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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7200만원의 UX 기획자, 정말 이 정도일까?

월급 7200만원의 UX 기획자, 정말 이 정도일까?

월급 7200만원의 UX 기획자, 정말 이 정도일까? 연봉 공개의 민망함 오늘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연봉이요..." 7200만원이라고 했다. 순간 공기가 멈췄다. 후배는 스타트업 5년차. 연봉 5500만원. 나보다 잘하는데. 나는 대기업 9년차. 연봉 7200만원. 딱 호봉제. "와, 부럽다"는 말이 돌아왔다. 근데 나는 별로 안 부럽다. 내 연봉이.퇴근길에 계산했다. 세후 실수령액 540만원. 전세 보증금 대출 이자 120만원. 월세로 치면 비슷하다. 생활비 150만원. 부부 식비, 통신비, 교통비. 저축 200만원. 아이 생기면 불가능한 숫자. 남는 돈 70만원. 9년차 치고는 별로다. 대기업이라 복지는 좋다. 점심 공짜, 헬스장 할인, 경조사비. 근데 이게 연봉을 보상하나. 아니다. 후배의 스타트업은 스톡옵션이 있다. 시리즈 B 받았고, 밸류가 올랐다. 엑싯하면 억 단위다. 나는 없다. 호봉만 오른다. 대기업 UX의 구조적 한계 우리 회사 UX팀은 30명이다. 팀장 1명, 리드 3명, 시니어 10명, 주니어 16명. 연봉 구조는 정해져 있다.주니어(1-3년): 4000-5000만원 시니어(4-7년): 5500-6500만원 리드(8-12년): 7000-8500만원 팀장(13년+): 9000만원+나는 9년차. 리드 직전. 7200만원은 상한선이다. 내년에 리드 승진하면 7800만원. 800만원 오른다. 근데 리드 자리가 3개다. 공석이 없다. 앞선배가 안 나간다. 10년차, 11년차도 대기 중.스타트업 친구들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하다. 친구 A. 스타트업 7년차. CPO. 연봉 9500만원 + 스톡옵션. 친구 B. 프리랜서 6년차. 월 500만원. 연 6000만원이지만 자유롭다. 친구 C. 스케일업 8년차. UX 리드. 연봉 8200만원. 리모트 가능. 나는 9년차. 7200만원. 판교 출퇴근. 리서치 일정에 묶인다. "대기업은 안정적이잖아"라고들 한다. 맞다. 해고 걱정은 없다. 복지도 좋다. 근데 성장은 멈췄다. 연봉도, 커리어도. 실제로 우리 팀 10년차 선배는 이직을 고민한다. "여기서 더 뭘 하나. 팀장 되려면 5년 더 걸려." 리드도 못 되는데 팀장은 먼 얘기다. UX 기획자의 시장 가치는 경력보다 포트폴리오다. 근데 대기업은 포트폴리오 만들기 어렵다. 보안 때문에 외부 공개 불가. 프로젝트는 팀 단위. 개인 기여를 증명하기 애매하다. "A 서비스 리뉴얼 프로젝트 참여" 이게 전부다. 내가 뭘 했는지 안 보인다. 스타트업은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한다. 리서치, 기획, 검증, 런칭. 모든 과정이 내 거다. 포트폴리오에 임팩트가 명확하다. 리서치 비용과 의사결정 오늘 회의에서 또 싸웠다. "유저 리서치에 3주면 너무 길어요." PM이 말했다. 개발자도 동의했다. "일단 만들고 AB테스트 하면 되잖아요." 나는 반대했다. "만들고 나서 뜯어고치면 더 비싸요." 리서치 비용 1500만원. 재개발 비용 1억. 근데 설득이 안 된다. 매번 이런다. 리서치는 '시간 낭비', 빠른 실행이 '정답'. 결국 절충했다. 리서치 1주. 간단히. 유저 인터뷰 10명 → 5명으로 줄였다. 설문 조사 생략. 기존 데이터만 봤다.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런칭 2주 후. 유저 이탈률 급증. "이 기능 왜 이래요?" 불만 접수 200건. 회의 소집. "왜 이렇게 됐죠?" 나는 조용히 말했다. "리서치 부족이었죠." 다시 개발. 3주 소요. 비용 5000만원. 리서치 1500만원 아끼려다 5000만원 썼다. 이게 대기업 UX의 현실이다. 리서치는 비용. 빠른 실행이 미덕. 실패해도 '배웠다'로 끝. 책임은 희석. 스타트업은 다르다. 친구 A의 경우. 리서치 예산 500만원. 자유롭게 쓴다. 실패하면 직접 책임진다. 그래서 더 신중하다. CPO라서 의사결정권이 있다. "이건 리서치 필요해"라고 하면 된다. 나는 9년차인데도 의사결정권이 없다. "제안"만 할 수 있다. 결정은 PM, 팀장. UX는 "자문" 역할. 주도권이 없다. 경력과 연봉의 비례 공식 요즘 채용 공고를 본다. 습관적으로. 다른 회사는 얼마 주나. 궁금하다. 네이버: 8년차 이상, 7500-9000만원 카카오: 7년차 이상, 7000-8500만원 쿠팡: 경력 무관, 8000-10000만원 (능력껏) 토스: 5년차 이상, 7500-9500만원 + RSU 우리 회사는 7200만원. 중간 정도다. 근데 스톡옵션, RSU가 없다. 이게 차이다. 친구 C는 토스 8년차. 연봉 8500만원. 여기에 RSU 2억. 4년 베스팅. 연 5000만원씩 추가. 실질 연봉 1억 넘는다. 나는 7200만원이 전부다. 보너스는 연봉의 300%. 2160만원. 세후 1600만원. 월 133만원씩. 계산해보면 월 실수령액이 670만원 정도. 9년차 UX 기획자. 이게 맞나. 주변 개발자들은 다르다. 같은 9년차. 연봉 9500만원 + 보너스. 시장 가치가 다르다. UX는 '지원' 직군이다. 경력이 쌓여도 연봉은 선형적으로 안 오른다. 1-3년차: 급상승. 4000 → 5500만원. 4-7년차: 완만. 5500 → 6500만원. 8-12년차: 정체. 6500 → 7500만원. 승진하지 않으면 멈춘다. 근데 승진은 자리가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구조가 다르다. 경력보다 '임팩트'. 성과가 곧 연봉. 친구 A는 5년차에 CPO 됐다. 유저 수 10배 성장시켰다. 연봉도 10배. 4500만원에서 9500만원. 2년 만에. 대기업은 불가능하다. 호봉제니까. 아무리 잘해도 연 5% 인상. 360만원. 10년 일해도 1억 안 된다. 안정성의 가격표 남편이 물었다. "이직 생각 있어?" 고민된다고 했다. 