱. 지겹다. 또 인터뷰 요청 오면 무시한다. 근본 원인은 하나다. 우리 리서치가 유저 삶에 침입하는 것 이다. 유저는 바쁘다. 우리 서비스 생각 안 한다. 우리가 궁금한 거지 유저가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 프레임이 바뀌지 않으면 섭외는 계속 어렵다. 그래도 해야 한다 어렵다. 근데 해야 한다. 지난주 인터뷰. 3주 섭외 끝에 만난 유저. 32세 여성. 앱 3년 쓴 유저. "이 기능 왜 여기 있어요? 찾기 어려운데" 말했다. 우리는 몰랐다. 클릭율 데이터로는 안 보였다. "결제 전에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요. 실수로 누를까봐 불안해요" 말했다. 우리는 '원클릭 결제' 가 편하다고 생각했다. 틀렸다. "고객센터 챗봇 답답해요. 사람이랑 얘기하고 싶은데 못 찾겠어요" 말했다. 데이터로는 '챗봇 해결율 68%' 였다. 근데 32%는 포기한 사람이었다. 1시간 인터뷰에서 나온 인사이트. 3주 기다린 값어치 한다. 기획 바뀌었다. 기능 위치 옮겼다. 확인 단계 추가했다. 상담원 연결 버튼 노출했다. 다음 달 지표 나왔다. 전환율 12% 올랐다. 이탈률 8% 줄었다. CS 문의 15% 감소했다. "리서치 효과 있네요" CFO실에서 연락 왔다. 그제야 예산 늘었다. 섭외 어렵다. 시간 오래 걸린다. 비용 든다. 멘탈 깎인다. 그래도 한다. 유저 목소리 듣지 않으면 우리는 추측으로 만든다. 추측은 틀린다. 섭외는 리서치의 시작이다. 여기서 막히면 아무것도 못 한다. 어렵지만 계속 한다. 더 나은 방법 찾는다. 포기는 안 한다.유저 인터뷰 섭외, 3주 걸렸다. 다음 주에 또 시작한다. 이게 내 일이다.
- 14 Dec, 2025
설문 문항 하나 때문에 3시간 회의한 날
오전 10시, 회의실 설문 문항 검토 회의다. 30분 잡았다. "이 문항 어때요? '서비스 이용에 만족하십니까?'" 마케팅팀 대리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포괄적이에요. 무엇에 대한 만족인지 명확하지 않아요." "그럼 뭐가 문제인데요?" 설명을 시작했다. 만족도라는 게 단일 차원이 아니라는 것. 기능 만족, 디자인 만족, 속도 만족이 전부 다르다는 것. "그럼 이렇게 하죠. '서비스 기능에 만족하십니까?'" 여전히 안 된다. '기능'도 애매하다. 검색 기능인지, 결제 기능인지, 알림 기능인지.회의실에 침묵이 흘렀다. 데이터팀 팀장이 말했다. "근데 너무 세분화하면 문항 수가 너무 많아지는데요?" 맞는 말이다. 설문 길이와 정확성의 트레이드오프. 항상 마주하는 딜레마다. 문항 설계의 함정 설문 문항 하나 만드는 게 이렇게 어렵다. 지난주에 진행한 설문이 있었다. "신기능을 자주 사용하십니까?" 라고 물었다. 결과는 70%가 "그렇다"였다. 우리는 좋아했다. 신기능이 잘 먹힌다고. 그런데 GA4 데이터를 보니 이상했다. 실제 사용률은 35%였다. 응답과 실제가 달랐다. 문제는 '자주'였다. 누구에게는 주 1회가 자주고, 누구에게는 하루 5회가 자주다. 주관적 표현이 데이터를 망쳤다. 리서치 결과를 가지고 기획 방향을 잡았는데, 그게 틀렸다는 얘기다. 3주 작업이 날아갔다. 그때부터 문항 하나에 집착한다. 단어 하나, 문장 구조 하나가 결과를 바꾼다.회의는 계속됐다 11시가 됐다. 아직도 같은 문항이다. "이렇게 물으면 어때요? '지난 한 달간 검색 기능을 몇 회 사용하셨습니까?'" 좋아졌다. 구체적이다. 기간도 명확하고, 기능도 명확하고, 빈도도 숫자로 받는다. 그런데 개발팀장이 손을 들었다. "사용자가 정확히 기억할까요? 저도 제가 한 달에 검색 몇 번 했는지 모르는데." 또 막혔다. 회상 오류. 리서치 방법론 수업에서 배운 개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부정확하게 기억한다. 특히 반복적 행동은 더 그렇다. "그럼 선택지를 주면 어떨까요? 0-5회, 6-10회, 11-20회, 21회 이상." 구간을 나누면 회상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구간이 비대칭인데요?" 마케팅 팀장이 지적했다. "앞은 5회씩 나누고 뒤는 10회씩 나누면 왜곡 아닌가요?" 맞다. 구간 설정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0-10회, 11-20회로 나누면 분포가 달라진다. 점심시간을 넘겼다 12시 반. 아직도 회의 중이다. 배가 고프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다. 이 문항으로 1500명한테 설문을 돌린다. 잘못 만들면 1500개의 쓸모없는 응답이 생긴다. "처음으로 돌아가죠. 우리가 진짜 알고 싶은 게 뭐죠?" 