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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맞는데 왜 기획이 거절당하지? 상황 분석

데이터는 맞는데 왜 기획이 거절당하지? 상황 분석

또 거절당했다 리서치 3주 걸렸다. 유저 인터뷰 12명, 설문 230명, GA4 데이터 분석까지. 완벽했다. 인사이트 명확했고, 문제 정의도 깔끔했다. 해결 방안까지 3가지 준비했다. "이번엔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회의 시작 10분 만에 끝났다. "좋은데요, 근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본부장이 말했다. PM도 고개를 끄덕였다. 개발팀장은 노트북만 봤다. "왜요? 데이터 보시면..." "데이터는 맞아요. 근데 우선순위가." 회의실 나왔다. 허탈했다. 3주가 10분으로 정리됐다.데이터는 맞는데 돌아와서 다시 봤다. 리서치 결과. 틀린 게 없다. 유저들은 불편해했다. 230명 중 78%가 "이 기능 개선 필요"라고 답했다. 인터뷰에서도 같은 얘기 나왔다.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요?" "매번 헷갈려요." GA4 데이터도 확인했다. 해당 페이지 이탈률 43%. 평균 체류 시간 12초. 유저 여정 분석하면 병목 지점 명확하다. 문제는 명확했다. 해결 방안도 구체적이었다. 와이어프레임까지 그렸다. Figma로 프로토타입 만들어서 사내 테스트도 했다. 반응 좋았다. "이거 좋은데요?" "왜 이제 하는 거예요?" 근데 기획은 거절당했다. 데이터는 맞는데, 기획은 안 됐다.회의실 밖의 이유들 점심 먹으면서 PM한테 물었다. "왜 안 되는 거예요? 데이터 다 보여드렸잖아요." "아, 그게... 본부장님이 지금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싶어 하셔서." "다른 프로젝트요?" "응, 그거 아직 공식 발표 안 됐는데, 신규 서비스 준비 중이거든. 거기에 리소스 다 몰아야 해." 처음 듣는 얘기였다. 저녁에 개발팀 후배랑 커피 마셨다. "근데 그거 개발 기간 얼마나 걸려요?" "음... 최소 두 달? 근데 지금 우리 팀 일정이 진짜 빡빡해요. 이번 분기 릴리즈 3개 남았거든요." "데이터 보셨죠? 유저들 불편해하는 거." "그거야 알죠. 근데 언니, 솔직히 우리도 우선순위 받아서 움직이잖아요. 팀장님이 고라고 하면 고고, 스톱이라고 하면 스톱이고." 그제야 보였다. 내 기획은 데이터로만 평가받지 않았다. 조직 정치, 개발 리소스, 분기 목표, 본부장 관심사. 그 사이에서 밀렸다. 데이터는 맞았다. 근데 타이밍이 안 맞았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리소스가 없었다. 회의실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유들이 회의실 밖에 있었다. 9년 차가 되어도 9년 했다. UX 기획. 근데 여전히 이런 날이 있다. 초반에는 화났다. "왜 유저 목소리를 안 듣는 거죠?" 회의에서 목소리 높였다. 리서치 결과 다시 설명했다. "봐요, 데이터가 이렇잖아요." 소용없었다. 4년 차쯤, 깨달았다. 기획은 데이터만으로 통과되지 않는다. 조직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누가 의사결정권 갖고 있는지, 지금 회사가 뭘 중요하게 보는지. 7년 차에는 전략 바꿨다. 기획 전에 먼저 물었다. "지금 본부 우선순위가 뭐예요?" "개발 리소스 어느 정도 가능해요?" 미리 알고 기획했다. 통과율 올라갔다. 근데 허탈함은 안 사라졌다. 9년 차인 지금도, 좋은 기획이 묻힐 때가 있다. 데이터 완벽해도, 유저 목소리 명확해도. 조직 논리 앞에서 밀린다. 이게 맞나 싶다. 내가 데이터 분석가인가, 조직 정치인가.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경험 쌓이니까 패턴이 보인다. 거절 패턴 1: 리소스 부족 "좋은데, 개발 인력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실제로 개발팀 일정 빡빡한 게 맞다. 