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9년 차인데도 설명 못 하는 것

회의실에서 누가 물었다. “그래서 UX 기획이랑 서비스 기획이 뭐가 달라요?”

9년 차다. 대답 못 했다.

“음… UX는 유저 중심이고, 서비스는 비즈니스 중심?” 말하면서도 애매했다. 상대방 표정이 더 헷갈려했다.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뭐지. 유저 인터뷰하고, 페르소나 만들고, 플로우 그리고, 와이어프레임 그리고. 그런데 경쟁사 분석도 하고, BM 회의도 참여하고, KPI 설정도 같이한다.

어디까지가 UX고 어디서부터 서비스 기획인가.

명함엔 ‘UX 기획자’라고 써있다. 그런데 하는 일을 보면 서비스 기획자 같기도 하다. 아니, 둘 다인가. 아니면 둘 다 아닌가.

경력 9년인데 내 직무 정의를 못 한다는 게 웃겼다.

회사마다 다른 정의

전 직장에서는 명확했다. UX팀은 리서치와 UI 설계. 서비스 기획팀은 BM과 전략. 경계가 뚜렷했다.

지금 회사는 다르다. UX 기획자가 서비스 전략 회의에 들어간다. 매출 목표도 공유받는다. ‘UX가 왜 매출 신경 써요?’ 라는 질문은 없다. 당연하다는 듯이.

지난주에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 여기서 UX 기획자는 뭐 하는 거예요?” “음… 유저 리서치하고, 기획도 하고, 전략도 좀 하고…” 말하면서 이상했다. 다 한다는 건가.

동기는 다른 회사에 있다. 스타트업. 거기선 UX 기획자가 그로스도 한다. A/B 테스트 직접 돌리고, 지표 보고, 가설 세우고. “여긴 UX 기획이랑 그로스 매니저 경계가 없어” 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외국계. 거긴 UX Research와 UX Design이 완전 분리다. 리서치는 인사이트까지만. 디자인은 솔루션부터. 서비스 기획은 PM이 따로 있다. 역할이 칼같이 나뉜다.

회사마다 다르다. 조직 구조마다 다르다.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그러니까 ‘정답’이 없다. 그게 문제다.

실제로 하는 일을 나열하면

월요일. GA4 대시보드 확인. 이탈률이 높다. 어디서 이탈하나. 왜 이탈하나. 이건 UX 기획 일이다.

그런데 이탈률 개선하려면 BM을 바꿔야 한다. 수익 모델 자체가 문제니까. 그럼 이건 서비스 기획 일 아닌가.

화요일. 유저 인터뷰. “이 기능 왜 안 쓰세요?” 물었다. “필요 없어서요.” 대답이 명확했다. 인사이트 정리. ‘기능 자체가 유저 니즈와 안 맞음.’ 이건 UX 리서치.

그런데 회의에서 말했다. “이 기능 빼고 다른 거 넣어야 해요.” PM이 물었다. “뭘 넣죠?” “이런 거요.” 대안 제시. 기능 우선순위 재조정. 이건 서비스 기획 아닌가.

수요일. 와이어프레임 그렸다. 플로우 설계. 터치포인트 정의. 인터랙션 디테일까지. UX 기획 맞다.

그런데 PM이 물었다. “이거 개발 공수 얼마 나와요?” 개발팀 찾아가서 협의. “2주 걸립니다.” “그럼 일정 조정 가능해요?” 일정 협의. 리소스 배분. 이건 프로젝트 매니징 아닌가.

목요일. 경쟁사 분석. 비슷한 기능을 어떻게 구현했나. UX 패턴은 뭔가. 플로우는 어떤가. 벤치마킹. 이건 UX 기획.

그런데 “경쟁사는 프리미엄 모델로 수익화 해요” 라고 보고했다. BM 분석까지 들어간다. 이건 서비스 기획 아닌가.

금요일. 회의가 4개. 오전: UX 개선 회의. 유저 테스트 결과 공유. 점심: 신규 서비스 전략 회의. 타겟 정의, 포지셀닝 논의. 오후: 개발팀 스프린트 회의. 백로그 우선순위 조정. 저녁: 임원 보고. 서비스 로드맵 발표.

어떤 회의가 UX 기획이고 어떤 게 서비스 기획인가. 전부 다 섞여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카테고리로 나누기 불가능하다. 경계가 없다. 아니, 경계를 긋는 게 무의미하다.

팀원들도 헷갈린다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저 UX 기획 지원했는데 왜 BM 공부하래요?”

대답 못 했다. 나도 모르겠으니까.

“일단 해봐. 필요하더라.” 라고만 했다. 설득력 제로.

다른 후배는 이력서를 봐달라고 했다. 경력 기술서에 “유저 리서치, 페르소나 설계, IA 설계, 와이어프레임, 프로토타입, 서비스 전략 수립, BM 설계, KPI 관리” 다 들어가 있었다.

“이거 UX 기획 맞아요?” 후배가 물었다. “응. 맞아.” 대답했다. 확신은 없었다.

“그럼 서비스 기획 이력서랑 뭐가 달라요?” “음…”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서비스 기획 JD 찾아봤다. “유저 니즈 파악, 서비스 전략 수립, 기능 기획, 와이어프레임 작성, 데이터 분석, KPI 관리”

UX 기획 JD도 찾아봤다. “유저 리서치, 페르소나 설계, 서비스 기획, IA/UI 설계, 프로토타입, 데이터 분석”

겹친다. 거의 80%.

차이가 뭔가. ‘유저 리서치’가 강조되면 UX고, ‘비즈니스 전략’이 강조되면 서비스인가. 그것뿐인가.

