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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소나
- 04 Dec, 2025
퍼소나 작성에 2주를 쓰는 게 낭비일까?
2주를 쓴다 퍼소나 작업에 2주를 쓴다고 하니까 PM이 물었다. "그거 하루면 되는 거 아냐?"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나이, 직업, 연봉 적는 게 퍼소나가 아니다. 그건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다. 퍼소나는 그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어떤 맥락에서 만나는지를 정의하는 작업이다. 32세 여성 직장인. 연봉 5천. 서울 거주. 이게 끝이면 기획이 안 나온다. 이 사람이 출근길에 뭘 보는지, 점심시간에 뭘 검색하는지, 퇴근 후 소파에 앉아서 폰을 켤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없으면 플로우를 못 그린다. 그래서 2주를 쓴다.출근길 기분까지 인터뷰를 10명 했다. 우리 서비스를 쓰는 직장인 여성들. 첫 번째 질문. "오늘 출근길 어땠어요?" 대부분 "그냥요" 한다. 그럼 더 판다. "지하철에서 뭐 보셨어요?" "앱 켜셨어요?" "뭐 검색하셨어요?" 그러면 나온다. "아, 출근하면서 오늘 점심 뭐 먹을까 검색했어요." "회사 가기 전에 날씨 확인하고, 우산 챙길지 고민했어요." "지하철에서 뉴스 헤드라인만 쭉 봤어요. 자세히는 안 읽고요." 이게 퍼소나다. 출근길에 우리 앱을 여는 사람은 '정보를 깊게 읽으려는 게 아니라 빠르게 훑어보려는' 맥락이다. 그럼 첫 화면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 긴 텍스트 블록은 안 된다. 카드형 UI에 썸네일과 헤드라인만. 이런 걸 2주 동안 정리한다. 점심시간 패턴 두 번째 질문. "점심시간에 보통 뭐 하세요?" "휴대폰 봐요." 더 판다. "뭘 보시는데요?" "유튜브요. 근데 긴 영상은 안 봐요. 5분짜리 쇼츠." "인스타 릴스요. 점심 먹으면서 보다가 1시간 가요." "뉴스 앱이요. 근데 댓글 보는 게 더 재밌어요." 점심시간 유저는 '킬링타임' 모드다. 집중도가 낮다. 영상이나 숏폼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돼 있다. 그럼 우리 서비스에서 점심시간대 진입 유저에게 긴 아티클을 메인으로 노출하면 이탈률이 높다. 대신 짧은 영상 콘텐츠나 이미지 위주 콘텐츠를 상단에 배치해야 한다. 이런 인사이트가 GA4 수치만으론 안 나온다. "점심시간대 체류시간 2분 30초" 라는 데이터는 있다. 근데 왜 2분 30초인지는 인터뷰를 해야 안다.저녁 습관이 중요한 이유 세 번째 질문. "퇴근하고 집 가면 뭐 하세요?" "소파에 누워서 폰 봐요." "씻고 나서 침대에서 유튜브요." "배달 앱 켜서 뭐 먹을까 30분 고민해요." 저녁 시간대 유저는 '릴랙스' 모드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그래서 콘텐츠 소비 시간이 길어진다. 이 타이밍에 우리 서비스가 '10분 이상 읽어야 하는 심층 아티클'을 추천하면 클릭률이 높다. 오히려 점심시간보다 저녁 9시~11시에 장문 콘텐츠 소비가 많다. 실제로 GA4 데이터 뜯어보니까 맞았다. 오후 9시 이후 평균 체류시간이 5분 넘었다. 점심시간의 두 배. 근데 우리 서비스는 저녁 시간대에 숏폼 콘텐츠를 메인으로 노출하고 있었다. 잘못된 전략이었다. 퍼소나 작업하면서 '저녁 9시, 소파에 누워서 폰을 보는 지연씨'를 구체적으로 정의했고, 그 맥락에 맞는 콘텐츠 전략을 세웠다. 