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그냥

후배 기획자가 '그냥 우리 생각이 맞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후배 기획자가 '그냥 우리 생각이 맞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후배 기획자가 '그냥 우리 생각이 맞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을 때 회의실에서 오후 3시. 회의실. 후배가 기획안을 들고 왔다. 신규 기능 제안서. "선배, 이거 리서치 꼭 해야 할까요? 우리가 생각해도 유저들이 이렇게 쓸 것 같은데요." "그냥 우리 생각이 맞지 않을까요?" 멈췄다. 3년 전 내가 했던 질문이다. 그때 팀장님이 뭐라 했더라. "네 생각이 유저 생각이면, 유저 인터뷰가 왜 필요하겠어." 지금 그 말이 이해된다.9년 전 나도 입사 초기. 나도 그랬다. "유저는 당연히 이렇게 쓸 거예요." 근거는? 내 경험. 주변 친구들 반응. 인터넷 댓글. 리서치 없이 기획했다. 3개월 개발. 런칭. 결과는? 사용률 2.3%. 목표는 15%였다. 회의실에서 데이터 보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왜 안 쓰는 거죠?" 팀장님이 말했다. "유저한테 물어봤어?" 안 물어봤다. 내가 유저라고 생각했으니까. 그게 첫 실패였다. 그리고 전환점. 지금도 그때 GA4 대시보드가 선명하다. 빨간 숫자들. 우리는 유저가 아니다 회사 9년 차. IT 업계 종사자. 얼리어답터. 우리는 일반 유저가 아니다. 절대로. 작년 리서치. 40대 여성 유저 인터뷰. "이 버튼이 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 팀은 다 알았다. 당연한 기능이었으니까. 근데 유저는 몰랐다. 그리고 안 눌렀다. Hotjar로 세션 녹화 봤다. 버튼 위에 마우스 올렸다 내렸다. 3번. 그리고 이탈. 우리 생각: "클릭하면 상세페이지 가는 거 당연하잖아." 유저 생각: "이거 누르면 뭐가 나오지? 혹시 결제 화면?" 같은 화면. 완전히 다른 해석.데이터가 말하는 것 후배한테 물었다. "이 기능, 누가 쓸 것 같아?" "20대 여성이요. 편리하니까." "근거는?" "제가 20대 여성이거든요. 저도 쓸 것 같아서요." Notion 켰다. 지난 분기 리서치 데이터. 20대 여성 페르소나. '지민' 씨.직장인, 퇴근 후 피곤함 앱 사용 시간: 출퇴근 지하철 (총 40분) 목적: 빠른 정보 확인, 깊이 읽기 싫어함 신규 기능 학습 의지: 낮음 "새로운 거 배우기 귀찮아요. 익숙한 게 좋아요."후배 기획안. 새 기능 3개. 튜토리얼 필요. "지민 씨가 이거 배울까?" 침묵. "제 생각은... 다를 수 있겠네요." 그렇다. 우리는 기획자다. 유저는 아니다. 가정과 검증 기획은 가정에서 시작한다. 당연하다. "유저가 이럴 것 같다." 여기서 출발. 문제는? 가정을 사실로 착각하는 것. "유저가 이럴 거야." (가정) "유저는 이럴 거다." (확신) 한 글자 차이. 결과는 천지 차이. 가정 → 검증 → 인사이트 → 기획 이게 순서다. 절대 건너뛰면 안 된다. 작년 프로젝트. 홈 화면 개편. 우리 가정: "유저는 개인화된 추천을 원한다." 리서치 결과: "추천보다 검색이 빠르고 확실해요. 추천은 안 믿어요." 완전히 반대였다. 개편 방향 180도 선회. 만약 리서치 안 했으면? 3개월 개발하고 런칭하고 망했을 거다. 검증 비용: 2주, 800만원. 실패 비용: 3개월 개발비 + 기회비용 + 팀 신뢰도. 계산 끝났다. 리서치가 싸다.경력이 주는 것 9년 차가 주니어랑 다른 점. 실패 경험. 많이 했다. "내 생각이 맞을 거야" → 망함 → 배움. 이게 반복됐다. 5번? 10번? 세기 싫다. 