남편도 개발자. 9년차. 연봉 1억. 나랑 같은 회사. 같은 년차. 2800만원 차이. "대기업 나가면 후회할 수도 있어." 맞는 말이다. 안정성은 값어치가 있다. 해고 걱정 없음. 복지 좋음. 연금 든든함. 육아휴직 눈치 안 봄. 병가 자유로움. 친구 B는 프리랜서다. 월 500만원. 근데 일 없으면 수입 0원. 보험도 본인 부담. 아플 때 쉬면 돈이 안 들어온다. 그래도 자유롭다고 한다. "나는 내 시간을 파는 거야. 선택권이 있어." 나는 선택권이 있나. 프로젝트 배정은 팀장이 한다. 관심 없는 프로젝트도 해야 한다. 리서치 일정은 PM이 정한다. "이번 주까지 해주세요." 거절 못 한다. 야근은 없다. 칼퇴 가능하다. 근데 그게 전부다. 성장은 멈췄다. 안정성과 성장성. 저울질이다. 지금은 안정성 쪽으로 기울었다. 아이 계획 때문이다. 임신하면 휴직 1년. 복직 보장. 대기업 아니면 어렵다. 출산휴가 90일 + 육아휴직 1년. 급여 80% 지원. 복직 후 승진 불이익 없음. 스타트업은 다르다. 친구 A 얘기. "우리 회사 육아휴직 쓴 사람 없어요." 제도는 있는데 눈치 보인다. 이게 대기업의 장점이다. 제도가 있고, 실제로 작동한다. 근데 대가가 있다. 연봉 상한선. 성장 정체. 의사결정권 없음. 스타트업의 유혹 요즘 링크드인 메시지가 많이 온다. 헤드헌터들. 스타트업 제안. "시리즈 C 스타트업, UX 리드 찾습니다." "연봉 8500만원 + 스톡옵션 0.3%" 계산해봤다. 회사 밸류 3000억. 내 스톡옵션 가치 9억. 4년 베스팅. 엑싯하면 더 오른다. 10억도 가능. 혹한다. 솔직히. 7200만원이 억으로 바뀐다. 근데 리스크도 있다. 시리즈 C 이후 실패 확률 30%. 엑싯 못 하면 스톡옵션은 휴지. 친구 A에게 물었다. "스톡옵션 정말 가치 있어?" "50대 50이야. 회사 잘되면 대박. 망하면 제로." 리스크 감수 못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리스크 감수할 상황이 아니다. 아이 계획. 전세 대출. 부모님 건강. 안정적 월급이 필요하다. 그래도 궁금하다. 만약에. 내가 스타트업 갔으면 어땠을까. 5년 전. 4년차 때 제안 왔었다. 시리즈 A 스타트업. UX 초기 멤버. 연봉 6000만원 + 스톡옵션 1%. 거절했다. 안정성 택했다. 지금 그 회사는 시리즈 D. 밸류 5000억. 내 스톡옵션 가치 50억. 말 그대로 대박. 후회되나. 조금. 근데 그때는 판단할 수 없었다. 9년차의 기로 오늘 후배가 또 물었다. "선배님은 10년 차 되면 뭐 하실 거예요?" 모르겠다고 했다. 리드 승진할지, 이직할지, 그대로일지. 팀장은 5년 후에나 가능하다. 리드는 자리가 나야 한다. 지금대로면 2년은 더 걸린다. 이직은 매력적이다. 연봉 1000만원 이상 올릴 수 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도전. 근데 임신 계획이 변수다. 이직 후 1년 내 임신하면 눈치 보인다. 대기업에서는 문제없다. 프리랜서는 어떨까. 월 600-700만원은 받을 수 있다. 시간 자유. 프로젝트 선택권. 근데 불안정하다. 일감 보장 없음. 육아하면서 프리랜서는 어렵다. 결국 선택은 이거다. 지금 안정성을 택할 것인가. 미래 성장성을 택할 것인가. 9년차 UX 기획자의 연봉 7200만원.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모르겠다. 주변 개발자들보다는 적다. 같은 년차 PM들보다도 적다. UX의 시장 가치가 이 정도다. 근데 스타트업 UX 리드는 더 받는다. 프리랜서 잘하면 더 번다. 대기업 구조의 한계다. 보상의 정의 퇴근하고 남편이랑 얘기했다. "당신은 만족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봉도, 성장도, 의사결정권도. "그럼 뭘 원해?" 모르겠다. 더 많은 돈? 더 큰 권한? 생각해보면 보상의 정의가 애매하다. 연봉만이 보상은 아니다. 대기업의 보상:안정적 월급 좋은 복지 해고 걱정 없음 육아 제도 브랜드 커리어스타트업의 보상:높은 연봉 가능성 스톡옵션 대박 기회 빠른 성장 의사결정권 임팩트 있는 포트폴리오나는 지금 대기업의 보상을 받고 있다. 안정성. 복지. 브랜드. 근데 스타트업의 보상을 원한다. 성장. 권한. 임팩트. 둘 다는 안 된다. 선택이다. 친구 A는 선택했다. 스타트업. 리스크 감수하고 성장 택했다. 친구 B는 선택했다. 프리랜서. 불안정 감수하고 자유 택했다. 나는 아직 선택 못 했다. 안정성에 안주하는 건지, 신중한 건지 구분이 안 된다. 결국 답은 오늘 저녁 GA4 대시보드를 봤다. 우리 서비스 MAU 500만. 내가 기획한 기능. 사용률 23%. 이게 보람이다. 연봉 말고. 내가 만든 게 사람들한테 쓰인다. 근데 이 보람이 7200만원의 가치인가. 아니면 그 이상인가. 이하인가. 스타트업 갔으면 연봉은 더 받았을 것이다. 근데 지금처럼 안정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프리랜서 했으면 자유로웠을 것이다. 근데 지금처럼 큰 프로젝트는 못 했을 것이다. 결국 정답은 없다. 7200만원이 많은지 적은지는 내가 무엇을 가치 있게 보느냐에 달렸다. 지금 나는 안정성을 가치 있게 본다. 아이 계획 때문에. 현실적 이유. 3년 후는 다를 수 있다. 육아휴직 끝나고 복직하면. 그때는 성장을 택할지도. 9년차의 연봉 7200만원. 이게 시장 가치의 전부는 아니다. 내 선택의 결과다. 안정성을 택한 대가. 성장을 미룬 결과. 다음 선택까지 내일 출근하면 똑같은 일상이다. GA4 확인. 유저 인터뷰. 데이터 분석. 연봉 고민은 계속된다. 이직 메시지는 계속 온다. 선택의 기로는 반복된다. 근데 지금은 이 길을 간다. 안정성의 길. 7200만원의 길. 언젠가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그때 후회할까. 아닐까. 모르겠다. 살아봐야 안다. 지금은 이 연봉이 나의 선택이다. 많은 건지 적은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선택한 삶이 가치 있는지. 그게 중요하다.9년 차, 7200만원. 만족도는 70%. 앞으로 30%는 채워갈 것이다.