내가 물었다. 회의의 기본이다. 목적으로 돌아가기. "신기능이 사용자에게 유용한지 알고 싶어요." 프로덕트 오너가 답했다. "그럼 '유용함'을 어떻게 측정할 건데요?" 침묵. 유용함도 애매한 개념이다. 만족도처럼. "사용 빈도로 측정할까요? 아니면 만족도로 측정할까요?" 두 개는 다르다. 자주 쓰지만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선택지가 없어서 쓰는 경우. 반대로 자주 안 쓰지만 만족할 수도 있다. 필요할 때만 쓰는 기능이면."둘 다 물어야 할 것 같은데요." 결국 문항이 2개가 됐다. 하나는 행동 측정, 하나는 태도 측정. 행동: "지난 한 달간 [기능명]을 사용한 횟수를 선택해주세요." 태도: "[기능명]이 귀하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습니까?" 두 번째 문항도 또 논쟁이 시작됐다. '문제 해결'이 명확한가. 어떤 문제인가. 1시, 드디어 문항 하나가 완성됐다. 정확히는 두 개가 됐지만. 3시간 걸렸다. "[기능명]을 지난 한 달간 사용한 횟수를 선택해주세요.사용하지 않음 1-3회 4-7회 8-15회 16회 이상""[기능명]을 사용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까?전혀 도움 안 됨 별로 도움 안 됨 보통 도움 됨 매우 도움 됨 ※ 사용하지 않은 경우 '해당 없음' 선택"구간은 로그 스케일로 조정했다. 초기 사용자와 파워 유저를 동시에 잡기 위해. '문제 해결' 대신 '원하는 결과'로 바꿨다. 더 포괄적이고 덜 무겁다. 5점 척도는 리커트 표준. 홀수로 해야 중립 선택지가 생긴다. 이것도 논쟁이 있었지만 일단 표준을 따랐다. "해당 없음" 선택지를 추가했다. 사용 안 한 사람이 억지로 답하면 데이터가 오염된다. 회의 끝, 생각 시작 회의실을 나왔다. 점심을 먹으러 갔다. 동료가 말했다. "문항 하나에 3시간은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침에는.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3시간이 아깝지 않다. 잘못된 문항으로 설문 돌리면 3주가 날아간다. 3시간은 투자다. 리서치의 정확성은 문항 설계에서 시작된다. 측정 도구가 잘못되면 측정 결과도 잘못된다. 물리학 실험처럼. 자가 휘어져 있으면 길이를 정확히 잴 수 없다. 설문도 마찬가지다. 문항이 애매하면 응답도 애매하다. 애매한 데이터로는 정확한 결론을 낼 수 없다. "우리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한다고 하잖아요." 동료가 끄덕였다. "그 데이터의 품질은 질문의 품질에 달렸어요. 질문이 엉망이면 데이터도 엉망이고, 의사결정도 엉망이죠." 오후 3시, 다시 검토 회의실로 돌아왔다. 이번엔 혼자. 완성된 문항을 다시 봤다. 정말 완성된 걸까. 체크리스트를 꺼냈다. 늘 쓰는 거다.명확성: 질문이 하나의 의미만 갖는가? - OK 구체성: 시간, 대상, 범위가 명확한가? - OK 중립성: 유도 질문이 아닌가? - OK 측정 가능성: 응답자가 답할 수 있는가? - OK 일관성: 다른 문항과 모순 없는가? - 확인 필요전체 설문 흐름을 봤다. 20개 문항. 우리가 만든 건 15번, 16번 문항이다. 앞뒤 맥락을 확인했다. 14번 문항: "새로운 기능을 알고 계셨습니까?" 15번 문항: "[기능명]을 지난 한 달간 사용한 횟수..." 16번 문항: "[기능명]을 사용했을 때, 원하는 결과를..." 흐름이 자연스럽다. 인지 → 행동 → 태도. 리서치 프레임워크와 일치한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보였다. 14번에서 "모름"을 선택한 사람은 15번, 16번을 스킵해야 한다. 조건부 질문 로직이 필요하다. 설문 도구 설정에 추가해야 한다. 디테일의 연쇄 문항 하나가 다른 문항에 영향을 준다. 15번에서 "사용하지 않음"을 선택하면 16번에서 "해당 없음"이 자동 선택되어야 한다. 응답자 경험을 생각하면 그렇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짜증 난다. 설문 이탈률이 올라간다. 완료율이 내려간다. 데이터 품질이 떨어진다. 이런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문항 설계는 단순히 질문을 만드는 게 아니다. 응답자 여정을 설계하는 거다. UX 기획과 같다. 사용자 플로우를 그리듯이 응답 플로우를 그린다. Figma를 열었다. 설문 플로우를 그렸다. 시작 → 스크리닝 → 인지도 → 사용 경험 → 만족도 → 개선 의견 → 인구통계 → 종료 각 단계에서 분기 조건을 표시했다. 조건부 로직 6개. 