디테일이 기획을 살린다 PM이 또 물었다. "그래서 퍼소나가 기획에 어떻게 반영됐는데요?" 세 가지 변경했다.오전 출근 시간대(7~9시): 카드형 UI, 헤드라인 위주, 이미지 썸네일 크게 점심 시간대(12~1시): 숏폼 영상 콘텐츠 상단 배치, 스와이프 UI 저녁 시간대(9~11시): 장문 아티클 추천, 읽기 모드 UI 개선A/B 테스트 돌렸다. 출근 시간대 체류시간 1분 30초에서 2분 10초로 증가. 40초 늘었다. 클릭률 12% 상승. 점심 시간대 숏폼 콘텐츠 소비 23% 증가. 이탈률 8% 감소. 저녁 시간대 장문 아티클 읽기 완료율 18%에서 31%로 상승. 숫자가 증명했다. 퍼소나 작업 2주가 낭비가 아니었다.왜 2주나 걸리는가 퍼소나 작업이 2주 걸리는 이유. 첫째, 인터뷰 일정 조율. 10명 섭외하고 시간 맞추는 데만 3일. 둘째, 인터뷰 진행. 한 명당 1시간. 10명이면 10시간. 이틀. 셋째, 녹취록 정리. 10시간 분량 풀어서 텍스트로 정리하는 데 3일. 넷째, 인사이트 도출. 녹취록 읽으면서 패턴 찾기. 포스트잇에 키워드 정리. 그루핑. 2일. 다섯째, 퍼소나 문서 작성. 이름, 나이, 직업, 하루 일과, 감정 상태, 니즈, 페인포인트, 사용 맥락 정리. 2일. 여섯째, 내부 리뷰. 팀원들한테 공유하고 피드백 받고 수정. 2일. 총 14일. 2주. 빠르게 하려면 3일도 가능하다. 근데 퀄리티가 떨어진다. 인터뷰 5명으로 줄이고, 녹취록 대충 보고, 인사이트 얕게 뽑으면 된다. 근데 그럼 기획이 안 나온다. "32세 여성 직장인"이라는 껍데기만 남는다. 나이와 직업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전에 퍼소나를 빠르게 만든 적이 있다. 3일 만에. 28세 남성, 대학생, 서울 거주, 연 500만원 소비. 이게 끝이었다. 이걸 가지고 기획 회의를 했다. PM이 물었다. "이 사람이 우리 앱을 언제 써요?" 모르겠다. 퍼소나에 없다. "뭐 하다가 우리 앱 켜요?" 모르겠다. 인터뷰를 안 했다. "이 사람이 제일 불편해하는 게 뭐예요?" 모르겠다. 정성 리서치를 안 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기획이 엉망이었다. "대학생이니까 가격 민감하겠지" 라는 추측으로 할인 쿠폰 기능을 메인에 넣었다. 반응 없었다. 나중에 다시 인터뷰 했다. 대학생 유저들은 가격보다 '빠른 배송'과 '리뷰 신뢰도'를 더 중요하게 봤다. 할인 쿠폰은 관심 없었다. 퍼소나를 대충 만들면 이렇게 된다. 출근길 기분을 아는 것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 퍼소나. 이지혜, 34세, 마케터, 연봉 6500만원, 서울 강남 거주 여기까지는 기본. 이제 디테일. 출근길: 7시 30분 집 나섬. 지하철 40분. 출근길에 링크드인 피드 확인. 업계 뉴스 헤드라인만 훑음. 자세히 안 읽음. 회사 도착 전에 오늘 할 일 머릿속 정리. 점심시간: 동료들이랑 밥 먹고 카페 감.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에서 인스타 릴스 15분. 업무 관련 자료는 안 봄. 머리 비우는 시간. 오후: 회의 많음. 2~3개. 중간중간 메일 확인. 자료 준비. 퇴근 전 내일 일정 체크. 퇴근 후: 7시 퇴근. 집 가는 길에 유튜브로 마케팅 웨비나 들음. 소리만. 집 도착하면 씻고 소파. 넷플릭스 틀어놓고 폰으로 업무 관련 아티클 읽음. 북마크 많이 함. 주말: 토요일 오전 카페에서 책 읽음. 마케팅 서적. 오후엔 운동. 일요일은 쉼. 넷플릭스, 친구 만남. 페인포인트: 출근길엔 긴 글 읽기 싫음. 요약본 원함. 점심시간엔 일 생각 하기 싫음. 가벼운 콘텐츠. 저녁엔 깊이 있는 인사이트 원함. 근데 10분 넘는 건 부담. 주말 아침엔 집중도 높음. 긴 아티클도 OK.