후배들 보니 UX 트렌드가 작년과 완전히 달라졌다

후배들 보니 UX 트렌드가 작년과 완전히 달라졌다

월요일 아침, 후배 포트폴리오 출근했다. 9시. 메일함에 포트폴리오 하나 들어와 있다. 신입 지원자. 열어봤다. 멈췄다. "AI 기반 퍼소나 생성", "Chat GPT로 유저 인터뷰 시뮬레이션", "Figma AI 프로토타입 자동화".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포트폴리오 본 적 없다. 우리 팀 신입이 1년 전에 낸 건 Maze 테스트 결과랑 인터뷰 녹취록 분석이었다. 커피 마셨다. 두 번째. 뭔가 불편하다. 이게 질투인가. 불안인가. 9년 차다. 경력이 무색해지는 기분.점심시간, 후배와 대화 후배랑 식당 갔다. 3년 차. "언니, 요즘 리서치 어떻게 해요? GPT 활용하세요?" "...아직은 직접 인터뷰 위주야." "아 저는 요즘 GPT한테 먼저 물어봐요. 가설 검증할 질문 리스트 만들고, 예상 답변 시뮬레이션하고. 시간이 반으로 줄어요." 반으로. "근데 실제 유저랑 다르지 않아?" "맞아요. 근데 1차 필터링은 되잖아요. 인터뷰 대상자 모집 전에 방향성 잡고." 논리적이다. 틀린 말도 아니다. "Figjam도 이제 AI로 인사이트 자동 클러스터링 되던데. 언니는 안 써봤어요?" "...아직." "편해요. 포스트잇 200개 붙이면 자동으로 그룹핑해주고, 키워드 추출하고." 내가 3시간 걸려 하던 걸. 밥 먹었다. 맛은 모르겠다.오후 3시, 리서치 결과 정리 책상 앞. Notion 켰다. 지난주 유저 인터뷰 5명 녹취록 정리 중. 2시간째다. "사용자는 로그인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특히 비밀번호 재설정 플로우가..." 타이핑한다. 지운다. 다시 쓴다. 문장 하나하나 고민한다. 뉘앙스 중요하니까. 옆자리 후배. 3년 차 아닌 다른 애. "언니 저 Otter.ai로 녹취록 자동 전사하고 GPT한테 인사이트 추출 시켰어요. 10분 걸렸어요." 10분. "정확해?" "80%는 맞아요. 나머지 20%만 제가 보정하면 되고." 계산했다. 2시간이 30분이 된다. 그럼 나머지 1시간 30분은 뭐 하지? 더 많은 인터뷰? 더 깊은 분석? 아니면 그냥 내가 느린 거? 마우스 잡은 손이 멈췄다. 저녁 6시, 퇴근 전 생각 정리 안 됐다. 오늘 하루. 슬랙에 UX 커뮤니티 글 올라왔다. "AI 시대, UX 리서처의 역할은?" 댓글 스크롤. "이제 단순 리서치는 AI가 하고 우리는 전략만" "인사이트 해석은 여전히 사람 몫" "아니 요즘 GPT가 해석도 잘 하던데" "그래도 유저 공감은 AI 못함" 공감. 내가 9년 동안 쌓은 게 뭔가 생각했다. 유저 인터뷰할 때 미묘한 표정 변화 캐치하는 것. "괜찮아요" 라고 말하지만 목소리 톤이 내려가는 거. 설문에는 "만족"인데 사용 로그는 5분 만에 이탈하는 거. 이건 데이터만으로 안 보인다. GPT는 못 본다. 아직은. 근데 얼마나 "아직"일까?집 가는 길, 판교역 지하철 탔다. 황선선. 옆자리 사람 핸드폰 힐끔. 토스 앱이다. 또 개편됐네. "AI 추천 금융 상품" 메뉴 생겼다. 작년엔 없었다. 앱스토어 리뷰 봤다. "AI 추천 신기하네요" "근데 내가 원하는 게 아닌데" "알고리즘이 날 모르나봐요" 맞다. 이거다. AI는 패턴은 찾는다. 빠르게. 근데 맥락은 모른다. 아직은. 30대 여성, 연봉 7000만원, 판교 거주. 데이터로는 "공격적 투자 성향" 나온다. 근데 인터뷰 해보면? "애 낳으면 일 그만둘 수도 있어요. 안정적으로 가고 싶어요." 이 한 문장. 데이터엔 없다. 밤 10시, 집에서 남편이랑 맥주 마셨다. "오늘 왜 그래. 표정 안 좋아." "후배들 포트폴리오 봤는데, 다들 AI 쓰더라. 나도 배워야 하나." "당연하지. 근데 너 9년 동안 쌓은 게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게... 사라지는 것 같아서." "너 작년에 그 프로젝트. 리서치 결과로 서비스 방향 180도 바꾼 거. AI가 했어?" 아니다. 내가 했다. 유저 30명 인터뷰했다. 절반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근데 쓰는 모습 관찰하니까 다들 우회 플로우 쓰고 있었다. "만족은 하는데 불편은 해요. 익숙해서 쓰는 거지, 좋아서 쓰는 게 아니에요." 이 인사이트. 데이터론 안 나왔다. 설문으론 안 나왔다. 이게 9년 차가 보는 거다. "그럼 됐잖아. AI는 도구야. 