스킵 로직 4개. 이걸 설문 도구에 구현해야 한다. 그것도 일이다. 오후 5시, 테스트 설문을 직접 응답해봤다. 연구원이 해야 하는 기본 중 기본이다. 자기가 만든 설문을 자기가 풀어보기. 1분 30초 걸렸다. 20개 문항. 적당하다. 3분 넘어가면 이탈률이 확 오른다. 그런데 11번 문항에서 걸렸다. "귀하의 직업을 선택해주세요." 선택지가 10개다. 너무 많다. 5개로 줄이고 "기타"를 추가하는 게 낫다. 또 수정이다. 11번 수정하면 전체 번호가 밀린다. 15번, 16번이 16번, 17번이 된다. 조건부 로직 설정도 다시 해야 한다. 이런 게 쌓인다. 수정이 수정을 낳는다. 그래서 처음에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문항 하나에 3시간 쓰는 이유다. 파일럿 테스트 동료 5명에게 설문을 보냈다. 내부 테스트다. "10분 안에 풀어주시고, 이상한 부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30분 후 피드백이 왔다. "15번 문항 구간이 이상해요. 1-3회는 너무 적고 16회 이상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16번 문항에서 '원하는 결과'가 애매해요. 무슨 결과요?" "왜 중간에 기능 이름이 계속 반복돼요? 한 번만 나와도 될 것 같은데요." 피드백 3개. 모두 타당하다. 구간은 다시 조정했다. 1-2회, 3-5회, 6-10회, 11-20회, 21회 이상. 좀 더 세분화됐다. 초기 사용자 구간을 쪼갰다. '원하는 결과' 옆에 예시를 추가했다. (예: 필요한 정보 찾기, 작업 완료하기) 기능 이름은... 반복이 맞다. 각 문항이 독립적으로 이해돼야 한다. 응답자가 앞 문항을 기억한다고 가정하면 안 된다. 이건 설득했다. 근거를 댔다. 응답 오류를 줄이려면 맥락을 매번 제공해야 한다고. 오후 6시, 최종안 설문 최종안이 나왔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8시간. 문항 1개 완성하는 데 3시간, 전체 다듬는 데 5시간. 하루가 갔다. 다른 일은 못 했다. 그런데 후회는 없다. 이제 이 설문으로 1500명에게 물어볼 수 있다. 정확한 질문. 정확한 응답. 정확한 데이터. 정확한 인사이트. 이게 리서치의 가치다. 다음 주에 설문이 나간다. 응답률 목표는 30%. 450개 응답. 그 데이터로 기획 방향을 잡는다. 다음 분기 로드맵에 반영된다. 만약 문항이 잘못됐다면? 450개의 쓸모없는 응답. 잘못된 방향. 3개월 낭비. 3시간이 3개월을 살린다. 퇴근길 생각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리서치는 과학이다. 정확성이 생명이다. 문항 하나가 대충이면 전체가 대충이 된다. 설문은 체인처럼 연결돼 있다. '유저 리서치 비용이 너무 높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맞다. 높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부정확한 리서치 비용은 더 높다. 잘못된 방향으로 개발하는 비용. 다시 뒤집는 비용. 그걸 설득하는 게 내 일이다. 9년 차가 됐지만 여전히 어렵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고 하면서 데이터 품질은 신경 안 쓴다. 모순이다. 질문이 틀리면 답도 틀리다. Garbage in, garbage out. 집에 왔다. 노트북을 켰다. 최종 설문안을 다시 봤다. 완벽하진 않다. 완벽한 설문은 없다. 하지만 최선은 다했다. 내일 아침 마케팅팀에 공유한다. 승인받으면 설문 도구에 세팅한다. 다음 주 월요일 발송. 2주간 데이터 수집. 그다음 주 분석. 한 달 프로젝트다. 문항 하나에서 시작하는.3시간 회의. 아깝지 않다. 정확성이 전부다.
- 11 Dec, 2025
남편이 '또 퇴근 늦네'라고 할 때, 나는 뭘 하고 있나
남편이 '또 퇴근 늦네'라고 할 때, 나는 뭘 하고 있나 6시 30분, 남편의 메시지 남편 메시지가 왔다. "나 퇴근. 저녁 뭐 먹지?" 나는 회의실에 있다. 유저 인터뷰 4번째. 아직 2명 남았다. 답장을 친다. "7시 반쯤? 미안." "또?" 또다. 맞다. 이번 주만 세 번째다. 남편은 개발자다. 같은 회사, 다른 팀. 그는 6시에 퇴근한다. 코드 커밋하고, 슬랙 끄고, 집에 간다. 깔끔하다. 나는 UX 기획자다. 6시에 퇴근한다는 건 이론상 가능하다. 실제로는 아니다.왜 UX 기획은 6시에 끝나지 않나 이유를 말하겠다. 첫째, 유저 인터뷰는 유저 시간에 맞춘다. 직장인 유저는 7시 이후에만 가능하다. "6시는 안 되세요? 퇴근 시간이라..."