사용 맥락:우리 앱을 출근길, 퇴근길, 주말 아침에 씀. 점심시간엔 안 씀. 릴스 보느라 바쁨. 저장 기능 자주 씀. 나중에 읽기. 공유 기능은 거의 안 씀. 혼자 소비.이 정도 디테일이 있어야 기획이 나온다. 출근길 화면: 3줄 요약 + 썸네일. 클릭하면 전문. 저녁 화면: 심층 아티클 추천. "8분 읽기" 표시. 주말 아침 화면: 장문 콘텐츠. "20분 읽기" 표시. 커피 마시며 읽기 좋은 레이아웃. 데이터와 정성의 균형 GA4는 "오전 7~9시 트래픽 많음" 을 알려준다. 근데 왜 많은지는 안 알려준다. 인터뷰는 "출근길에 뭘 보는지" 를 알려준다. 근데 몇 명이 그런지는 안 알려준다. 둘이 합쳐져야 완성이다. GA4로 시간대별 트래픽 패턴 파악. 인터뷰로 각 시간대 사용 맥락 파악. 퍼소나로 구체적 사용자 정의. 기획으로 맥락에 맞는 경험 설계. 이 과정이 2주. 빠르게 하면 3일. 근데 그럼 "출근 시간대 트래픽 많으니까 푸시 많이 보내자" 같은 멍청한 결론이 나온다. 실제론 출근 시간대 유저는 '알림 끄고 싶어' 모드다. 푸시 보내면 이탈한다. 집착하는 이유 동료가 물었다. "너 왜 이렇게 디테일에 집착해?" 기획 퀄리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디테일 없는 퍼소나: "30대 직장인 여성" → 기획: 직장인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 결과: 애매함. 클릭률 낮음. 디테일 있는 퍼소나: "34세 마케터 지혜씨, 출근길엔 헤드라인만 훑고, 저녁엔 8분짜리 아티클 읽음" → 기획: 출근 시간대엔 3줄 요약, 저녁엔 8분 아티클 → 결과: 클릭률 12% 상승, 체류시간 40초 증가. 숫자가 증명한다. 디테일이 있으면 기획이 구체적이다. 구체적이면 실행이 명확하다. 명확하면 결과가 좋다. 디테일 없으면 모든 게 추측이다. 추측으로 만든 기획은 실패한다. 2주가 아깝지 않다 PM한테 말했다. "퍼소나 2주 걸립니다." "너무 오래 걸리는데요. 일주일 안에 안 돼요?" "안 됩니다. 퀄리티 떨어집니다." "그래도 일정이..." "그럼 기획 3번 엎을 준비 하세요." 실제로 그렇다. 퍼소나 대충 만들면 기획 나오고, 개발 들어가고, QA 하고, 출시하고, 데이터 보고, "왜 반응이 없지?" 하고, 다시 기획. 3개월 낭비. 퍼소나에 2주 쓰면 그런 일이 없다. 첫 기획이 80% 맞는다. 수정은 디테일만. 2주 vs 3개월. 답은 명확하다. 품질을 좌우하는 것 좋은 기획과 나쁜 기획의 차이. 나쁜 기획: "30대 여성이 좋아할 만한 기능" 좋은 기획: "34세 마케터 지혜씨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3분 안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나쁜 기획은 모호하다. "좋아할 만한" 이 뭔지 모른다. 측정 불가. 좋은 기획은 구체적이다. "출근길", "지하철", "3분" 이 명확하다. 측정 가능. 측정 가능하면 개선 가능하다. 개선 가능하면 성장 가능하다. 이게 퍼소나 작업의 목적이다. 측정 가능한 기획. 그래서 2주를 쓴다. 결국 이긴다 빠르게 만든 팀과 꼼꼼하게 만든 팀. 3개월 후 비교하면 답 나온다. 빠르게 만든 팀: 기획 3번 수정, 개발 재작업 2번, 출시 지연 1달, 결과 미흡. 꼼꼼하게 만든 팀: 기획 1번, 개발 순조, 출시 정시, 결과 좋음. 시간은 똑같이 쓴다. 근데 앞에 쓰냐 뒤에 쓰냐 차이. 나는 앞에 쓴다. 퍼소나에 2주. 리서치에 1주. 기획에 2주. 그럼 개발은 순조롭다. 수정 없다. QA도 빠르다. 출시 후 결과도 좋다. 이게 UX 기획자의 역할이다. 앞단에서 시간을 써서 뒷단 시간을 아끼는 것.2주는 낭비가 아니다.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