너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맥주 마셨다. 좀 풀렸다. 화요일 오전, 새로운 접근 출근했다. 9시 10분. 어제보다 마음이 다르다. Figma AI 플러그인 깔았다. Chat GPT Plus 구독했다. Otter.ai 무료 체험 시작했다. 배우기로 했다. 도구는 도구니까. 근데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예전: 인터뷰 → 전사 → 분석 → 인사이트 지금: GPT로 가설 수립 → 인터뷰 (핵심만) → AI 전사 → 내가 해석 시간은 줄이되, 깊이는 유지. 후배한테 슬랙 보냈다. "저번에 말한 GPT 활용법 좀 알려줘. 커피 살게." "오 좋아요 언니! 근데 저도 언니한테 배우고 싶은 거 있어요. 인터뷰할 때 어떻게 저렇게 질문 깊게 파고 들어가요?" 교환이다. 나쁘지 않다. 수요일 점심, UX 커뮤니티 모임 판교 카페. UX 모임. 시니어 5명 모였다. 다들 7년 차 이상. 주제: "AI 시대 UX 리서처의 역할" A: "솔직히 불안하다. 리서치 자동화되면 우리 밥그릇..." B: "근데 회사는 AI 쓰면 리서처 줄일 생각하잖아." C: "그래도 해석은 사람이 해야지. 데이터만으론 부족해." 내가 말했다. "근데 우리가 변해야 하는 거 아닐까. AI가 못 하는 걸 더 잘하는 거." "예를 들면?" "맥락 이해. 비언어 캐치. 이해관계자 설득. 전략 수립." "그건 원래 우리가 하던 건데." "맞아. 근데 이제 그게 핵심 역할이 되는 거지. 전사나 분석 같은 건 AI한테 맡기고." B가 고개 끄덕였다. "리서처에서 인사이트 스트래티지스트로." 그 표현 마음에 든다. 목요일 오후, 실전 적용 신규 프로젝트 킥오프. "O2O 배송 서비스 UX 개선" 예전 방식이면:1주: 유저 30명 인터뷰 설계 2주: 인터뷰 진행 3주: 전사 및 분석 4주: 인사이트 도출4주 걸렸다. 새 방식:1일: GPT한테 경쟁사 리서치, 예상 페인포인트 추출 2일: 가설 기반 설문 (200명), AI 분석 3-5일: 핵심 이슈 중심 심층 인터뷰 10명 6일: Otter 전사 + 내가 해석 7일: 인사이트 도출1주. 대신 뭐가 달라졌나? 시간을 줄인 게 아니라 배분을 바꿨다. 단순 작업: 5일 → 1일 깊은 사고: 2일 → 6일 PM이 물었다. "일주일이면 나와요?" "응. 대신 중간에 방향 바뀌면 다시 파야 해. 깊게 파니까." "좋아요. 빠르면서 깊으면 최고죠." 회의 끝났다. 뿌듯하다. 금요일 저녁, 후배 멘토링 신입 후배랑 1:1. "언니 저 요즘 고민이에요." "뭔데." "AI 너무 잘하잖아요.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3년 전 나도 비슷한 고민 했다. 그땐 "노코드 툴이 다 하는데 기획자가 필요해?" 였다. "너 지난번 리서치 보고서 봤어. 좋았어." "감사합니다. 근데 그거 GPT 도움 많이 받았어요..." "알아. 근데 마지막 인사이트 3개. '유저는 빠름보다 정확함을 원한다', '에러 메시지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신뢰는 첫 경험에서 결정된다'. 이거 GPT가 준 거야?" "...아니요. 제가 인터뷰하면서 느낀 거요." "그거야. 그게 너만 할 수 있는 거." 후배 표정이 밝아졌다. "AI는 패턴을 찾아. 근데 의미는 네가 만드는 거야. 데이터는 'What'을 주고, 넌 'Why'를 찾는 거지." "아... 그렇네요." "도구는 계속 바뀔 거야. Figma도, GPT도, 다음엔 또 뭐가 나올지 몰라. 근데 본질은 안 바뀌어. '유저를 이해하는 것'. 그거 잃지 마." 후배가 고개 끄덕였다. 나도 다시 확인했다. 주말, 개인 정리 카페 왔다. 집 근처. 노트북 열었다. 개인 정리 시간. "UX 리서처로 9년. 앞으로 9년은?" 적었다. 변한 것:도구: 종이 설문 → 온라인 → AI 분석 속도: 한 달 → 일주일 데이터: 수동 수집 → 자동 수집 트렌드: 매년 바뀜안 변한 것:유저는 여전히 복잡하다 맥락이 중요하다 "왜?"가 핵심이다 공감이 시작이다9년 차의 가치:빠른 패턴 인식 숨은 불편함 캐치 이해관계자 설득력 전략적 사고AI가 못 하는 것:눈빛 읽기 침묵의 의미 조직 정치 창의적 도약내 역할:데이터 생산자 → 인사이트 번역가 리서치 실행자 → 전략 설계자 단순 분석 → 의미 부여커피 마셨다. 아메리카노. 작년과 올해가 다른 건 맞다. 내년은 또 다를 거다. 근데 괜찮다. 도구는 배우면 된다. 본질을 지키면서.9년 차가 1년 차 될 순 없지만, 1년 차처럼 배울 순 있다.

