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켜는

GA4 대시보드를 켜는 순간, 내가 하는 생각들

GA4 대시보드를 켜는 순간, 내가 하는 생각들

GA4 대시보드를 켜는 순간, 내가 하는 생각들 출근했다. 9시 정각. 커피는 2층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책상에 앉자마자 모니터 켜고, 북마크에 저장된 GA4 대시보드를 클릭한다. 이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9년 차 UX 기획자라고 해서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이 3분, 대시보드가 로딩되는 동안 내가 뭘 보고 뭘 생각하는지는 신입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대시보드 켜기, 숨 고르기GA4가 뜬다. 어제 수치들이 떴다. 먼저 보는 건 세션수 그래프다. 어제 대비 오늘 세션은? 유저는? 근데 실제로는 이 수치 자체를 보는 게 아니다. 뒤에 뭐가 있는지 본다. 세션이 10% 떨어졌다? 그럼 왜? 날씨 때문에? 아니다. 휴가 기간이었나? 아니다. 그럼 지난주 목요일과 비교해야 한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 비교. 계절성, 이벤트, 마케팅 활동. 모두 고려해야 변동성이 노이즈인지 시그널인지 구분된다. 부팀장은 "수치만 봐도 알 수 있겠네요" 라고 말했다. 6개월 전에. 이제는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한다. 리서치 인사이트 없이 대시보드만 본다고 말하면, 나도 답이 없다고 느낀다. 오늘은 세션이 정상이다. 그 다음은? 3분 안에 읽는 것들 유저당 이벤트. 페이지별 이탈율. 완료 목표 달성률. 근데 내가 실제로 묻는 건 이거다: "이 숫자 뒤에 누가 있나?" GA4는 절대 이 질문에 답을 안 준다. 그건 왜 떨어졌는가의 원인을 주지 않는다. 그건 내 몫이다. 어제 구매전환율이 22%에서 18%로 떨어졌다. 4%p. 작은 수치 같지만, 우리 서비스 규모에선 하루 200명 정도가 구매하지 않은 거다. 왜?결제 페이지 UX 변경했나? (없다) 마케팅 채널 믹스가 달라졌나? (있다. 어제 네이버 검색 트래픽 20% 증가) 그럼 네이버에서 온 유저 그룹이 원래 전환율 낮은 건가? (확인 필요) 아니면 모바일 전환율이 떨어진 건가? (대시보드로 세그먼트 나누기)대시보드가 주는 건 "뭔가 변했다"는 신호다. 진짜 원인 파악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과정이 내 오전 일정을 결정한다.어제 GA4에서 발견한 게 있다. 특정 페이지의 스크롤 깊이가 갑자기 올라갔다. 우리는 작년에 이 페이지 리뉴얼을 했다. 사용자 리서치 기반으로. 그 때는 스크롤 깊이가 평균 45% 정도였다. 어제는 61%까지 갔다. 이건 좋은 신호다. 그런데 동시에 이탈도 줄었다. 먼저 뭘 확인해야 할까?이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가? (샘플 사이즈 확인) 특정 디바이스에서만 그런 건 아닌가? (세그먼트 확인) 특정 유저 그룹에서 그런 건 아닌가? (오디언스 확인)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가? (트렌드 확인)이것만으로 1시간이 간다. 근데 이게 중요한 거다. 직관이나 영감으로는 절대 못 본다. 남편은 어제 저녁에 물었다. "일 많아?" 나는 "데이터는 많다. 인사이트는 적다"라고 답했다. 이게 시니어 기획자의 일상이다. 오늘 하루의 방향은 이 3분이 결정한다GA4를 닫으면, 오늘 해야 할 것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어제 검색 기능 사용률이 평소보다 30% 높았다면? 오늘은 검색 관련 리서치 일정을 앞당긴다. 유저는 왜 갑자기 검색을 더 많이 쓰기 시작했나? 기존 네비게이션이 어려웠나? 아니면 검색하는 게 더 빨랐나? 이게 중요하다. 또는 특정 기능의 완료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 내일 그 기능 관련 유저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정성 데이터가 필요하다. GA4는 "뭐가 안 된다"만 알려주고, "왜 안 된다"는 안 알려준다. 이게 내 일과의 연결고리다. 아침 9시 3분. 대시보드 3개 탭. 첫 번째 탭: 실시간 사용자. 지금 몇 명이 서비스 쓰고 있나? 두 번째 탭: 어제 데이터. 어제 뭐가 바뀌었나? 세 번째 탭: 지난주 대비. 추세는 뭔가? 이 세 개만 봐도 내가 할 일이 보인다. 그런데 신입 때는 이 세 개를 봤어도 아무것도 안 보였다. 숫자는 숫자였다. 올라가면 좋고, 내려가면 안 좋다는 정도만 알았다. 9년을 거쳐서 지금은 안다. 숫자는 신호일 뿐이고, 내 일은 그 신호를 해석하고, 그 뒤에 있는 유저를 찾아가는 것. 데이터는 가설을 만들고, 리서치는 그 가설을 검증한다. 둘 다 없으면 그냥 추측일 뿐이다. 그래서 매일 이 3분이 결정적이다 퇴근할 때쯤 팀원이 물었다. "오늘 발견한 게 뭐예요?" 나는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GA4가 알려준 건 '뭔가 다르다'는 것.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일시적인 건지 지속적인 건지는 이제부터 파고들어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다. 대시보드는 시작점이지, 끝점이 아니다."데이터로 본다"고 하지만, 결국 데이터는 질문을 던질 뿐. 답을 찾는 건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