근데 진짜 리소스 부족인지,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밀린 건지 구분 필요하다. 질문 바꿨다. "개발 기간 얼마나 걸려요?" 대신 "이 기능 없이 먼저 테스트 가능할까요?" MVP로 쪼갰다. 2달 걸리는 거, 2주짜리로 만들었다. 통과율 올라갔다. 거절 패턴 2: 타이밍 "지금은 아니에요." 이것도 자주 듣는다. 신규 서비스 준비 중, 분기말 릴리즈 앞두고, 조직 개편 중. 타이밍 안 맞으면 아무리 좋은 기획도 안 된다. 이젠 먼저 확인한다. "지금 본부 집중하는 프로젝트 뭐예요?" 타이밍 안 맞으면 기획 미룬다. 3개월 뒤에 다시 꺼낸다. 같은 기획인데 통과된다. 거절 패턴 3: 의사결정권자 관심사 본부장이 뭘 중요하게 보는지가 핵심이다. 매출? 사용자 수? 브랜드 이미지? 우리 본부장은 "혁신"을 좋아한다. 그래서 기획서에 "기존 대비 혁신적" 키워드 넣는다. 같은 내용인데 프레이밍 바꾸면 반응 다르다. 친구 회사 본부장은 "안정성" 중시한다고 한다. 거기선 "검증된 방식" 강조한다. 거절 패턴 4: 부서 간 이해관계 내 기획이 다른 팀 영역 침범할 때 거절당한다. 마케팅팀 영역, 서비스기획팀 영역. 보이지 않는 영역 싸움. 이젠 먼저 조율한다. 기획 전에 관련 팀 만난다. "이거 같이 하면 어때요?" 협업으로 포장한다. 적 만들지 않는다. 패턴 보이면 대응 가능하다. 근데 대응한다고 다 통과되는 건 아니다. 데이터와 정치 사이 UX 기획자로서 딜레마다. 데이터는 "유저가 불편하다"고 말한다. 조직은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예전엔 유저 편만 들었다. "데이터가 이렇잖아요. 유저들이 불편해해요." 정의로운 것 같았다. 근데 기획은 안 됐다. 지금은 균형 찾으려 한다. 유저 목소리 들으면서, 조직 논리도 이해한다. 완벽한 기획을 포기하고, 가능한 기획을 만든다. 그래도 찝찝하다. "이게 UX 기획자가 해야 할 일인가?" 밤에 남편한테 물었다. 남편도 같은 회사 개발자다. "나 요즘 데이터 분석보다 정치 분석 더 많이 하는 것 같아." "그게 시니어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이러면 유저 목소리가 묻히잖아." "완벽한 기획 10개 거절당하는 것보다, 70점짜리 기획 1개 통과시키는 게 유저한테 낫지 않아?" 맞는 말이다. 근데 석연찮다. UX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얘기 많이 나온다. "리서치 결과가 반영 안 돼요." "데이터 있어도 기획 거절당해요." 모두가 같은 고민 한다. 데이터와 정치 사이.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허탈함 다루는 법 거절당하면 허탈하다. 3주 리서치가 10분 회의로 끝날 때. 그 허탈함을 어떻게 다루나. 1. 일단 인정한다 "아, 이번엔 안 되는구나." 인정한다. 억지로 긍정 안 한다. "괜찮아, 다음에 기회 있겠지~" 이런 거 안 한다. 허탈하면 허탈한 거다. 퇴근하고 맥주 마신다. 남편한테 푼다. "오늘 기획 또 거절당했어." "응, 그래서?" "그냥 짜증나." 다음 날 출근한다. 2. 리서치는 남는다 기획은 거절당해도 리서치는 남는다. 데이터, 인사이트, 유저 목소리. 파일로 정리해둔다. 6개월 뒤 다시 꺼낸다. "그때 리서치 했던 건데요." 타이밍 맞으면 통과된다. 리서치 다시 안 해도 된다. 포트폴리오에도 넣는다. "이런 리서치 했고, 이런 인사이트 도출했다." 기획 통과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프로세스가 포트폴리오다. 3. 패턴을 학습한다 왜 거절당했나 분석한다. 감정 빼고 분석한다.리소스 부족? → 다음엔 MVP로 쪼개자 타이밍? → 분기 초에 다시 제안하자 우선순위? → 먼저 본부 목표 확인하자Notion에 정리한다. "거절 패턴과 대응 방법" 페이지 만들었다. 쌓이면 노하우 된다. 4. 완벽 포기한다 완벽한 기획 집착 버렸다. 100점짜리 기획 10개 거절당하는 것보다, 70점짜리 기획 3개 통과시키는 게 낫다. 유저한테도 그게 낫다. 완벽한 기획 기다리다가 1년 지나는 것보다, 불완전해도 지금 개선되는 게 낫다. 타협 아니다. 