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가 기다린다. 둘째, 인터뷰 끝나고 정리한다. 녹취록 들으면서 인사이트 메모. 이게 1시간. "내일 하면 되지 않나요?" 아니다. 맥락이 사라진다. 인터뷰할 때의 뉘앙스, 표정, 말투. 그게 다음날이면 흐릿하다. 셋째, 갑자기 터진다. 오늘도 그랬다. 5시 50분에 PM이 슬랙 날렸다. "내일 경영진 보고인데, 유저 반응 데이터 좀..." 10분 남았다. 근데 해야 한다. 안 하면 내일 회의에서 "UX팀은 뭐 했어요?" 듣는다. 넷째, 혼자 있어야 집중된다. 낮에는 회의, 협업, 질문 답변. 정작 내 일은 저녁에 한다. Figma 켜고, 유저 저니 맵 그리고, 와이어프레임 수정. 이게 몰입의 시간이다. 남편은 이해 못 한다. "그냥 내일 하면 안 돼?" 안 된다. 설명했다. 여러 번. 근데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상하다. 코드는 명확하다. 오늘 커밋, 내일 리뷰. 경계가 있다. UX는 경계가 없다. 유저 행동은 24시간이고, 인사이트는 샤워할 때 떠오르고, 개선안은 주말에 생각난다. 화요일 저녁 8시 30분 집에 도착했다. 8시 반. 남편은 소파에서 넷플릭스 보고 있다. "어, 왔어? 저녁 먹었어?" "응, 회사에서." "또 김밥?" "편의점 도시락." 한숨 쉬는 소리. 작지만 들린다. 나도 안다. 이게 좋지 않다는 거. 결혼 3년 차. 아직 아이 없다. 계획은 있다. 근데 이 패턴으로는 안 된다. 앉았다. 노트북 꺼냈다. "잠깐만, 인터뷰 정리 좀..." "지금?" "30분만." 남편이 TV를 껐다. 이건 신호다. 할 말 있다는 거."여보, 우리 얘기 좀 하자." 알았다. 이 대화가 올 줄. 개발자 남편 vs UX 기획자 아내 남편이 말했다. 차분하게. "나는 6시에 퇴근해. 너도 6시 퇴근이잖아. 근데 왜 너는 항상 늦어?" 설명했다. 위에 쓴 이유들. 유저 인터뷰, 갑작스런 요청, 정리 시간. "그건 알아. 근데 매일이잖아." 매일은 아니다. 이번 주가 특히 심했다. 리서치 스프린트 기간이라. "다음 주는 괜찮아. 인터뷰 끝나면..." "지난달에도 그랬잖아. '이번만'이라고." 맞다. 지난달도 그랬다. 그땐 신규 서비스 런칭 전이었다. AB테스트 데이터 모니터링하느라. 남편이 계속했다. "나는 코드 짜. 버그 고쳐. 근데 6시 되면 끝이야. 물론 온콜 있으면 다르지. 근데 평소엔 끝나. 왜 UX는 안 끝나?" 좋은 질문이다. 나도 궁금하다. "UX는 사람 일이야. 사람은 예측 안 돼. 인터뷰이가 30분 늦으면 우리도 30분 늦어지고. 데이터 이상하면 다시 확인해야 하고." "그럼 일정을 여유롭게 잡든가." "그럼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들어." 남편이 한숨 쉬었다. "그게 문제야. 너는 항상 남 눈치 봐." 그건 아니다. 눈치가 아니라... 뭐지? 책임감? 완벽주의? 아니, 솔직히 말하면 불안이다. "UX가 뭐 하는 팀이에요?" 소리 들을까 봐. 리서치 예산 깎일까 봐. "그냥 빨리 만들고 AB테스트 하죠" 말 나올까 봐. 말 못 했다. 너무 솔직한 거 같아서. 같은 회사, 다른 세계 재밌는 건 우리 같은 회사 다닌다는 거다. 출근 시간 같다. 9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회의 몇 개야?" 물어본다. 점심 가끔 같이 먹는다. 사내 카페에서. 근데 일하는 방식은 완전 다르다. 남편 팀은 2주 스프린트다. 지라 티켓 명확하다. "로그인 API 개선", "결제 모듈 버그 수정". 시작과 끝이 있다. 코드 리뷰 받고, 머지하고, 배포. 끝. 우리 팀은 애매하다. "유저 이탈률 개선", "전환율 향상". 목표는 있는데 정답은 없다. 리서치하고, 가설 세우고, 검증하고, 다시 리서치. 순환이다. 남편은 성과 측정이 명확하다. "이번 스프린트에 10개 머지했어." "버그 5개 고쳤어." 숫자다. 나는 애매하다. "유저 인터뷰 8명 했어. 인사이트 12개 도출." 근데 그게 비즈니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3개월 후에 알까? 아닐 수도. 남편 팀 회의는 30분. 스탠드업. "어제 뭐 했고, 오늘 뭐 하고, 블로커는 뭐." 끝. 우리 팀 회의는 1시간. 아니, 1시간 30분. "이 데이터가 의미하는 게 뭘까요?" "유저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요?" 해석의 시간. 남편은 말한다. "답 없는 회의는 시간 낭비 아니야?" 아니다. UX에서는 '답 찾는 과정' 자체가 일이다.9년 차의 고민 솔직히 말하겠다. 나도 헷갈린다. 이게 맞나? 9년 차다. UX 기획 9년. 신입 때는 몰랐다. "유저를 위해!" 외쳤다. 밤새워도 괜찮았다. 