그래서 지금은 안다. 내 생각은 가설일 뿐. 후배들은 아직 모른다. 당연하다. 안 망해봤으니까. 망해봐야 안다. 근데 안 망하게 해주는 게 선배 역할. 멘토링의 핵심. "내가 대신 망했으니까, 너는 하지 마." 후배한테 말했다. "3년 차 때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 리서치 귀찮고 시간 낭비 같았지." "근데 런칭하고 나서 봤어. 유저들 안 쓰더라." "그때 깨달았어. 내가 유저 대표가 아니라는 거." 후배 표정이 바뀌었다. "그럼 항상 리서치 해야 하나요?" "항상은 아니야. 근데 새로운 거, 가정이 많은 거는 꼭." 빠른 검증 방법 리서치가 꼭 크게 할 필요는 없다. 예산 없으면? 방법은 많다. 5명 인터뷰. 일주일이면 된다.유저 5명 섭외 (내부 패널 or 지인 소개) 30분 인터뷰 프로토타입 보여주고 반응 확인 "이거 쓰실 것 같아요?" 직접 물어봄비용? 스타벅스 기프티콘 5만원 x 5명 = 25만원. 시간? 인터뷰 준비 1일 + 진행 1일 + 정리 1일 = 3일. 이걸로 방향 틀릴 위험 50% 줄어든다. 안 하는 게 이상한 거다. 작년에 이렇게 했다. 신규 필터 기능. 우리 생각: "필터 10개면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5명 인터뷰 결과: "필터 많으면 선택 어려워요. 3개만 주세요." 기획 수정. 필터 3개로 축소. 런칭 후 사용률 23%. 예상치 18%보다 높았다. 인터뷰 안 했으면? 필터 10개 만들고 혼란만 줬을 거다. 데이터의 한계 그렇다고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GA4 보면 'What'은 나온다. 'Why'는 안 나온다. "이탈률 80%" 왜 이탈했는지는 안 나온다. 화면이 복잡해서? 로딩이 느려서? 필요 없어서? 그래서 정성 리서치가 필요하다. 유저 인터뷰. 관찰 조사. 맥락 파악. "왜 이 화면에서 나가셨어요?" "아, 이거 보다가 전화 와서요. 그리고 까먹었어요." 데이터: 이탈. 실제: 전화 때문. 리텐션 문제 아님. 맥락이 다르면 해결책도 다르다. 데이터 + 리서치. 둘 다 필요하다. 작년 프로젝트. 결제 단계 이탈률 높았다. 데이터로는? "3단계에서 60% 이탈." 인터뷰로는? "배송비 보고 놀라서 나갔어요." 해결: 배송비 미리 표시. 이탈률 40%로 감소. 데이터만 봤으면? "3단계 UI 문제" 라고 착각했을 거다. 원칙이 필요한 이유 9년 하면서 만든 원칙. "새로운 가정은 반드시 검증한다." 이게 전부다. 기존 기능 개선? 데이터 보고 판단. 신규 기능? 리서치 먼저. 가정이 많으면? 작게라도 테스트. 이 원칙 없으면? 매번 갈등한다. "이번엔 괜찮지 않을까?" "시간 없는데 그냥 가자." "다들 이렇게 하잖아." 원칙이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후배들한테도 이걸 전한다. "리서치는 선택이 아니라 과정이야." "가정을 검증하는 게 기획자의 일이고." 처음엔 귀찮다. 근데 몇 번 하면 익숙해진다. 그리고 망하는 횟수가 줄어든다. 확실히. 성장의 지점 후배가 다시 물었다. "그럼 선배는 어떻게 판단하세요? 언제 리서치하고 언제 안 해요?" 좋은 질문이다. "경험적으로 알게 돼. 이건 검증 필요하다, 이건 괜찮다." "근데 확신이 안 서면 무조건 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확신하는 게 낫거든." 이게 시니어와 주니어 차이다. 주니어: "이거 맞을 것 같은데?" 시니어: "이거 맞는지 확인해보자." 한 단어 차이. 마인드는 완전히 다르다. 9년 차가 됐어도 여전히 배운다. 유저는 예측 불가능하다. 항상. 그래서 겸손해진다. "내가 다 안다"는 착각이 사라진다. 후배들 보면 부럽기도 하다. 