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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트랙 vs 전문가 트랙,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관리자 트랙 vs 전문가 트랙,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9년 차의 질문 출근했다. 책상에 앉았다. 모니터를 켰다. GA4 대시보드가 뜬다. 퍼널 이탈률이 2% 줄었다. 지난주 리서치 결과를 반영한 개선안이다. 팀장이 슬랙으로 "굿굿"을 보냈다. 근데 기분이 이상하다. 7년 전, 주니어였을 때. 유저 인터뷰 하나 끝내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 인사이트로 서비스가 바뀌겠지!" 하는 설렘. 지금은 없다. 그런 설렘. 인터뷰 20명 해도, 데이터 100만 건 분석해도, 그냥 일이다. 익숙하다. 잘한다. 근데 그게 다다. 팀장이 말했다. "내년에 팀 리드 해볼래?" CTO가 물었다. "UX 전문가 트랙 신설하는데, 관심 있어?" 두 갈래 길이다. 9년 차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관리자 트랙이 뭔지는 안다 팀장을 3년 봤다. 회의가 많다. 하루에 5개. 팀 동기화, 타팀 협의, 경영진 보고, 1on1, 채용 인터뷰. 기획은 직접 안 한다. 후배들 리뷰하고 방향 잡아주고 막힌 거 뚫어주고. 연봉은 오른다. 9천만원. 1억도 보인다. 스톡옵션도 있다. 지난주 목요일, 팀장이 10시에 퇴근했다. 경영진 보고 자료 만들었다. 주말에도 메일 확인했다. 월요일 오전 임원 미팅 준비. "리더는 이래야 해. 팀을 책임지는 거야." 맞는 말이다. 근데 나는, 그게 하고 싶었나? UX를 시작한 이유는, 유저를 만나고 싶어서였다. 문제를 찾고 싶어서였다. 데이터를 해석하고 싶어서였다. 관리자가 되면, 그걸 덜 한다. 대신 사람을 관리한다. 일정을 조율한다. 이해관계를 조정한다. 물어봤다. 팀장한테. 솔직하게. "관리자 되고 나서, 성장한다는 느낌 있어요?" 3초 멈췄다. "다른 종류의 성장이지. UX 전문성은... 음, 솔직히 예전만 못해. 근데 조직을 보는 눈은 생기고, 비즈니스 이해도는 올라가고." 다른 종류의 성장. 그게 내가 원하는 건가? 전문가 트랙은 뭘까 회사에서 전문가 트랙을 신설한다고 했다. Principal UX Researcher. 직급은 팀장급. 연봉도 비슷하다. 근데 팀원 관리 없다. 대신 R&D 역할이다. 회사 전체의 UX 리서치 방법론을 정립한다. 신규 프로젝트의 리서치를 리드한다. 외부 컨퍼런스에서 발표한다. "전문성을 더 깊게 파는 거죠. 회사의 UX 수준을 올리는 역할." 솔직히 끌린다. 유저 인터뷰를 100명 하는 것과, 인터뷰 방법론 자체를 개선하는 것. 후자가 더 재밌을 것 같다. 데이터 분석을 매일 하는 것과, 새로운 분석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 후자가 더 도전적이다. 근데 걱정도 있다. 전문가 트랙의 끝은 뭘까? 관리자는 명확하다. 팀장 → 실장 → 임원. 올라갈 길이 보인다. 전문가는? Principal 다음은? Senior Principal? 그다음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50대에도 현업에서 리서치하고 기획할까. 그게 가능할까. 남편한테 물었다. 남편은 개발자다. Staff Engineer 트랙이다. "전문가 트랙도 막막하긴 해. 근데 코딩은 계속 할 수 있잖아. UX는?" 말문이 막혔다. UX는 트렌드가 빠르다. 5년 전엔 모바일 최적화였고, 지금은 AI UX고, 내년엔 뭐가 올까. 50대 UX 전문가가 20대 주니어보다 경쟁력 있을까?내가 잘하는 건 뭘까 주말에 포트폴리오를 펼쳤다. 9년 동안 한 프로젝트들이다. 신규 서비스 런칭 리서치. 유저 200명 인터뷰. 페르소나 12개 도출. 서비스는 성공했다. 기존 서비스 개선. A/B 테스트 30회. 전환율 15% 상승. 