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9년 차인데도 설명 못 하는 것 회의실에서 누가 물었다. "그래서 UX 기획이랑 서비스 기획이 뭐가 달라요?" 9년 차다. 대답 못 했다. "음... UX는 유저 중심이고, 서비스는 비즈니스 중심?" 말하면서도 애매했다. 상대방 표정이 더 헷갈려했다.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뭐지. 유저 인터뷰하고, 페르소나 만들고, 플로우 그리고, 와이어프레임 그리고. 그런데 경쟁사 분석도 하고, BM 회의도 참여하고, KPI 설정도 같이한다. 어디까지가 UX고 어디서부터 서비스 기획인가. 명함엔 'UX 기획자'라고 써있다. 그런데 하는 일을 보면 서비스 기획자 같기도 하다. 아니, 둘 다인가. 아니면 둘 다 아닌가. 경력 9년인데 내 직무 정의를 못 한다는 게 웃겼다.회사마다 다른 정의 전 직장에서는 명확했다. UX팀은 리서치와 UI 설계. 서비스 기획팀은 BM과 전략. 경계가 뚜렷했다. 지금 회사는 다르다. UX 기획자가 서비스 전략 회의에 들어간다. 매출 목표도 공유받는다. 'UX가 왜 매출 신경 써요?' 라는 질문은 없다. 당연하다는 듯이. 지난주에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 여기서 UX 기획자는 뭐 하는 거예요?" "음... 유저 리서치하고, 기획도 하고, 전략도 좀 하고..." 말하면서 이상했다. 다 한다는 건가. 동기는 다른 회사에 있다. 스타트업. 거기선 UX 기획자가 그로스도 한다. A/B 테스트 직접 돌리고, 지표 보고, 가설 세우고. "여긴 UX 기획이랑 그로스 매니저 경계가 없어" 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외국계. 거긴 UX Research와 UX Design이 완전 분리다. 리서치는 인사이트까지만. 디자인은 솔루션부터. 서비스 기획은 PM이 따로 있다. 역할이 칼같이 나뉜다. 회사마다 다르다. 조직 구조마다 다르다.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그러니까 '정답'이 없다. 그게 문제다.실제로 하는 일을 나열하면 월요일. GA4 대시보드 확인. 이탈률이 높다. 어디서 이탈하나. 왜 이탈하나. 이건 UX 기획 일이다. 그런데 이탈률 개선하려면 BM을 바꿔야 한다. 수익 모델 자체가 문제니까. 그럼 이건 서비스 기획 일 아닌가. 화요일. 유저 인터뷰. "이 기능 왜 안 쓰세요?" 물었다. "필요 없어서요." 대답이 명확했다. 인사이트 정리. '기능 자체가 유저 니즈와 안 맞음.' 이건 UX 리서치. 그런데 회의에서 말했다. "이 기능 빼고 다른 거 넣어야 해요." PM이 물었다. "뭘 넣죠?" "이런 거요." 대안 제시. 기능 우선순위 재조정. 이건 서비스 기획 아닌가. 수요일. 와이어프레임 그렸다. 플로우 설계. 터치포인트 정의. 인터랙션 디테일까지. UX 기획 맞다. 그런데 PM이 물었다. "이거 개발 공수 얼마 나와요?" 개발팀 찾아가서 협의. "2주 걸립니다." "그럼 일정 조정 가능해요?" 일정 협의. 리소스 배분. 이건 프로젝트 매니징 아닌가. 목요일. 경쟁사 분석. 비슷한 기능을 어떻게 구현했나. UX 패턴은 뭔가. 플로우는 어떤가. 벤치마킹. 이건 UX 기획. 그런데 "경쟁사는 프리미엄 모델로 수익화 해요" 라고 보고했다. BM 분석까지 들어간다. 이건 서비스 기획 아닌가. 금요일. 회의가 4개. 오전: UX 개선 회의. 유저 테스트 결과 공유. 점심: 신규 서비스 전략 회의. 타겟 정의, 포지셀닝 논의. 오후: 개발팀 스프린트 회의. 백로그 우선순위 조정. 저녁: 임원 보고. 서비스 로드맵 발표. 어떤 회의가 UX 기획이고 어떤 게 서비스 기획인가. 전부 다 섞여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카테고리로 나누기 불가능하다. 경계가 없다. 아니, 경계를 긋는 게 무의미하다. 팀원들도 헷갈린다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저 UX 기획 지원했는데 왜 BM 공부하래요?" 대답 못 했다. 나도 모르겠으니까. "일단 해봐. 필요하더라." 라고만 했다. 설득력 제로. 다른 후배는 이력서를 봐달라고 했다. 경력 기술서에 "유저 리서치, 페르소나 설계, IA 설계, 와이어프레임, 프로토타입, 서비스 전략 수립, BM 설계, KPI 관리" 다 들어가 있었다. "이거 UX 기획 맞아요?" 후배가 물었다. "응. 맞아." 대답했다. 확신은 없었다. "그럼 서비스 기획 이력서랑 뭐가 달라요?" "음..."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서비스 기획 JD 찾아봤다. "유저 니즈 파악, 서비스 전략 수립, 기능 기획, 와이어프레임 작성, 데이터 분석, KPI 관리" UX 기획 JD도 찾아봤다. "유저 리서치, 페르소나 설계, 서비스 기획, IA/UI 설계, 프로토타입, 데이터 분석" 겹친다. 거의 80%. 차이가 뭔가. '유저 리서치'가 강조되면 UX고, '비즈니스 전략'이 강조되면 서비스인가. 그것뿐인가. 채용공고만 봐도 모호하다. 회사도 헷갈리는 거다.9년 차의 결론은 없다 결론 내렸다. 경계는 없다. 아니, 경계를 굳이 그을 필요가 없다. UX 기획이냐 서비스 기획이냐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의 차이 같다. 