확신에 차 있어서. 근데 그 확신이 깨질 때가 온다. 누구에게나. 빨리 깨지는 게 낫다. 일찍 배울수록 좋다. 멘토링의 방법 후배한테 실패담을 많이 한다. "이렇게 했다가 망했어." "리서치 안 했더니 이렇게 됐어."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더 배움이 된다. "선배도 실수했구나" 하면서 안심한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안 한다. 효과적이다. 멘토링 팁.답 주지 말고 질문하기. "왜 그렇게 생각해?" 데이터 보여주기. "지난번 비슷한 케이스" 작게라도 검증하게 하기. "5명만 물어볼까?" 실패 공유하기. "나도 이랬어"후배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 "리서치 해라" 보다 "리서치 안 하면 이렇게 돼" 가 효과적. 억지로 시키면 형식적으로만 한다. 스스로 필요성 느껴야 제대로 한다. 작년에 후배 기획안. 리서치 없이 올라왔다. "이거 검증했어?" "아뇨. 확실한 것 같아서요." "그럼 5명만 물어보자. 확신이 맞는지." 인터뷰 결과. 5명 중 4명이 "안 쓸 것 같아요." 후배 얼굴이 창백해졌다. "다행이다. 개발 전에 알았네." 그 뒤로 후배가 바뀌었다. 기획할 때마다 "검증 어떻게 할까요?" 물어본다. 실패를 직접 봐야 배운다. 이론으론 안 된다. 시니어의 역할 9년 차 역할. 팀 안에서 리서치 문화 만들기. "그냥 하자" 에 브레이크 거는 사람. "검증하고 가자" 를 당연하게 만드는 사람. 쉽지 않다. 일정 압박 있고, 리소스 부족하고. "리서치 하면 2주 늦어지는데요." "안 하면 3개월 날릴 수도 있어요." 매번 설득이다. 지치기도 한다. 근데 계속한다. 이게 내 역할이니까. 후배들이 같은 실수 안 하게. 팀이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이게. 유저 중심 사고가 자연스럽게. 이걸 만드는 게 시니어 기획자의 일. 작년 성과 평가에 이렇게 썼다. "팀 내 리서치 프로세스 정착. 기획 단계 검증률 70% 달성." 숫자로 보니 보람 있다. 올해 목표는 90%. 후배에게 전하는 것 회의 끝나고 후배한테 말했다. "네 생각이 틀렸다는 게 아니야." "검증하지 않은 생각은 위험하다는 거지." "기획자는 가정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가정을 검증하는 사람이야." 후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 기획, 리서치 계획 먼저 짜볼게요." "5명 인터뷰면 될까요?" "충분해. 가설 리스트업하고, 질문 만들고, 다음 주에 리뷰하자." 후배가 나갔다.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확신에서 신중으로. 이게 성장이다. 나도 9년 걸렸다. 후배는 더 빨리 배울 거다. 실패담을 공유하니까. 시행착오를 줄이니까. 이게 조직의 힘이다. 경험이 축적되는 것. 원칙을 지키는 이유 결국 원칙이다. "새로운 가정은 검증한다." 이게 없으면? 매번 도박이다. "이번엔 맞겠지" 하면서 기획한다. 10번 중 3번 맞으면? 7번 실패한다. 원칙이 있으면? 검증하고 간다. 10번 중 7번 맞는다. 확률이 올라간다. 그게 시니어의 가치다. 운이 아니라 확률로 일하는 것. 감이 아니라 검증으로 판단하는 것. 9년 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 "내 생각을 믿지 마라. 데이터를 믿어라." "데이터가 없으면? 만들어라." 이게 전부다.오늘도 후배 하나가 배웠다. 나도 9년 전에 배웠던 것. 경험은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