사내 우수사례로 발표했다. UX 방법론 정립. Figma 컴포넌트 시스템 구축. 전사 확산. 기획 속도 2배 빨라졌다. 보다 보니 패턴이 보인다. 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흩어진 리서치 데이터를 프레임워크로 정리하는 것. 인사이트를 체계적으로 도출하는 방법론.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문서. 그리고 "다리 역할"을 잘한다. 유저 리서치 결과를, 개발팀이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한다. 비즈니스 목표와 UX 원칙 사이 균형을 찾는다. PM과 디자이너 사이에서 조율한다. 이게 관리자의 역량일까, 전문가의 역량일까? 잘 모르겠다. 유튜브에서 UX 커리어 영상을 봤다. 해외 시니어 UX 리서처. 말했다. "리더십은 타이틀이 아니에요. 전문가도 리더십이 필요해요. 방법론으로 조직을 리드하는 거죠." 아, 그렇구나. 관리자와 전문가의 차이는, 리더십의 방향이구나. 관리자는 사람을 통해 리드한다. 전문가는 전문성으로 리드한다. 둘 다 리더십이다. 방향만 다르다. 그럼 나는, 어느 쪽으로 리드하고 싶은가? 실제 사례를 찾아봤다 링크드인을 뒤졌다. 국내 UX 전문가 트랙 사례. 거의 없다. 대부분 관리자가 된다. 해외는 좀 있다. Google의 UX Research Director. Amazon의 Principal UX Designer. 근데 대부분 20년 차 이상이다. 그리고 외국인이다. 한국 IT 업계에서 50대 UX 전문가. 사례를 못 찾았다. 이게 현실이다. 커피챗을 신청했다. 타사 UX 리드. 경력 12년. "저도 비슷한 고민 했어요. 결국 관리자 택했죠." 이유를 물었다. "전문가 트랙이 불안해서요. 회사가 언제까지 전문가를 대우해줄까. 조직개편 되면 제일 먼저 잘리는 게 전문 직군이거든요. 근데 팀장은 팀이 있으니까 좀 버티죠." 현실적인 얘기다. 다른 사람도 만났다. 스타트업 UX 전문가. 경력 11년. 관리자 안 된 케이스. "저는 행복해요. 여전히 유저 만나고, 리서치하고, 새로운 방법론 시도하고. 연봉도 나쁘지 않아요. 대신 이직이 잦죠. 3년마다 옮기는 것 같아요." 이직을 자주 해야 한다. 전문가는 한 회사에 오래 있기 어렵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프로젝트를 찾아야 한다. 회사 안에 계속 챌린지가 있어야 한다. 없으면 옮겨야 한다. 나는 그럴 준비가 돼 있나? 남편이 있다. 판교 집이 있다. 안정이 있다. 3년마다 이직하는 삶.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삶. 계속 증명해야 하는 삶. 할 수 있을까?여성이라서 더 고민이다 말 안 했는데, 이것도 변수다. 여성 관리자가 적다. 우리 회사 팀장 20명 중 여성은 3명. 임원은? 30명 중 2명. 현실이다. 남편은 걱정한다. "팀장 되면 야근 많아지잖아. 애 낳고 육아하면서 가능해?" 나도 걱정이다. 주변 여성 팀장들 본다. 육아랑 병행하는 사람. 진짜 힘들어 보인다. 새벽에 애 재우고, 밤에 보고서 쓰고, 주말에 이메일 확인하고. "할 만해?" 물으면, "할 만하지 뭐" 하는데, 눈빛이 피곤하다. 전문가 트랙은 어떨까? 업무 강도는 덜하다. 팀 관리 안 해도 된다. 내 전문성에 집중하면 된다. 워라밸이 좀 나을 수도 있다. 근데 이것도 함정이다. "여성이 관리자 안 되는 이유"로 쓰일 수 있다. "여자들은 전문가 트랙 선호하더라." 이런 식. 구조적 문제를 개인 선택으로 포장하는 것. 나는 그런 통계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 근데 동시에, 내 삶도 중요하다. '여성 관리자 롤모델이 되어야 해' 같은 사명감으로 내 커리어를 선택하고 싶지 않다. 그냥 나한테 맞는 길을 가고 싶다. 그게 전문가면 전문가고, 관리자면 관리자고. 근데 뭐가 나한테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결정을 미루는 중 팀장한테 답을 보류했다.