유저 관점에서 출발하면 UX 기획. 비즈니스 관점에서 출발하면 서비스 기획. 그런데 결국 둘 다 필요하다. 유저 없이 비즈니스 없고, 비즈니스 없이 유저도 못 모은다. 그래서 요즘은 섞인다. 융합된다. UX 기획자가 BM 이해해야 하고, 서비스 기획자가 유저 리서치 할 줄 알아야 한다. 직무명은 중요하지 않다. 명함에 뭐라고 써있든, 하는 일은 비슷해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강점'이다. 나는 유저 리서치가 강하다. 정성 데이터 분석, 인터뷰 설계, 인사이트 도출. 여기서 출발해서 서비스 전략으로 확장한다. 서비스 기획자는 반대일 수 있다. 시장 분석이 강하고, BM 설계가 강하다. 거기서 출발해서 유저 니즈로 좁혀온다. 출발점이 다를 뿐. 결국 만나는 지점은 같다. 그래서 9년 차의 답은 이거다. "UX 기획과 서비스 기획은 다르다. 그런데 같다. 경계는 모호하다. 그게 정상이다." 명확한 답은 아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그럼 나는 뭐라고 소개하나 명함엔 'UX 기획자'라고 써있다. 그런데 소개할 땐 "유저 중심으로 서비스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직무명보다 '뭘 하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최근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제목은 "UX 리서치 기반 서비스 전략 수립 사례" UX인가 서비스인가. 둘 다다. 섞여 있다. 구분 안 한다. 청중 중 한 명이 질문했다. "그럼 선배님은 본인을 UX 기획자라고 생각하세요, 서비스 기획자라고 생각하세요?" 대답했다. "둘 다요.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요." 어색하지 않았다. 9년 동안 깨달은 거다. 경계가 내 위치다. 조직마다 다른 이유 왜 회사마다 정의가 다를까. 생각해봤다. 조직 구조 때문이다. PM이 있는 회사: UX 기획자는 리서치와 UI 설계에 집중. 서비스 전략은 PM이. PM이 없는 회사: UX 기획자가 PM 역할까지. 전략부터 실행까지 다. 디자이너가 강한 회사: UX 기획자는 리서치와 IA까지. UI는 디자이너가. 디자이너가 약한 회사: UX 기획자가 픽셀 단위 디자인까지. 스타트업: 역할 구분 없다. 다 한다. UX든 서비스든 그로스든. 대기업: 역할 명확하다. 그런데 협업 과정에서 섞인다. 조직이 직무를 정의한다. 직무가 조직에 맞춰진다. 그래서 '표준 정의'는 없다. 있을 수가 없다. 다만 트렌드는 있다. 요즘은 UX 기획자한테 비즈니스 이해를 요구한다. 서비스 기획자한테 유저 리서치 역량을 요구한다. 경계가 흐려지는 중이다. 융합되는 중이다. 5년 후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Product Manager'로 통합되거나,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직무명이 생기거나. 헷갈릴 때마다 하는 것 경계가 모호할 때마다 묻는다. "이 일이 유저한테 도움이 되나?" "이 일이 서비스 성장에 기여하나?" 둘 다 예스면 한다. 직무명은 상관없다. 지난달에 BM 개편 프로젝트 참여했다. "이거 UX 기획 일 아니지 않아요?" 누가 물었다. "유저 이탈을 줄이는 일이니까 UX 기획 맞지 않나요?" 반문했다. 더 이상 질문 없었다. 직무 경계보다 임팩트가 중요하다. 유저에게, 서비스에게. 그걸 만들어내는 게 내 일이다. UX 기획자든 서비스 기획자든. 명함에 뭐라고 써있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결과다. 후배들한테 하는 말 요즘 후배들이 많이 묻는다. "UX 기획 커리어 쌓으려면 뭐 해야 해요?" 대답한다. "유저 리서치 잘하면 된다. 그게 기본이다." "그런데 비즈니스도 이해해야 한다. 안 그러면 리서치가 액션으로 안 이어진다." "서비스 기획으로 전환 가능해요?" "가능하다. 근데 UX 기획 계속해도 결국 비슷한 일 한다." "어떤 게 더 유망해요?" "직무명 말고 역량을 키워라. 유저 이해 + 비즈니스 이해. 둘 다 있으면 어디든 간다." 직무 경계 고민하는 시간에 역량 키우는 게 낫다. 9년 차 조언이다. 나도 여전히 헷갈린다. 그런데 헷갈리는 게 정상이다. 경계에 있는 게 오히려 강점이다. 양쪽을 다 본다. 유저도 보고 비즈니스도 본다. 그게 요즘 시대에 필요한 거다. 결국 9년 차도 모른다 명확한 답은 여전히 없다. UX 기획과 서비스 기획의 경계는 모호하다. 회사마다 다르고,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9년 차인데도 설명 못 한다. 그런데 그게 정답인 것 같다. 경계가 없다는 게 답이다. 구분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걸 하면 된다. 유저를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최선의 솔루션을 만든다. 그게 내 일이다. 직무명은 중요하지 않다.내일도 회의실에서 누가 물을 거다. "UX 기획이랑 서비스 기획 차이가 뭐예요?" 여전히 명확한 답은 못 할 거다. 그런데 괜찮다. 10년 차가 돼도 모를 거다. 그게 이 일이다.