리서치가 재밌었다. 지금은 피곤하다. 유저 인터뷰 100번 넘게 했다. 패턴이 보인다. "불편해요", "복잡해요", "잘 모르겠어요". 비슷하다. 새로운 인사이트? 1년에 2~3개? 데이터 대시보드 매일 본다. GA4, Hotjar, Amplitude. 숫자가 바뀐다. 근데 왜 바뀌는지는... 가설일 뿐. 기획안 쓴다. 200페이지. PM한테 공유한다. "좋네요. 근데 개발 리소스가..." 반영 안 된다. 3개월 후에 축약 버전으로 나간다. 내 기획의 30%쯤? 그럼 나는 뭐 한 거지? 남편은 명확하다. 코드 짰다. 서버 올라갔다. 유저가 쓴다. 기여 명확. 나는? 간접적이다. "UX팀 덕분에 개선됐어요" 들어본 적 없다. "개발팀 고생했어요"는 맨날 들어도. 9년 차인데 성장하는 느낌이 없다. 신입 때는 매일 배웠다. 리서치 방법론, 분석 툴, 기획 프레임워크. 지금은? 같은 일 반복. 인터뷰하고, 분석하고, 기획하고, 안 되고. 루프. 후배들 보면 불안하다. 26살 주니어는 AI 툴 쓴다. ChatGPT로 퍼소나 초안 만들고, Midjourney로 무드보드 뚝딱. 나보다 빠르다. "시니어는 경험이 다르죠." 위안이다. 진짜? 경험이 경쟁력? AI가 100개 케이스 학습하면? 남편은 걱정 없다. 개발자는 수요 많다. 코딩 실력만 있으면 이직 쉽다. 연봉 올리기도. UX 기획자? 채용 공고 적다. "경력 3~5년, Figma 능숙자, 리서치 가능자, 기획 경험 필수." 요구는 많은데 자리는 적다. 9년 차의 선택지. 관리자 되거나, 전문가로 남거나. 관리자는 싫다. 사람 관리, 예산 관리, 정치. 그럴 거면 차라리 PM 했다. 전문가로 남으면? 10년 차, 15년 차 UX 기획자가 뭐 하는지 모르겠다. 주변에 없다. 다들 PM 전환하거나, 프리랜서 됐거나, 창업했거나. 내 미래가 안 보인다. 퇴근 후의 퇴근 남편이랑 대화 끝났다. 결론은 없었다. "이해해. 근데 힘들어" vs "나도 알아. 근데 어쩔 수 없어". 노트북 껐다. 오늘은 인터뷰 정리 안 한다. 남편이랑 영화 봤다. 스릴러. 집중 안 됐다. 머릿속으로 오늘 인터뷰가 돌아갔다. "이 기능 왜 여기 있어요?" 유저가 물었다. 좋은 질문이다. 나도 궁금하다. 기획한 사람한테 물어봤는데 "예전에 누가 넣었대요." 레거시. UX에도 레거시가 있다. 기능 레거시, 플로우 레거시, "원래 그랬어요" 레거시. 영화 끝났다. 11시. 씻고 누웠다. 남편은 금방 잤다. 나는 핸드폰 봤다. UX 커뮤니티 글. "UX 주니어인데요, 포트폴리오 뭐 넣어야 할까요?" "유저 리서치 없이 기획만 하는 거 정상인가요?" "UX 기획자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전환 어떤가요?" 다들 고민한다. 나만 헷갈리는 게 아니구나. 댓글 달려다가 지웠다. 뭐라고 답하지? "9년 차도 헷갈려요"? 도움 안 된다. 핸드폰 내려놨다. 천장 봤다. 내일도 인터뷰다. 3명. 그리고 데이터 리뷰 회의. 그리고 기획안 수정. 그리고 퇴근은... 7시? 8시? 남편이 또 물을 것이다. "오늘은 제때 와?" "응, 올게." 말할 것이다. 근데 확신은 없다. 진짜 문제 문제는 늦게 퇴근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유저를 위해서? 9년 전엔 그랬다. 지금은... 습관? 회사를 위해서? 회사는 내가 8시까지 남아있길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워라밸 챙기세요" 말한다. 내 커리어를 위해서? 이게 커리어에 도움 되나? 야근한다고 승진 빠른 것도 아니고. 그럼 왜? 불안이다. 확신이 없어서. "이 기획 맞아?" 모르겠다. 리서치 더 해야 할 것 같다. "이 데이터 충분해?" 아닐 것 같다. 샘플 더 모아야 할 것 같다. "이 인사이트 설득력 있어?" 글쎄. 사례 더 찾아야 할 것 같다. 개발자는 다르다. 코드 짠다. 테스트 돌린다. 통과하면 맞다. 실패하면 틀렸다. 명확하다. UX는 회색지대다. "이게 최선인가?" 영원한 질문. 정답 없다. 그래서 계속한다. 한 번 더 확인하고, 한 번 더 다듬고, 한 번 더 검증하고. 결국 완벽주의다. 근데 완벽은 없다. UX에 완벽은 없다. 유저가 다 다르고, 맥락이 다 다르고, 정답이 없는데 완벽을 찾는다. 9년 동안 이랬다. 피곤하다. 남편에게 못한 말 남편한테 못한 말이 있다. 사실 부럽다. 남편 일은 명확하다. 목표, 과정, 결과. 선형적이다. 내 일은 순환이다. 돌고 돈다. "개선했어요" 하면 "더 개선해주세요" 돌아온다. 끝이 없다. 남편은 성취감 있다. 배포하면 보인다. "내가 만든 기능이 서비스에 올라갔어." 뿌듯하다. 나는 애매하다. "내가 기여한 게 뭐지?" 간접적이다. "UX 개선으로 전환율 0.3% 올랐습니다" 근데 내 기여분은? 