채용공고만 봐도 모호하다. 회사도 헷갈리는 거다.

9년 차의 결론은 없다

결론 내렸다. 경계는 없다. 아니, 경계를 굳이 그을 필요가 없다.

UX 기획이냐 서비스 기획이냐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의 차이 같다.

유저 관점에서 출발하면 UX 기획. 비즈니스 관점에서 출발하면 서비스 기획. 그런데 결국 둘 다 필요하다. 유저 없이 비즈니스 없고, 비즈니스 없이 유저도 못 모은다.

그래서 요즘은 섞인다. 융합된다. UX 기획자가 BM 이해해야 하고, 서비스 기획자가 유저 리서치 할 줄 알아야 한다.

직무명은 중요하지 않다. 명함에 뭐라고 써있든, 하는 일은 비슷해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강점’이다. 나는 유저 리서치가 강하다. 정성 데이터 분석, 인터뷰 설계, 인사이트 도출. 여기서 출발해서 서비스 전략으로 확장한다.

서비스 기획자는 반대일 수 있다. 시장 분석이 강하고, BM 설계가 강하다. 거기서 출발해서 유저 니즈로 좁혀온다.

출발점이 다를 뿐. 결국 만나는 지점은 같다.

그래서 9년 차의 답은 이거다. “UX 기획과 서비스 기획은 다르다. 그런데 같다. 경계는 모호하다. 그게 정상이다.”

명확한 답은 아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그럼 나는 뭐라고 소개하나

명함엔 ‘UX 기획자’라고 써있다. 그런데 소개할 땐 “유저 중심으로 서비스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직무명보다 ‘뭘 하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최근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제목은 “UX 리서치 기반 서비스 전략 수립 사례”

UX인가 서비스인가. 둘 다다. 섞여 있다. 구분 안 한다.

청중 중 한 명이 질문했다. “그럼 선배님은 본인을 UX 기획자라고 생각하세요, 서비스 기획자라고 생각하세요?”

대답했다. “둘 다요.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요.”

어색하지 않았다. 9년 동안 깨달은 거다. 경계가 내 위치다.

조직마다 다른 이유

왜 회사마다 정의가 다를까. 생각해봤다.

조직 구조 때문이다.

PM이 있는 회사: UX 기획자는 리서치와 UI 설계에 집중. 서비스 전략은 PM이. PM이 없는 회사: UX 기획자가 PM 역할까지. 전략부터 실행까지 다.

디자이너가 강한 회사: UX 기획자는 리서치와 IA까지. UI는 디자이너가. 디자이너가 약한 회사: UX 기획자가 픽셀 단위 디자인까지.

스타트업: 역할 구분 없다. 다 한다. UX든 서비스든 그로스든. 대기업: 역할 명확하다. 그런데 협업 과정에서 섞인다.

조직이 직무를 정의한다. 직무가 조직에 맞춰진다.

그래서 ‘표준 정의’는 없다. 있을 수가 없다.

다만 트렌드는 있다. 요즘은 UX 기획자한테 비즈니스 이해를 요구한다. 서비스 기획자한테 유저 리서치 역량을 요구한다.

경계가 흐려지는 중이다. 융합되는 중이다.

5년 후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Product Manager’로 통합되거나,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직무명이 생기거나.

헷갈릴 때마다 하는 것

경계가 모호할 때마다 묻는다.

“이 일이 유저한테 도움이 되나?” “이 일이 서비스 성장에 기여하나?”

둘 다 예스면 한다. 직무명은 상관없다.

지난달에 BM 개편 프로젝트 참여했다. “이거 UX 기획 일 아니지 않아요?” 누가 물었다. “유저 이탈을 줄이는 일이니까 UX 기획 맞지 않나요?” 반문했다.

더 이상 질문 없었다.

직무 경계보다 임팩트가 중요하다. 유저에게, 서비스에게.

그걸 만들어내는 게 내 일이다. UX 기획자든 서비스 기획자든.

명함에 뭐라고 써있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결과다.

후배들한테 하는 말

요즘 후배들이 많이 묻는다. “UX 기획 커리어 쌓으려면 뭐 해야 해요?”

대답한다. “유저 리서치 잘하면 된다. 그게 기본이다.” “그런데 비즈니스도 이해해야 한다. 안 그러면 리서치가 액션으로 안 이어진다.”

“서비스 기획으로 전환 가능해요?” “가능하다. 근데 UX 기획 계속해도 결국 비슷한 일 한다.”

“어떤 게 더 유망해요?” “직무명 말고 역량을 키워라. 유저 이해 + 비즈니스 이해. 둘 다 있으면 어디든 간다.”

직무 경계 고민하는 시간에 역량 키우는 게 낫다.

9년 차 조언이다. 나도 여전히 헷갈린다. 그런데 헷갈리는 게 정상이다.

경계에 있는 게 오히려 강점이다. 양쪽을 다 본다. 유저도 보고 비즈니스도 본다.

그게 요즘 시대에 필요한 거다.

결국 9년 차도 모른다

명확한 답은 여전히 없다.

UX 기획과 서비스 기획의 경계는 모호하다. 회사마다 다르고,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9년 차인데도 설명 못 한다. 그런데 그게 정답인 것 같다.

경계가 없다는 게 답이다. 구분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걸 하면 된다.

유저를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최선의 솔루션을 만든다.

그게 내 일이다. 직무명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도 회의실에서 누가 물을 거다. “UX 기획이랑 서비스 기획 차이가 뭐예요?” 여전히 명확한 답은 못 할 거다. 그런데 괜찮다. 10년 차가 돼도 모를 거다. 그게 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