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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되고
- 05 Jan, 2026
기획 안건이 거절되고 3개월 후 다시 올렸을 때
3개월 전 기획안 5월에 올렸던 기획안. "결제 플로우 개선안". 유저 인터뷰 15명 했다. 이탈률 데이터도 있다. 경쟁사 벤치마크도 붙였다. 결과는 반려. "우선순위 아니다." 이유 설명은 짧았다. 회의는 15분 만에 끝났다. 담당 임원이 물었다. "이거 개선하면 매출 얼마나 오르나요?" 정확한 수치 못 냈다. A/B 테스트 전엔 불가능하다고 했다. 표정이 굳었다. 기획안에 들어간 시간. 리서치 3주, 분석 2주, 문서화 1주. 6주였다. 발표는 15분. 퇴근길에 생각했다. '데이터가 부족했나.' '설득력이 약했나.' '유저 인터뷰를 더 했어야 했나.'3개월 동안 6월. 다른 프로젝트 했다. 마케팅팀 협업. 이벤트 페이지 기획. 큰 프로젝트는 아니다. 그런데 회의에서 들었다. CFO가 바뀌었다. 새 CFO는 "디지털 전환" 강조한다고. 전사 메일도 왔다. "고객 경험 개선에 투자" 7월. 마케팅 이벤트가 성공했다. 전환율 23% 올랐다. 팀장이 좋아했다. 전사 회의에서 사례 발표했다. 발표 후 임원 한 명이 물었다. "다른 개선 계획도 있나요?"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8월. 조직 개편 소문 들었다. IT본부와 비즈니스본부 통합된다고. 실제로 8월 말 발표 났다. 보고 라인이 바뀌었다. 새 본부장은 전 아마존 출신이다. OKR 도입한다고 했다. Q3 목표에 "결제 전환율"이 들어갔다.같은 기획안을 다시 8월 말. 5월 기획안 다시 꺼냈다. 내용은 같다. "결제 플로우 개선안" 수정한 건 두 가지. 첫 페이지에 "Q3 OKR - 결제 전환율 개선" 추가했다. 예상 효과 부분에 "마케팅 이벤트 사례 참고"라고 넣었다. 데이터는 그대로다. 유저 인터뷰도 같은 내용이다. 분석도 똑같다. 9월 첫째 주 회의. 같은 임원들이다. 발표 시작했다. 5분 지나자 질문 들어왔다. "이거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개발 리소스는요?" "A/B 테스트 기간은요?" 분위기가 다르다. 3개월 전엔 "왜"를 물었다. 지금은 "어떻게"를 묻는다. 회의 끝에 팀장이 말했다. "다음 주 개발팀이랑 일정 조율하세요." 통과였다. 회의실 나오면서 이상했다. 같은 기획안인데.배운 것 데이터는 중요하다. 근데 충분하지 않다. 같은 데이터도 맥락이 다르면 해석이 달라진다. 5월엔 "그냥 개선안"이었다. 9월엔 "OKR 달성 방법"이 됐다. 조직 상황을 읽어야 한다. CFO 교체, 조직 개편, OKR 도입. 이런 게 기획 통과에 영향 준다. 타이밍도 역량이다. 언제 올리느냐가 내용만큼 중요하다. 정치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불편했다. "좋은 기획이면 언제든 통과돼야지" 그렇게 믿었다. 근데 9년 차 되니 안다. 조직은 기계가 아니다. 우선순위는 계속 바뀐다. 의사결정자 관심사도 바뀐다. UX 기획자 역할. 유저 리서치하고 데이터 분석하는 것. 맞다. 근데 전부는 아니다. 조직 흐름 읽기. 이해관계자 니즈 파악. 적절한 시점 판단. 이것도 역량이다. 학교에서 안 가르친다. 책에도 잘 안 나온다. 경험으로 배운다. 후배가 물었다 "왜 다시 올렸어요?" 후배가 물었다. 신입 2년 차다. "타이밍이 맞아서"라고 답했다. "조직 상황 보면서" 후배가 고개 갸웃했다. "그럼 처음부터 기다렸다가 올릴 걸 그랬잖아요" 설명했다. "5월엔 몰랐지. 8월에 조직 개편될 줄. OKR 도입될 줄" "그럼 우연이네요?" 후배가 말했다. "반은 맞아. 근데 나머지 반은 준비였어. 기획안 계속 들고 있었잖아. 타이밍 오면 바로 올릴 수 있게" 후배가 노트에 적었다. 성실한 친구다. "하나 더 알려줄까. 5월에 반려됐을 때 삐지지 마.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마. 조직 상황이 안 맞았던 거야. 기획이 나쁜 게 아니라" 후배가 고개 끄덕였다. "그래도 속상하지 않았어요?" "속상했지. 6주 날렸으니까. 근데 날린 게 아니더라. 3개월 후 쓸 수 있었잖아" 다음 기획안 책상에 기획안 3개 더 있다. 지난달 반려된 것들이다. 하나는 "검색 필터 개선안". 유저 불편 포인트 명확하다. 근데 개발 공수 크다고 반려됐다. 하나는 "온보딩 프로세스 개선". 신규 유저 이탈률 높은데. "지금은 MAU 유지가 우선"이라고 했다. 하나는 "마이페이지 재설계". 정보 구조 복잡하다. 근데 "터치하기 부담스럽다"고 했다. 버리지 않았다. 폴더에 정리해뒀다. "보류된 기획안" 언젠가 올릴 날 온다. 조직 목표가 바뀌거나. 경쟁사 이슈 생기거나. 새 서비스 런칭하거나. 그때 바로 꺼낸다. 데이터 업데이트하고. 첫 페이지에 맥락 추가하고. 다시 올린다. 타이밍 기다리는 것. 포기 아니다. 전략이다. 9년 차의 깨달음 신입 때는 몰랐다. "좋은 기획 = 통과"라고 생각했다. 3년 차 때도 답답했다. "왜 데이터 있는데 안 받아줘" 불평했다. 6년 차쯤 알았다. 조직 정치 존재한다는 거. 근데 여전히 싫었다. 9년 차 지금. 받아들였다. 정치가 아니라 현실이다. 조직은 생물이다. 우선순위 바뀐다. 의사결정자 바뀐다. 시장 상황 바뀐다. UX 기획자는 유저 대변한다. 맞다. 근데 조직 맥락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유저 니즈를 현실로 만든다. 데이터 분석, 유저 리서치. 기본기다. 근데 충분하지 않다. 타이밍 판단, 이해관계자 설득, 조직 흐름 읽기. 이것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안 가르친다. 현장에서 배운다. 3개월 기다리면서 배운다. 다음 회의 다음 주 회의 있다. 마이페이지 재설계안 올릴까 고민 중이다. Q4 목표 발표 나왔다. "고객 충성도 제고" 들어갔다. 마이페이지 관련 있다. 근데 개발팀 리소스 확인 필요하다. 다른 프로젝트 일정도 봐야 한다. 월요일에 개발 팀장이랑 커피 약속 잡았다. "요즘 어때요?" 물어볼 거다. 여유 있으면 기획안 슬쩍 꺼낸다. 없으면 다음 달 기다린다. 조급하지 않다. 기획안은 있으니까. 타이밍은 또 온다.좋은 기획도 때를 기다린다. 그게 9년 차가 배운 것이다.