전략이다. 5. 유저 목소리는 계속 전달한다 조직 논리 이해한다고, 유저 목소리 포기하는 건 아니다. 회의에서 계속 말한다. "유저들은 이렇게 말해요." 기획 거절당해도 유저 목소리는 기록에 남는다. 분기 회고 때 다시 꺼낸다. "2분기에 이런 유저 피드백 있었고, 아직 미해결입니다." 계속 말하면 언젠가 우선순위 올라간다. 포기하지 않는다. 근데 집착하지도 않는다. 허탈함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근데 다루는 법은 는다. 학습으로 가는 길 거절 경험 쌓일수록 배운다. 배운 것 1: 기획은 타이밍이다 같은 기획도 타이밍 따라 결과 다르다. 3개월 전 거절당한 기획, 지금 내면 통과된다. 타이밍 감각 중요하다. 조직 분위기, 본부 우선순위, 경쟁사 동향. 읽어야 한다. 신문 많이 본다. 우리 산업 트렌드, 경쟁사 움직임. 본부장 관심사 파악된다. "요즘 경쟁사가 이런 기능 출시했는데요" 한마디면 기획 통과 확률 올라간다. 배운 것 2: 기획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예전엔 혼자 리서치하고 혼자 기획했다. 완성본 들고 회의 갔다. "이거 하면 됩니다." 지금은 과정에 사람들 참여시킨다. 리서치 단계에 PM 부른다. "같이 인터뷰 들어볼래요?" 와이어프레임 그릴 때 개발팀장 의견 듣는다. "이거 구현 가능해요?" 미리 동료 만들면 회의에서 거절 확률 줄어든다. 이미 참여했으니까. 배운 것 3: 작게 시작한다 큰 기획 한 번에 통과시키려 하지 않는다. 작게 쪼갠다. "전체 개편" 대신 "A 페이지만 먼저". "3개월 프로젝트" 대신 "2주 파일럿". 작은 성공 만들면 다음 기획 통과 쉬워진다. AB테스트도 활용한다. "일단 20% 유저에게만 적용해볼까요?" 리스크 낮추면 승인 쉽다. 배운 것 4: 숫자는 무기다 "유저들이 불편해해요" 대신 "78%가 개선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숫자 있으면 설득력 올라간다. 매출 연결하면 더 강력하다. "이 개선으로 전환율 2% 오르면, 월 매출 3000만원 증가 예상됩니다." 본부장 관심 확 올라간다. 근거 없이 추정하진 않는다. 과거 데이터 기반 계산한다. A 기능 개선했을 때 전환율 1.5% 올랐으니, B 기능도 비슷할 거라고. 배운 것 5: 거절도 데이터다 거절 경험도 쌓으면 패턴 된다. 언제 거절당하고, 언제 통과되는지. Notion에 기록한다. "제안 날짜, 내용, 결과, 거절 이유, 배운 점." 쌓이면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다. 6개월 뒤 보면 보인다. "아, 분기 말에는 거절 확률 높구나." "신규 서비스 준비 중일 때는 안 되는구나." 다음 기획에 반영한다. 학습이다. 거절당할 때마다 허탈하다. 근데 허탈함만 남는 건 아니다. 학습도 남는다. 여전히 허탈하지만 어제도 기획 거절당했다. 2주 리서치한 거. 유저 인터뷰 8명, 데이터 분석, 경쟁사 벤치마킹. 완벽했다. "좋은데, 다음 분기에 다시 얘기해요." 또 미뤄졌다. 회의실 나와서 한숨 쉬었다. 허탈했다. 9년 차인데 여전히 허탈하다. 근데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 예전엔 "내 기획이 잘못됐나?" 자책했다. 지금은 "타이밍이 안 맞았구나" 생각한다. 예전엔 화내고 포기했다. 지금은 Notion에 기록하고 다음 기회 기다린다. 예전엔 데이터만 믿었다. 지금은 조직 논리도 이해한다. 완벽하진 않다. 여전히 좋은 기획 묻힐 때 화난다. "왜 유저 목소리 안 듣는 거야?" 짜증 난다. 근데 다음 날엔 출근한다. 다시 리서치한다. 또 기획한다. 데이터는 맞는다. 근데 데이터만으론 부족하다. 타이밍, 리소스, 우선순위, 조직 논리. 다 맞아떨어져야 기획 통과된다. 9년 걸려 배웠다. 앞으로도 계속 배울 것 같다. 오늘도 GA4 대시보드 켠다. 유저 데이터 본다. 새로운 인사이트 찾는다. 다음 기획 준비한다. 이번엔 될까? 모르겠다. 근데 계속한다. 이게 내 일이니까.데이터는 맞는데 기획은 안 된다. 9년 차도 허탈하다. 근데 허탈함을 학습으로 바꾸는 법은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