UX 컨퍼런스 가는 주말, 회사 동료는 쉬고 있다

UX 컨퍼런스 가는 주말, 회사 동료는 쉬고 있다

토요일 아침 9시 알람이 울렸다. 토요일인데. UX Korea 2024 컨퍼런스. 사전등록 15만원. 작년에도 갔다. 재작년에도. 남편은 옆에서 자고 있다. 같은 회사 개발자. 주말에 개발 컨퍼런스? 절대 안 간다. "주말까지 일 생각하기 싫어." 나는 옷을 입는다. 편한 옷. 노트북, 아이패드, 펜슬. 가방이 무겁다. "또 가? 회사 돈 안 나오잖아." 남편 말이 맞다. 회사 지원 없다. 15만원 내 돈. 교통비도 내 돈. "그래도 가야지." 왜 가야 하냐고 물으면 대답이 안 나온다. 그냥 안 가면 불안하다.강남역 코엑스 9시 반. 이미 사람이 꽉 찼다. 명찰을 받는다. "김지은 / UX기획팀 / ○○○○". 회사명 적는 게 자연스럽다. 다들 적는다. 로비에서 커피를 마신다. 사람들이 명찰을 본다. 내 명찰도 본다. 대기업이라는 게 보인다. 시선이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저도 UX 하는데요." 3년 차 후배다. 스타트업. 연봉 4500만원이라고 한다. "선배님, 대기업 UX 어떠세요? 저도 가고 싶은데." 어떠냐고? 잘 모르겠다. "리서치 환경은 좋아. 예산도 있고. 근데..." 말을 흐린다. 근데 뭐지? 정치? 느린 의사결정? 혁신 없는 안정? "부럽네요. 저희는 리서치 예산 없어서 게릴라 인터뷰만..." 그 말에 죄책감이 든다. 나는 혜택받고 있다. 7200만원. 복지. 안정성.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첫 번째 세션 "AI 시대의 UX 리서치" 연사는 미국에서 온 리서처. 구글 출신. 이력이 화려하다. "GPT-4를 활용한 유저 인터뷰 분석. 시간을 70% 단축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끄덕인다. 노트를 적는다. "GPT-4 인터뷰 분석 - 70% 단축". 근데 우리 회사는 GPT 못 쓴다. 보안 문제. 내부 LLM 도입 중인데 언제 될지 모른다. 적은 노트가 무의미해 보인다. "Synthetic User를 만들어 빠르게 프로토타입 검증..." 또 끄덕인다. 또 적는다. "Synthetic User". 이게 뭔지도 잘 모른다. 9년 차다. 모르는 게 나온다. 작년엔 "Behavioral Analytics Platform". 재작년엔 "Jobs-to-be-Done 2.0". 매년 새로운 게 나온다. 따라가야 한다. 옆 사람이 속삭인다. "우리 회사도 도입해야 하나?" 나도 생각한다. 우리도? 근데 기존 프로세스는? 기존 리서처들은? 세션이 끝났다. 1시간. 머리가 아프다. 점심시간 샌드위치를 먹는다. 15,000원. 비싸다. 테이블에 앉았다. 옆에 또 누가 온다. "혹시 ○○○○ 다니세요?" 명찰을 봤다. 또 시작이다. "네. UX 기획 하고 있어요." "와, 거기 UX팀 유명하잖아요. 부럽다." 부럽다는 말을 오늘만 세 번 들었다. "선배님은 몇 년 차세요?" "9년." "와. 시니어시네요. 저 1년 차인데 조언 좀..." 조언. 뭘 해줘야 하나. "많이 보고, 많이 만들어 보고, 유저 인터뷰 많이 하고." 진부한 조언이다. 내가 들어도 진부하다. "컨퍼런스도 자주 오세요?" "응. 자주." "대단하다. 저는 돈이 아까워서..." 1년 차는 15만원이 크다. 나도 1년 차 땐 컨퍼런스 안 왔다. 그런데 9년 차인 지금, 15만원 내고 왜 오는 걸까. 배우려고? 트렌드 따라가려고? 아니면 불안해서?오후 세션들 "데이터 기반 퍼소나 구축" "디자인 시스템과 UX 거버넌스" "리서치 없이 빠르게 검증하는 법" 세 개를 연속으로 들었다. 3시간. 노트는 가득 찼다. 10페이지. 근데 월요일에 뭘 쓸 수 있을까. GPT-4? 못 쓴다. Synthetic User? 우리 환경에 안 맞는다. 빠른 검증? 우리 회사는 느리다. 정치적 이유로. 적은 건 많은데 쓸 건 없다. 마지막 세션이 끝났다. 5시. 사람들이 네트워킹 한다. 명함을 주고받는다. 나도 몇 장 받았다. "나중에 연락드려도 될까요?" "네. 편하게 연락 주세요." 연락 안 온다. 작년에 받은 명함들도 연락 없었다. 로비를 나선다. 밖은 어둡다. 집에 오는 지하철 7호선이다. 앉았다. 카톡이 왔다. 남편. "저녁 먹고 와? 나 치킨 시켜 먹었어." 나도 배고프다. 근데 피곤하다. "응 먹고 갈게." 거짓말이다. 그냥 집에 가고 싶다. 노트북을 꺼냈다. 오늘 적은 노트를 본다. "GPT-4 인터뷰 분석 - 70% 단축" "Synthetic User 프로토타입 검증" "데이터 기반 퍼소나 자동 생성" 화려하다. 미래적이다. 근데 현실은 다르다. 우리 팀은 아직 엑셀로 리서치 데이터 정리한다. Notion 전환한 지 1년 됐다. Figma로 프로토타입 만드는 것도 작년부터다. 9년 전 내가 입사했을 때. 파워포인트로 와이어프레임 그렸다. 지금은 Figma. 5년 후엔? 또 바뀐다. 계속 배워야 한다. 안 배우면 도태된다. 근데 언제까지 배워야 하나. 휴대폰을 본다. UX 커뮤니티 단톡방. "오늘 컨퍼런스 어땠어요?" "저도 갔어요! AI 세션 대박이었어요." "Synthetic User 우리도 도입해야 할 듯." 다들 흥분했다. 나도 댓글을 단다. "좋았어요. 많이 배웠습니다." 또 거짓말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했다. 9시. 팀원이 물었다. "주말 잘 쉬셨어요?" "응. 