기획의 30%만 반영됐는데? 0.09%? 남편은 커뮤니티 있다. 개발자 밋업, 오픈소스, 스터디. 많다. UX는 적다. 있긴 있다. 근데 대부분 주니어 위주. 시니어 UX 기획자들은 뭐 하나? 안 보인다. 남편은 이직 쉽다. 링크드인에 헤드헌터 메시지 쌓인다. 나는? 1년에 1~2번? "적합한 포지션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사교 멘트. 부럽다. 솔직히. 근데 말 못 한다. "나도 개발자 부러워" 하면 섭섭해할 것 같아서. 그리고 인정하기 싫어서. 9년 했는데 이제 와서 "내 선택 후회해" 하기는. 그럼에도 근데 이상하게 못 그만둔다. 매일 피곤하고, 불안하고, 확신 없는데. 그만둘 생각은 안 든다. 왜일까? 어제 인터뷰했던 유저 생각난다. 50대 아주머니. 우리 서비스 쓰는데 계속 헤맸다. "이게 어디 있어요?" 물었다. 메뉴 3depth에 숨어있었다. "아이고, 어렵네." 한숨 쉬셨다. 미안했다. 우리가 잘못 만들어서. 인터뷰 끝나고 바로 기획안 수정했다. 메뉴 구조 개선. 3depth → 2depth. PM한테 공유했다. "다음 스프린트에 반영할게요." 2주 후 배포됐다. 다시 그 유저한테 연락했다. "한 번 더 써보실 수 있으세요?" "어머, 이제 찾기 쉽네요." 그 순간. 그 순간 때문에 한다. 자주는 아니다. 1년에 몇 번? 근데 그게 있다. "이거 덕분에 편해졌어요." "전보다 훨씬 낫네요." "드디어 이해됐어요." 그 말 듣는 순간. 9년 치 야근이 괜찮아진다. 잠깐이지만. 개발자는 코드 짓는 재미가 있다. 로직 맞춰지는 재미. 버그 잡는 쾌감. UX 기획자는 유저 반응이다. "이제 됐네요" 그 말. 그게 보상이다. 적다. 불확실하다. 간접적이다. 근데 있다. 그래서 못 그만둔다. 내일 아침 알람 맞췄다. 7시. 내일도 출근한다. 남편이랑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오늘 일찍 와" 할 것이다. "응" 대답할 것이다. 근데 확신은 없다. 인터뷰 일정 봤다. 3명. 마지막이 6시 30분. 1시간 걸리면 7시 30분. 정리까지 하면 8시. 또 늦는다. 남편한테 미리 말해야 하나. "오늘도 늦을 것 같아." 아침에 말하기는 좀 그렇다. 점심 때 말할까. "저녁 인터뷰 있어서..." "또?" 들을 게 뻔하다. 그냥 6시에 말할까. "30분만 더" 그것도 매번 하던 건데. 어렵다. 일보다 이게 더 어렵다. 유저 설득하는 건 쉽다. 데이터 보여주고, 인사이트 설명하고, 개선안 제안. 논리적이다. 남편 설득은 어렵다. "당신도 일 이해해줘" vs "나도 당신 이해해. 근데 매일은 힘들어". 둘 다 맞다. 정답 없다. UX 기획처럼.결국 늦게 들어갈 것이다. 남편은 소파에 있을 것이다. "어, 왔어?" 할 것이다. 나는 "응, 미안" 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반복. 9년 차 UX 기획자의 일상이다. 화려하지 않다. 그냥 이렇다.
- 09 Dec, 2025
Notion에 정리한 인사이트 DB가 내 자산이 된 이유
Notion에 정리한 인사이트 DB가 내 자산이 된 이유 9년 전, 첫 인터뷰 2016년 5월. 첫 유저 인터뷰였다. 녹음기 틀고, 질문지 보면서, 떨렸다. 60분 인터뷰. 녹취록 18페이지. "이거 어디다 정리하지?" 엑셀에 정리했다. 인터뷰 날짜, 참여자 특성, 주요 발언. 그때는 몰랐다. 이게 내 자산이 될 줄.프로젝트 끝나고. 엑셀 파일은 공유 드라이브에. 근데 다음 프로젝트에서. 그 파일 못 찾았다. 폴더가 10개. 파일명도 제각각. "2016_인터뷰_최종_최종_진짜최종.xlsx" 웃긴다. 진짜 최종은 없었다. Notion을 만난 2018년 3년 차 되던 해. Notion 써봤다. 처음엔 개인 메모용. 회의록 정리. 근데 어느 날. 생각했다. "여기다 리서치 정리하면?" 시작했다. 작게. 페이지 하나. "유저 인사이트 DB" 구조는 단순했다.서비스별 분류 (앱, 웹, 키오스크) 카테고리별 태그 (온보딩, 결제, 검색) 날짜, 참여자 특성, 핵심 인사이트처음엔 귀찮았다. 인터뷰 끝나면 녹취록 정리하는데 4시간. 거기다 Notion에 또 정리? 2시간 더. 근데 1개월 지나니까. 페이지가 12개. 3개월 지나니까. 50개 넘었다. 태그가 살아났다. #온보딩_어려움 #중장년층_불편 #결제_이탈 클릭하면 관련 인사이트가 쫙. "이거다." 첫 번째 자산화 순간 2019년 봄. 새 프로젝트 킥오프. "40대 타겟 건강 서비스 기획해야 합니다." PM이 말했다. "유저 리서치 일정 잡죠. 2주 정도?" 나는 Notion 켰다. 검색창에 "#40대" "#건강". 17개 인사이트가 나왔다. 작년 프로젝트 데이터. 재작년 인터뷰 메모. 