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 "그래, 천천히 생각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결정해야 하는데." 6개월. 6개월 안에 결정해야 한다. 남편이 물었다. "뭐가 제일 걸려?"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그럼 뭐가 덜 후회될 것 같아?" 좋은 질문이다. 관리자 안 되면 후회할까? 나중에 '그때 팀장 했으면 임원 됐을 텐데' 하고 후회할까? 아니면 전문가 안 되면 후회할까? 'UX 전문성을 더 깊이 팠으면 세계적 전문가가 됐을 텐데' 하고? 어느 쪽도 확신이 없다. 그냥 둘 다 해보고 싶다. 관리자도 해보고, 전문가도 해보고, 그다음에 결정하면 안 될까? 근데 커리어는 그렇게 작동 안 한다. 한번 선택하면, 돌아오기 어렵다. 관리자 3년 하면, 실무 감각이 떨어진다. 전문가 3년 하면, 관리 경험이 없어진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다. 그래서 무겁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결정은 못 했다. 대신 실험은 시작했다.관리자 역할 맛보기후배 멘토링을 늘렸다. 주니어 2명, 매주 1시간씩. 그들의 기획서를 리뷰한다. 막힌 부분을 뚫어준다. 커리어 고민을 들어준다. 생각보다 재밌다. 그들이 성장하는 게 보인다. "선배 덕분에 해결했어요" 할 때 뿌듯하다. 근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2시간 멘토링하면, 내 업무는 못 한다. 관리자는 이걸 하루 종일 하는 거다. 가능할까?전문가 역할 맛보기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AI 시대의 UX 리서치 방법론.' 주말마다 2시간씩 투자한다. ChatGPT API로 인터뷰 데이터 자동 분석. 패턴 추출. 인사이트 도출. 재밌다. 몰입한다. 주말이 기다려진다. 이걸 본업으로 한다면? 매일 이런 도전을 한다면? 설렌다. 근데 계속 가능할까?롤모델 관찰링크드인에서 10명을 팔로우했다. 관리자 트랙 5명, 전문가 트랙 5명. 그들의 포스팅을 본다.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지. 어떻게 성장하는지. 패턴이 보인다. 관리자는 "조직", "문화", "전략"을 얘기한다. 전문가는 "방법론", "케이스스터디", "인사이트"를 얘기한다. 나는 어느 쪽 글에 더 끌릴까? 솔직히 둘 다 끌린다. 답이 아직 없다 오늘도 출근했다. 팀장이 슬랙 DM을 보냈다. "생각 좀 됐어?" "아직이요." "ㅇㅋ 천천히" 천천히. 근데 얼마나 천천히? 9년 차다. 34살이다. 더 천천히 가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회사는 결정을 원한다. 빠르게. 나는 확신을 원한다. 명확하게. 둘이 안 맞는다. 점심에 동기를 만났다. 같이 입사한 UX 기획자. 걔는 작년에 팀장 됐다. "어때?" "뭐가?" "팀장." "할 만해. 근데 기획은 못 해. 아쉽지." "후회는?" "후회까지는. 근데 가끔 생각해. '내가 UX 전문성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다들 불안하다. 관리자도, 전문가도. 완벽한 선택은 없다. 그냥 선택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뿐. 근데 그게 어렵다. 어쩌면 정답은 어젯밤에 생각했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을 섞는 건 어떨까? 관리자이면서 전문가. 전문가이면서 관리자. 팀을 리드하되, 여전히 리서치한다. 전문성을 깊게 파되, 후배를 키운다. 이상적이다. 근데 가능할까? 회사 구조가 그걸 허용할까? "팀장은 관리에 집중하세요. 실무는 팀원이 하는 거예요." "전문가는 전문성에 집중하세요. 관리는 팀장이 하는 거예요." 이게 회사의 룰이다. 근데 룰을 깨는 사람들이 있다.