컨퍼런스 갔다 왔어." "또요? 주말까지 고생하셨네요." 고생이 아니다. 배우러 간 거다. 근데 뭘 배웠지?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다. GA4 대시보드를 본다. "이번 주 리서치 일정 조율해 주세요." 팀장 메시지다. "네. 오전 중에 공유드리겠습니다." 같은 일이다. 지난주랑. 지지난주랑. 유저 인터뷰 일정 잡고. 설문 만들고. 데이터 분석하고. 인사이트 정리하고. 기획에 반영하고. 컨퍼런스에서 배운 건? 안 쓴다. 못 쓴다. 환경이 안 된다. 그럼 왜 갔나. 불안해서다. 안 가면 뒤처질 것 같아서. 점심시간 대화 후배랑 밥을 먹었다. 5년 차. "언니, 주말에 컨퍼런스 갔다 오셨다며요?" "응. 재밌었어." "부지런하시다. 저는 주말엔 쉬고 싶어서..." 맞는 말이다. 쉬어야 한다. 주말은 쉬는 날이다. "근데 언니, UX 트렌드 계속 따라가야 하나요? 솔직히 피곤해요." 5년 차의 고민이다. 나도 5년 차 때 같은 고민 했다. "따라가야지. 안 그러면..." 말을 멈췄다. 안 그러면 뭐? 도태된다? 회사에서 잘린다? 경쟁력 떨어진다? 다 핑계다. 진짜 이유는 불안이다. 내가 뒤처지는 게 무서워서. 시니어인데 트렌드 모르면 창피해서. "언니도 불안하세요?" 후배가 물었다. "응. 불안해." 솔직하게 답했다. "9년 차인데요?" "9년 차라서 더 불안해." 후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다는 표정. "저도요. 요즘 AI 나오면서 UX 리서처 필요 없어질까 봐..." 다들 불안하다. 1년 차도. 5년 차도. 9년 차도. 이 업계가 그렇다. 빠르게 변한다. 계속 배워야 한다. 멈추면 안 된다. 근데 언제까지. 수요일 저녁 야근이다. 리서치 보고서 정리. 7시. 팀원들은 다 갔다. 나만 남았다. 컨퍼런스에서 배운 "GPT-4 인터뷰 분석"이 생각났다. 70% 단축. 나는 수동으로 한다. 녹취록 보고. 인사이트 추출하고. 카테고리 분류하고. 3시간 걸렸다. GPT 쓰면 1시간이다. 근데 못 쓴다. 배운 게 무의미하다. 노트북을 닫았다. 9시. 집에 가는 길. 편의점에 들렀다. 맥주를 샀다. 500ml. 집에 와서 마셨다. 남편은 게임 중이다. "고생했어. 오늘도 야근?" "응." "주말에 쉬어. 컨퍼런스 말고." 맞는 말이다. 쉬어야 한다. 근데 다음 주 토요일. 또 컨퍼런스가 있다. "AI와 디자인의 미래". 신청했다. 12만원. 목요일 팀 회의 기획 회의다. 신규 서비스. "이번엔 리서치 스킵하고 빠르게 만들죠." PM이 말했다. "유저 리서치 없이요?" 내가 물었다. "네. 시장 빠르게 변하잖아요. 일단 만들고 AB테스트로." 이 대화. 100번 했다. "최소한 인터뷰라도..." "인터뷰 일정 잡으려면 2주 걸려요. 그냥 만들어요." 졌다. 또 졌다. 회의 끝나고 자리로 돌아왔다. 컨퍼런스에서 배운 "리서치 없이 빠르게 검증하는 법" 자료를 꺼냈다. 읽어봤다. "Lean UX". "빠른 프로토타입". "가설 검증". 우리가 하는 거랑 뭐가 다르지. 차이가 없다. 그냥 리서치 안 하는 거다. 둘 다. 컨퍼런스는 멋있게 포장했을 뿐. 금요일 오후 후배가 물었다. "언니, 이번 주말에 스터디 있는데 오실래요? UX 케이스 스터디." 스터디. 또. 작년엔 매주 갔다. 올해는 격주. 다음엔? "이번 주는 좀..." 거절했다. 처음으로. "아, 그러시구나. 바쁘신가 봐." 바쁜 게 아니다. 피곤하다. 배우는 게 피곤하다. 트렌드 따라가는 게 피곤하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게 피곤하다. 퇴근했다. 6시. 집에 와서 소파에 누웠다. 남편이 물었다. "주말에 뭐 해?" "아무것도 안 해." "컨퍼런스 없어?" "있는데 안 가." "오, 대박. 처음이다." 맞다. 처음이다. 토요일 아침 10시 일어났다. 알람 안 맞췄다. 남편도 옆에서 자고 있다. 휴대폰을 봤다. UX 커뮤니티 단톡방. "오늘 컨퍼런스 오신 분?" "저요! 지금 가는 중." "AI 세션 기대된다." 나는 안 간다. 처음으로. 죄책감이 든다. 배우지 않으면 뒤처진다. 시니어인데 안 배우면 창피하다. 근데 피곤하다. 번아웃 직전이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나왔다. 커피를 내렸다.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왔다. TV를 켰다. 예능. 웃긴다. 아무 생각 없이 봤다. UX 생각 안 했다. 리서치 생각 안 했다. 트렌드 생각 안 했다. 1시간이 지났다. 죄책감이 줄었다. 일요일 저녁 주말이 끝났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배웠다. 컨퍼런스도 안 갔다. 스터디도 안 갔다. UX 아티클도 안 읽었다. 그냥 쉬었다. 남편이랑 영화 봤다. 공원 산책했다. 집에서 빈둥댔다. 죄책감은 있었다. 근데 괜찮았다. 월요일이 온다. 또 일한다. 또 리서치하고 기획한다. 컨퍼런스에서 배운 건 못 쓴다. 환경이 안 된다. 괜찮다. 중요한 건 배우는 게 아니라 쉬는 거다. 9년 차다. 아직도 배워야 한다. 근데 쉬어야 한다. 균형이다. 배우는 것과 쉬는 것. 성장과 번아웃. 불안과 여유. 토요일 컨퍼런스. 다음엔 갈 수도 있다. 안 갈 수도 있다. 선택이다. 의무가 아니라.9년 차 시니어도 불안하다. 그래도 쉴 권리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