설문 결과. 30분 만에. A4 3장 정리했다. "40대 유저의 앱 사용 패턴, 주요 불편 사항, 니즈"PM 표정이. "벌써요?" "기존 데이터 활용했어요. 추가 리서치는 검증용으로만." 리서치 일정. 2주에서 3일로 줄었다. 비용도. 800만원에서 200만원. 그때 깨달았다. "내가 쌓은 데이터가 돈이다." 팀장이 말했다. "효율적이네요. 다른 팀원들도 이렇게?" "제 개인 DB라." "공유 가능해요?" "일단 제가 먼저 쓸게요." 욕심이었을까. 근데 이건 내가 9년간 쌓은 거다. 카테고리 체계의 진화 초기 구조는 단순했다. 서비스별, 날짜별. 근데 쌓이니까. 찾기 어렵더라. 2020년. 구조 바꿨다. 1차 분류: 사용자 특성연령대 (20대/30대/40대/50대+) 디지털 리터러시 (상/중/하) 사용 맥락 (출퇴근/업무/여가)2차 분류: 서비스 영역온보딩 (가입/튜토리얼/첫 경험) 핵심 기능 (검색/결제/예약) 콘텐츠 (정보 구조/가독성) 이탈 포인트 (오류/포기/이탈)3차 분류: 인사이트 타입Pain point (불편 사항) Needs (잠재 니즈) Behavior (실제 행동 패턴) Quote (인상적 발언)태그는 자유롭게. #접근성 #중복_클릭 #모달_과다 이 구조로 바꾸니까. 검색이 빨라졌다. 연결이 보였다. "40대 결제 이탈"을 검색하면.5년 전 은행 앱 리서치 3년 전 이커머스 인터뷰 작년 간편결제 설문세 프로젝트가 같은 문제를 말했다. "비밀번호 6자리가 너무 많아요." 이게 패턴이다. 개별 데이터가 아니라. 리서치 비용 절감의 무기 올해 초. 예산 회의. "UX 리서치 예산 3000만원 요청합니다." CFO가 물었다. "작년에도 3000만원. 올해도 3000만원?" "네. 분기당 1회씩 정성 리서치 진행하려면." "기존 데이터 활용은?" 준비했던 슬라이드 켰다. "Notion DB에 누적 인사이트 1,247건. 9년치 데이터." "이걸로 뭘 할 수 있나요?" "신규 리서치 전 가설 수립. 중복 리서치 방지. 타겟별 사전 분석." 예산 2000만원 승인됐다. 근데 실제론. 1500만원만 썼다. DB 덕분이었다.가설 수립 시간: 1주 → 2일 리서치 대상자 수: 15명 → 10명 분석 시간: 2주 → 1주남은 500만원. 팀 회식비로 쓰자고 했는데. 팀장이 내 교육비로 줬다. Maze 라이센스 샀다. 새 프로젝트의 시작점 프로젝트 시작할 때마다. 먼저 Notion 연다. 검색한다. 예를 들어. "시니어 대상 금융 서비스" 기획한다면.#50대+ #금융 검색 → 23건 #디지털리터러시_하 #결제 → 31건 #접근성 #시니어 → 18건겹치는 인사이트 추출."글자 크기 조절 필수" "단계 줄여야 함 (3단계 이상은 포기)" "전화 상담 연결 필요"이걸 기획 원칙으로. 디자이너한테 공유. 디자이너 반응. "와. 이미 리서치 끝났네요?" "기존 데이터예요. 이번엔 검증만 하면 돼요." Figma 프로토타입 나왔을 때. 첫 유저 테스트. 5명. 3명이 완료했다. 첫 시도에서. 보통은. 2~3번 수정 후 50% 성공률인데. PO가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해요?" "9년 데이터니까요." 신입에게 전수하지 않는 이유 작년 말. 신입이 왔다. UX 리서처. 똑똑했다. 열심이었다. 한 달 후. 물었다. "선배님, 리서치 데이터 어디 정리하세요?" "Notion에." "공유해주실 수 있어요?" 고민했다. 3초. "내가 9년간 쌓은 건데." "아. 죄송해요." 미안했다. 근데 솔직히. 이거 내 경쟁력이다. 요즘 채용 공고 보면. "UX 리서처, 경력 3년 이상, 연봉 4500만원" 나는 7200만원 받는다. 이 차이가 뭐겠어. 바로 이 DB다. 9년간 쌓인 1,200개 인사이트. 카테고리화된 유저 페인포인트. 프로젝트마다 재사용 가능한 지식. 신입한테 주면. 내 9년이 3개월로 전수된다. 냉정하다고? 어쩔 수 없다. 회사는 내 DB 값 안 쳐준다. 연봉엔 "리서치 스킬"만 반영된다. 근데 실제 내 가치는. 스킬 + 이 DB다. 이직할 때도 가져간다 작년. 헤드헌터 연락 왔다. "네이버 UX 팀에서 관심 있대요. 연봉 8500만원." 궁금했다. "제 DB 가져갈 수 있나요?" "회사 자산 아니면 가능하죠." 확인했다. 우리 회사 내규. "업무 중 생성한 데이터는 회사 자산" 근데 내 Notion은. 개인 계정이다. 회사 이메일 아니다. 내 Gmail. 애매하다. 법적으론 회사 자산일 수도. 근데 물리적으론 내 소유. 결국 안 옮겼다. 다른 이유로. (판교 출퇴근이 편해서) 근데 만약 옮긴다면. 이 DB는 가져간다. 당연히. 회사는 내 9년을 보상 안 했다. 리서치 보고서는 공유 드라이브에 있다. 근데 인사이트 DB는 내가 개인 시간 들여 만든 거다. 퇴근 후 2시간. 주말 4시간. 녹취록 듣고, 태그 달고, 카테고리 정리하고. 이건 내 자산이다. 후배가 물었다 지난주. 