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 디자인 총괄이었지만, 여전히 직접 디자인했다. 구글의 켄트 벡.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펠로우. 관리자 아니지만, 전사에 영향력이 있다. 그들은 경계를 넘었다. 관리자와 전문가 사이의 경계.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한국 대기업에선 불가능한 꿈일까? 일단 6개월을 산다 결론을 못 내렸다. 대신 계획을 세웠다. 6개월 동안, 둘 다 해본다. 관리자 역할: 후배 멘토링 2배 늘리기. 타팀 협업 프로젝트 리드하기. 팀 동기화 회의 주도해보기. 전문가 역할: 신규 리서치 방법론 개발하기. 외부 컨퍼런스 발표 준비하기. UX 아티클 작성하기. 6개월 후, 어느 쪽이 더 재밌었는지 평가한다. 어느 쪽이 더 잘 맞는지. 어느 쪽이 덜 힘든지. 어느 쪽이 더 의미 있는지. 그리고 결정한다. 완벽한 선택은 없을 것이다. 그냥 내가 덜 후회할 선택을 하는 것. 그게 최선이다.9년 차의 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아직 어디로 갈지 모른다. 근데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일단 걷는다. 둘 다 걸어본다. 6개월 후에 다시 생각한다. 그게 내 방식이다.

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UX 기획 vs 서비스 기획, 경계가 모호할 때 나는 9년 차인데도 설명 못 하는 것 회의실에서 누가 물었다. "그래서 UX 기획이랑 서비스 기획이 뭐가 달라요?" 9년 차다. 대답 못 했다. "음... UX는 유저 중심이고, 서비스는 비즈니스 중심?" 말하면서도 애매했다. 상대방 표정이 더 헷갈려했다. 퇴근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뭐지. 유저 인터뷰하고, 페르소나 만들고, 플로우 그리고, 와이어프레임 그리고. 그런데 경쟁사 분석도 하고, BM 회의도 참여하고, KPI 설정도 같이한다. 어디까지가 UX고 어디서부터 서비스 기획인가. 명함엔 'UX 기획자'라고 써있다. 그런데 하는 일을 보면 서비스 기획자 같기도 하다. 아니, 둘 다인가. 아니면 둘 다 아닌가. 경력 9년인데 내 직무 정의를 못 한다는 게 웃겼다.회사마다 다른 정의 전 직장에서는 명확했다. UX팀은 리서치와 UI 설계. 서비스 기획팀은 BM과 전략. 경계가 뚜렷했다. 지금 회사는 다르다. UX 기획자가 서비스 전략 회의에 들어간다. 매출 목표도 공유받는다. 'UX가 왜 매출 신경 써요?' 라는 질문은 없다. 당연하다는 듯이. 지난주에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 여기서 UX 기획자는 뭐 하는 거예요?" "음... 유저 리서치하고, 기획도 하고, 전략도 좀 하고..." 말하면서 이상했다. 다 한다는 건가. 동기는 다른 회사에 있다. 스타트업. 거기선 UX 기획자가 그로스도 한다. A/B 테스트 직접 돌리고, 지표 보고, 가설 세우고. "여긴 UX 기획이랑 그로스 매니저 경계가 없어" 라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외국계. 거긴 UX Research와 UX Design이 완전 분리다. 리서치는 인사이트까지만. 디자인은 솔루션부터. 서비스 기획은 PM이 따로 있다. 역할이 칼같이 나뉜다. 회사마다 다르다. 조직 구조마다 다르다.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그러니까 '정답'이 없다. 그게 문제다.실제로 하는 일을 나열하면 월요일. GA4 대시보드 확인. 이탈률이 높다. 어디서 이탈하나. 왜 이탈하나. 이건 UX 기획 일이다. 그런데 이탈률 개선하려면 BM을 바꿔야 한다. 수익 모델 자체가 문제니까. 그럼 이건 서비스 기획 일 아닌가. 화요일. 유저 인터뷰. "이 기능 왜 안 쓰세요?" 물었다. "필요 없어서요." 대답이 명확했다. 인사이트 정리. '기능 자체가 유저 니즈와 안 맞음.' 