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4 대시보드를 켜는 순간, 내가 하는 생각들
- 02 Dec, 2025
GA4 대시보드를 켜는 순간, 내가 하는 생각들
출근했다. 9시 정각. 커피는 2층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책상에 앉자마자 모니터 켜고, 북마크에 저장된 GA4 대시보드를 클릭한다. 이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9년 차 UX 기획자라고 해서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이 3분, 대시보드가 로딩되는 동안 내가 뭘 보고 뭘 생각하는지는 신입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대시보드 켜기, 숨 고르기

GA4가 뜬다. 어제 수치들이 떴다.
먼저 보는 건 세션수 그래프다. 어제 대비 오늘 세션은? 유저는? 근데 실제로는 이 수치 자체를 보는 게 아니다. 뒤에 뭐가 있는지 본다. 세션이 10% 떨어졌다? 그럼 왜? 날씨 때문에? 아니다. 휴가 기간이었나? 아니다. 그럼 지난주 목요일과 비교해야 한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 비교. 계절성, 이벤트, 마케팅 활동. 모두 고려해야 변동성이 노이즈인지 시그널인지 구분된다.
부팀장은 “수치만 봐도 알 수 있겠네요” 라고 말했다. 6개월 전에. 이제는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한다. 리서치 인사이트 없이 대시보드만 본다고 말하면, 나도 답이 없다고 느낀다.
오늘은 세션이 정상이다. 그 다음은?
3분 안에 읽는 것들
유저당 이벤트. 페이지별 이탈율. 완료 목표 달성률.
근데 내가 실제로 묻는 건 이거다:
“이 숫자 뒤에 누가 있나?”
GA4는 절대 이 질문에 답을 안 준다. 그건 왜 떨어졌는가의 원인을 주지 않는다. 그건 내 몫이다.
어제 구매전환율이 22%에서 18%로 떨어졌다. 4%p. 작은 수치 같지만, 우리 서비스 규모에선 하루 200명 정도가 구매하지 않은 거다. 왜?
- 결제 페이지 UX 변경했나? (없다)
- 마케팅 채널 믹스가 달라졌나? (있다. 어제 네이버 검색 트래픽 20% 증가)
- 그럼 네이버에서 온 유저 그룹이 원래 전환율 낮은 건가? (확인 필요)
- 아니면 모바일 전환율이 떨어진 건가? (대시보드로 세그먼트 나누기)
대시보드가 주는 건 “뭔가 변했다”는 신호다. 진짜 원인 파악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과정이 내 오전 일정을 결정한다.

어제 GA4에서 발견한 게 있다. 특정 페이지의 스크롤 깊이가 갑자기 올라갔다. 우리는 작년에 이 페이지 리뉴얼을 했다. 사용자 리서치 기반으로. 그 때는 스크롤 깊이가 평균 45% 정도였다. 어제는 61%까지 갔다.
이건 좋은 신호다. 그런데 동시에 이탈도 줄었다. 먼저 뭘 확인해야 할까?
- 이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가? (샘플 사이즈 확인)
- 특정 디바이스에서만 그런 건 아닌가? (세그먼트 확인)
- 특정 유저 그룹에서 그런 건 아닌가? (오디언스 확인)
-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가? (트렌드 확인)
이것만으로 1시간이 간다. 근데 이게 중요한 거다. 직관이나 영감으로는 절대 못 본다.
남편은 어제 저녁에 물었다. “일 많아?” 나는 “데이터는 많다. 인사이트는 적다”라고 답했다. 이게 시니어 기획자의 일상이다.
오늘 하루의 방향은 이 3분이 결정한다

GA4를 닫으면, 오늘 해야 할 것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어제 검색 기능 사용률이 평소보다 30% 높았다면? 오늘은 검색 관련 리서치 일정을 앞당긴다. 유저는 왜 갑자기 검색을 더 많이 쓰기 시작했나? 기존 네비게이션이 어려웠나? 아니면 검색하는 게 더 빨랐나? 이게 중요하다.
또는 특정 기능의 완료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 내일 그 기능 관련 유저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정성 데이터가 필요하다. GA4는 “뭐가 안 된다”만 알려주고, “왜 안 된다”는 안 알려준다.
이게 내 일과의 연결고리다.
아침 9시 3분. 대시보드 3개 탭.
첫 번째 탭: 실시간 사용자. 지금 몇 명이 서비스 쓰고 있나? 두 번째 탭: 어제 데이터. 어제 뭐가 바뀌었나? 세 번째 탭: 지난주 대비. 추세는 뭔가?
이 세 개만 봐도 내가 할 일이 보인다.
그런데 신입 때는 이 세 개를 봤어도 아무것도 안 보였다. 숫자는 숫자였다. 올라가면 좋고, 내려가면 안 좋다는 정도만 알았다.
9년을 거쳐서 지금은 안다. 숫자는 신호일 뿐이고, 내 일은 그 신호를 해석하고, 그 뒤에 있는 유저를 찾아가는 것. 데이터는 가설을 만들고, 리서치는 그 가설을 검증한다. 둘 다 없으면 그냥 추측일 뿐이다.
그래서 매일 이 3분이 결정적이다
퇴근할 때쯤 팀원이 물었다. “오늘 발견한 게 뭐예요?”
나는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GA4가 알려준 건 ‘뭔가 다르다’는 것.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일시적인 건지 지속적인 건지는 이제부터 파고들어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다.
대시보드는 시작점이지, 끝점이 아니다.
“데이터로 본다”고 하지만, 결국 데이터는 질문을 던질 뿐. 답을 찾는 건 내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