후배가 점심 먹으며. "선배님, Notion DB 진짜 대단한 거 같아요." "그래?" "저도 만들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요?" 조언했다. 진심으로. "일단 오늘부터. 인터뷰 끝나면 핵심 3개만 정리해." "3개요?" "페인포인트 1개, 니즈 1개, 인상적 발언 1개." "그걸 어디에?" "Notion 페이지 하나 파. '인사이트 일기'라고." "카테고리는요?" "나중에 해. 일단 쌓아. 50개 넘으면 패턴 보여." "태그는요?" "자유롭게. 근데 일관성 유지해. #온보딩 쓰면 계속 #온보딩." 후배가 웃었다. "선배님 DB 공유는 안 해주시겠죠?" "당연하지. 너도 9년 쌓아봐." 농담처럼 말했는데. 진심이었다. 이게 내 연금이다 요즘 생각한다. 10년 후. 프리랜서 UX 컨설턴트 하고 싶다. 그때 무기가 뭘까. Figma 스킬? 10년 후엔 AI가 더 잘한다. 리서치 방법론? 책에 다 있다. 근데 이 DB는. 내가 직접 만났던 유저 1,500명. 실제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인사이트 1,200개. 한국 시장, 한국 유저 특화 데이터. 이건 돈 주고 못 산다. 시간 들여야 한다. 9년. 컨설팅 제안서 쓸 때. "보유 인사이트 DB: 1,200건 (9년 누적)" 이 한 줄이. 시간당 30만원과 50만원을 가른다. 클라이언트는 경험 사는 게 아니다. 축적된 지식을 산다. 그래서 이 DB는. 내 연금이다. 관리하는 시간 매주 금요일 오후. 캘린더에 블록 되어 있다. "DB 정리 시간 (1시간)" 이번 주 리서치 내용.인터뷰 3건 → 핵심 인사이트 9개 추출 설문 1건 → 정량 데이터 요약 1개 유저 테스트 → 이슈 5개 정리태그 달고. 카테고리 분류하고. 기존 인사이트랑 연결. 보통 40분 걸린다. 남은 20분은 리뷰. 랜덤으로 옛날 페이지 본다. 2018년 데이터. "20대 결제 선호도" 지금 봐도 유효하다. 가끔. 수정한다. "이건 이제 트렌드 아니네." → 아카이브 "이 인사이트 중요하네." → ⭐️ 표시 1시간 투자. 내 자산 가치 올리는 시간. 주식 공부하는 사람들. 하루 2시간 뉴스 본다. 나는 내 지식 자산 관리한다. 덜 중요한가? 숫자로 보는 가치 계산해봤다. 진짜로. 내 Notion DB:페이지 수: 324개 인사이트 수: 1,247건 태그 수: 89개 누적 시간: 약 450시간 (주당 1시간 × 9년)프로젝트당 절감 효과:리서치 시간: 평균 40시간 → 24시간 (16시간 절감) 리서치 비용: 평균 600만원 → 350만원 (250만원 절감) 기획 시간: 평균 80시간 → 60시간 (20시간 절감)연간 4개 프로젝트 진행한다면:시간 절감: 144시간 (약 18일) 비용 절감: 1,000만원내 시급 4만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절감 가치: 1,576만원 9년 누적: 1억 4,184만원 물론 대충 계산이다. 근데 느낌은 온다. 이게 자산이다. 동료가 물었다 어제. 옆팀 기획자가. "Notion 템플릿 공유 가능해요?" "템플릿은 줄 수 있어요." "오. 감사합니다!" 템플릿 복사해줬다. 구조만. 빈 페이지.📁 서비스별 분류 📁 사용자 특성별 분류 📁 카테고리별 태그 📁 인사이트 타입"이렇게 쓰면 돼요." "안에 예시는요?" "그건 제가 쌓은 거라." 기획자 표정. "아. 네." 미안하지 않았다. 구조는 노하우다. 공유한다. 내용은 자산이다. 안 준다. 요리책 빌려주는 거랑. 냉장고 재료 주는 건 다르다. 앞으로 10년 목표가 생겼다. 2033년까지. 인사이트 3,000개 모으기. 지금 속도면 가능하다. 연간 150개씩 쌓이니까. 그때쯤이면.한국 주요 서비스 유형별 인사이트 연령대/리터러시별 행동 패턴 산업별 UX 페인포인트 맵 10년 트렌드 변화 추적이 정도 되면. 책 쓸 수 있다. "10년간 만난 유저 3,000명의 인사이트" 강의도 할 수 있다. "실전 데이터 기반 UX 설계" 컨설팅 단가도 오른다. "10년 누적 데이터 기반 분석" 은퇴 후에도. 이 DB는 남는다. 내 커리어가 끝나도. 지식은 계속 가치 있다. 마무리하며 오늘도 Notion 켰다. 어제 인터뷰 정리. 35세 남성. 배달앱 유저. "메뉴 사진이 너무 많아서. 스크롤 지쳐요." 태그 달았다. #피로도 #콘텐츠과다 #30대 #배달앱 1,248번째 인사이트. 별거 아닌 것 같다. 근데 10개 모이면 패턴. 100개 모이면 인사이트. 1,000개 모이면 자산. 동료들은 프로젝트 끝나면 잊는다. 나는 기록한다. 그게 차이다. 9년 차와 2년 차의.Notion은 툴일 뿐이다. 중요한 건 꾸준히 쌓는 습관. 그게 결국 내 시장 가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