이건 UX 리서치. 그런데 회의에서 말했다. "이 기능 빼고 다른 거 넣어야 해요." PM이 물었다. "뭘 넣죠?" "이런 거요." 대안 제시. 기능 우선순위 재조정. 이건 서비스 기획 아닌가. 수요일. 와이어프레임 그렸다. 플로우 설계. 터치포인트 정의. 인터랙션 디테일까지. UX 기획 맞다. 그런데 PM이 물었다. "이거 개발 공수 얼마 나와요?" 개발팀 찾아가서 협의. "2주 걸립니다." "그럼 일정 조정 가능해요?" 일정 협의. 리소스 배분. 이건 프로젝트 매니징 아닌가. 목요일. 경쟁사 분석. 비슷한 기능을 어떻게 구현했나. UX 패턴은 뭔가. 플로우는 어떤가. 벤치마킹. 이건 UX 기획. 그런데 "경쟁사는 프리미엄 모델로 수익화 해요" 라고 보고했다. BM 분석까지 들어간다. 이건 서비스 기획 아닌가. 금요일. 회의가 4개. 오전: UX 개선 회의. 유저 테스트 결과 공유. 점심: 신규 서비스 전략 회의. 타겟 정의, 포지셀닝 논의. 오후: 개발팀 스프린트 회의. 백로그 우선순위 조정. 저녁: 임원 보고. 서비스 로드맵 발표. 어떤 회의가 UX 기획이고 어떤 게 서비스 기획인가. 전부 다 섞여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카테고리로 나누기 불가능하다. 경계가 없다. 아니, 경계를 긋는 게 무의미하다. 팀원들도 헷갈린다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저 UX 기획 지원했는데 왜 BM 공부하래요?" 대답 못 했다. 나도 모르겠으니까. "일단 해봐. 필요하더라." 라고만 했다. 설득력 제로. 다른 후배는 이력서를 봐달라고 했다. 경력 기술서에 "유저 리서치, 페르소나 설계, IA 설계, 와이어프레임, 프로토타입, 서비스 전략 수립, BM 설계, KPI 관리" 다 들어가 있었다. "이거 UX 기획 맞아요?" 후배가 물었다. "응. 맞아." 대답했다. 확신은 없었다. "그럼 서비스 기획 이력서랑 뭐가 달라요?" "음..."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서비스 기획 JD 찾아봤다. "유저 니즈 파악, 서비스 전략 수립, 기능 기획, 와이어프레임 작성, 데이터 분석, KPI 관리" UX 기획 JD도 찾아봤다. "유저 리서치, 페르소나 설계, 서비스 기획, IA/UI 설계, 프로토타입, 데이터 분석" 겹친다. 거의 80%. 차이가 뭔가. '유저 리서치'가 강조되면 UX고, '비즈니스 전략'이 강조되면 서비스인가. 그것뿐인가. 채용공고만 봐도 모호하다. 회사도 헷갈리는 거다.9년 차의 결론은 없다 결론 내렸다. 경계는 없다. 아니, 경계를 굳이 그을 필요가 없다. UX 기획이냐 서비스 기획이냐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의 차이 같다. 유저 관점에서 출발하면 UX 기획. 비즈니스 관점에서 출발하면 서비스 기획. 그런데 결국 둘 다 필요하다. 유저 없이 비즈니스 없고, 비즈니스 없이 유저도 못 모은다. 그래서 요즘은 섞인다. 융합된다. UX 기획자가 BM 이해해야 하고, 서비스 기획자가 유저 리서치 할 줄 알아야 한다. 직무명은 중요하지 않다. 명함에 뭐라고 써있든, 하는 일은 비슷해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강점'이다. 나는 유저 리서치가 강하다. 정성 데이터 분석, 인터뷰 설계, 인사이트 도출. 여기서 출발해서 서비스 전략으로 확장한다. 서비스 기획자는 반대일 수 있다. 시장 분석이 강하고, BM 설계가 강하다. 거기서 출발해서 유저 니즈로 좁혀온다. 출발점이 다를 뿐. 결국 만나는 지점은 같다. 그래서 9년 차의 답은 이거다. "UX 기획과 서비스 기획은 다르다. 그런데 같다. 경계는 모호하다. 그게 정상이다." 명확한 답은 아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다. 그럼 나는 뭐라고 소개하나 명함엔 'UX 기획자'라고 써있다. 그런데 소개할 땐 "유저 중심으로 서비스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직무명보다 '뭘 하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 최근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제목은 "UX 리서치 기반 서비스 전략 수립 사례" UX인가 서비스인가. 둘 다다. 섞여 있다. 구분 안 한다. 청중 중 한 명이 질문했다. "그럼 선배님은 본인을 UX 기획자라고 생각하세요, 서비스 기획자라고 생각하세요?" 대답했다. "둘 다요. 경계에 서 있는 사람이요." 어색하지 않았다. 9년 동안 깨달은 거다. 경계가 내 위치다. 조직마다 다른 이유 왜 회사마다 정의가 다를까. 생각해봤다. 조직 구조 때문이다. PM이 있는 회사: UX 기획자는 리서치와 UI 설계에 집중. 서비스 전략은 PM이. PM이 없는 회사: UX 기획자가 PM 역할까지. 전략부터 실행까지 다. 디자이너가 강한 회사: UX 기획자는 리서치와 IA까지. UI는 디자이너가. 디자이너가 약한 회사: UX 기획자가 픽셀 단위 디자인까지. 스타트업: 역할 구분 없다. 다 한다. UX든 서비스든 그로스든. 대기업: 역할 명확하다. 그런데 협업 과정에서 섞인다. 조직이 직무를 정의한다. 직무가 조직에 맞춰진다. 그래서 '표준 정의'는 없다. 있을 수가 없다. 다만 트렌드는 있다. 요즘은 UX 기획자한테 비즈니스 이해를 요구한다. 서비스 기획자한테 유저 리서치 역량을 요구한다. 경계가 흐려지는 중이다. 융합되는 중이다. 5년 후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Product Manager'로 통합되거나,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직무명이 생기거나. 헷갈릴 때마다 하는 것 경계가 모호할 때마다 묻는다. "이 일이 유저한테 도움이 되나?" "이 일이 서비스 성장에 기여하나?" 둘 다 예스면 한다. 직무명은 상관없다. 지난달에 BM 개편 프로젝트 참여했다. "이거 UX 기획 일 아니지 않아요?" 누가 물었다. "유저 이탈을 줄이는 일이니까 UX 기획 맞지 않나요?" 반문했다. 더 이상 질문 없었다. 직무 경계보다 임팩트가 중요하다. 유저에게, 서비스에게. 그걸 만들어내는 게 내 일이다. UX 기획자든 서비스 기획자든. 명함에 뭐라고 써있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결과다. 후배들한테 하는 말 요즘 후배들이 많이 묻는다. "UX 기획 커리어 쌓으려면 뭐 해야 해요?" 대답한다. "유저 리서치 잘하면 된다. 그게 기본이다." "그런데 비즈니스도 이해해야 한다. 안 그러면 리서치가 액션으로 안 이어진다." "서비스 기획으로 전환 가능해요?" "가능하다. 근데 UX 기획 계속해도 결국 비슷한 일 한다." "어떤 게 더 유망해요?" "직무명 말고 역량을 키워라. 유저 이해 + 비즈니스 이해. 둘 다 있으면 어디든 간다." 직무 경계 고민하는 시간에 역량 키우는 게 낫다. 9년 차 조언이다. 나도 여전히 헷갈린다. 그런데 헷갈리는 게 정상이다. 경계에 있는 게 오히려 강점이다. 양쪽을 다 본다. 유저도 보고 비즈니스도 본다. 그게 요즘 시대에 필요한 거다. 결국 9년 차도 모른다 명확한 답은 여전히 없다. UX 기획과 서비스 기획의 경계는 모호하다. 회사마다 다르고,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9년 차인데도 설명 못 한다. 그런데 그게 정답인 것 같다. 경계가 없다는 게 답이다. 구분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걸 하면 된다. 유저를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최선의 솔루션을 만든다. 그게 내 일이다. 직무명은 중요하지 않다.내일도 회의실에서 누가 물을 거다. "UX 기획이랑 서비스 기획 차이가 뭐예요?" 여전히 명확한 답은 못 할 거다. 그런데 괜찮다. 10년 차가 돼도 모를 거다. 그게 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